대한축구협회 심상찮은 행보…“왜 이러나” [이종세 칼럼]

2023. 1. 2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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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위원장 이어 감독도 외국인 지명 움직임
내국인에게도 기회 줘야…일본은 모리야스 연임
“축구협회 무사안일주의 벗어나야” 여론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연초 축구대표팀 전력강화 위원장에 외국인(미하일 뮐러·58·독일)을 처음 선임하더니 이어 호세 보르달라스(59·스페인) 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팀 감독과 접촉, 그에게 차기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맡기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가까스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파울루 벤투(55·포르투갈)의 후임으로 다시 외국인 감독 영입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바꿔 말하면 한국인 감독을 배제하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미하엘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물론 한국축구가 내국인 감독이 지휘했던 2014년 브라질월드컵(홍명보)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신태용)에서 거푸 16강 진출이 좌절돼 벤투를 영입,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2026년 북중미 월드컵도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 대비하자는 움직임은 매사를 쉽게 처리하려는 대한축구협회의 ‘무사안일 스타일’과 매우 닮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를 위한 전초작업으로 지난 4일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을 이용수(64)에서 뮐러로 교체했다.

뮐러는 2018년 4월부터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 활약, 한국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다.

“언제까지 외국인에게 의존해야 하나”
하지만 한국축구가 언제까지 외국인에게만 의존할 것인가. 한국은 이미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허정무(68) 감독이 원정월드컵 첫 16강 진입의 쾌거를 이룬 바 있다. 벤투호가 카타르월드컵에서 어렵사리 16강에 오른 것과는 달리 깔끔하게 16강에 올랐다.

이 시점에서 벤투호를 냉정한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벤투호는 작년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지만,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후반 추가시간에 황희찬의 득점으로 포르투갈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지 못했거나, 가나에 2대0으로 이긴 우루과이가 1골만 더 넣었더라면 우루과이가 16강전에 나가는 상황이었다.

이강인이 카타르월드컵 대비 코스타리카와 홈 평가전에서 벤치를 지키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벤투는 선수 기용에도 문제가 많았다. 한국의 16강 진출에 공헌도가 높았던 조규성과 이강인을 우루과이와의 1차전 후반 29분에야 기용했고 특히 이강인의 기용에는 매우 인색했다.

이강인은 카타르월드컵에서 포르투갈전만 빼고 한차례도 풀타임을 뛰지 못한채 조커 역할만 해야했다. 아무리 선수 기용이 감독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벤투호 많은 문제점…내국인 감독 선호 추세
외국인 감독보다 내국인 감독을 선호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카타르월드컵 참가 32개국 중 외국인이 감독을 맡은 나라는 8개국뿐이며 24개국이 자국인 감독을 썼다.

이와 관련 세계랭킹 25위였던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은 2018년부터 모리야스 하지메(55)감독이 대표팀을 맡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모리야스 하지메(왼쪽) 일본대표팀 감독이 한국과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시작에 앞서 파울루 벤투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카타르월드컵에서 ‘죽음의 조’로 불린 E조에 속한 일본은 세계랭킹 11위인 ‘전차군단’독일과 7위인 ‘무적함대’스페인을 각각 2대1로 꺾고 조1위로 2018년 러시아대회에 이어 연속 16강전에 올랐다.

아시아 국가가 2회 연속 16강에 오른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일본은 16강전에서 2018년에 이어 2022년 월드컵에서도 준우승한 크로아티아와 맞붙어 승부차기 끝에 져 8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세계 9위까지 랭킹이 올랐다.

K리그 본뜬 J리그…이제 세계 5대 리그
일본축구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3년 프로축구를 출범시켰던 한국축구를 벤치마킹한 일본축구는 10년 뒤인 1993년 프로축구를 출범시키면서 ‘한국 따라잡기’에 나섰다.

이후 30년 동안 프로축구를 정착시킨 일본은 18개 팀이 참여하는 J리그를 운영, 세계 프로축구 5대 리그로 성장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그, 이탈리아의 세리에A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팀이 12개뿐인 한국의 K리그는 언제나 국제축구계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또 하나 일본축구의 강점은 우수선수의 유럽 빅리그 진출이다.

분데스리가,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그 등에서 뛰고 있는 일본 선수는 19명인데 한국은 손흥민 등 7명에 불과하다. 대한축구협회가 많은 유망주를 유럽 무대에 보내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실이 축협회장 외면한 이유 살펴야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8일 현역 선수에서 은퇴한 지 얼마 안 된 44세의 이동국을 협회 부회장으로 발탁했다. 40대라고 부회장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동국이 스승뻘인 60대 다른 부회장들과 제대로 호흡을 맞출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용산 대통령실이 손흥민 등 축구대표팀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만찬을 베풀면서 정몽규 회장은 왜 배제했는지도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타르월드컵 축구대표팀 환영 만찬 후 선수 및 코치진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 대통령실 제공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전력강화위원장(뮐러) 시각이 나와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국내 지도자들도 역량이 충분해 국가대표팀을 맡아도 잘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1월 말로 5년간의 베트남 대표팀 감독직을 마감하는 ‘쌀딩크’ 박항서(65) 감독의 말도 대한축구협회는 새겨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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