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들, 설 앞두고 메시지 경쟁…“김장연대, 말장난 말라”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20일 전국 민심이 밥상머리에서 오가는 명절 설을 앞두고 메시지 경쟁에 돌입했다. 설 연휴에 앞서 화마를 입은 지역에 적극 대응을 호소하는가 하면, ‘공포감’이란 말로 ‘친윤(석열)’ 중심인 당내 분위기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력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서울 개포동 구룡마을의 화재,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관계 당국의 신속한 대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설 연휴를 앞두고 크게 놀라셨을 주민 여러분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이후의 피해복구와 주민 여러분의 생활 안정을 위해 국민의힘은 최선을 다하겠다. 소방당국 모든 분들의 노고에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에 호흡을 맞춘 모습이다. 그가 메시지를 낸 시점은 스위스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이 “화재 진압에 만전을 기하라”고 긴급 지시했다는 김은혜 홍보수석의 서면브리핑이 나온 직후였다. 김 의원의 시선이 당 내부 보다는 외부 여론에 가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과 ‘김장연대’로 불릴 만큼 친윤계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데다, 최근 당 지지층 대상 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한 상황이어서 상대적으로 시선에 여유가 생긴 모습이다.
김 의원은 이날 울산 선암호수노인복지관을 명절 인사차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심과 당심을 향해서 열심히 나아가겠다”고도 했다. ‘우클릭 행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엔 “제가 원래 지향한 정치 지형은 중도 우파에서 중도 좌파”라며 “당을 앞으로 그렇게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또다른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김 의원을 저격했다. 안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김장연대, 연포탕, 이런 말장난 자체가 국민들에게 굉장히 큰 실례”라고 말했다. 연포탕은 김 의원이 최근 연대·포용·탕평을 줄여 한 말이다. 이어 “현재 당내에 보면 공천에 대한 공포 분위기 때문에 함부로 다른 의원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그런 분위기들이 실제로 있다”며 “김 의원이 만든 것”이라고도 했다. 후순위 주자로서 경쟁 메시지를 내는 한편, 장 의원 등 일부 친윤 주도인 당 내부 분위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당심 일각에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이후 안 의원 발언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안 의원은 다만 윤 대통령과 직접 대립각을 세우진 않았다. 그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UAE 순방 중 윤 대통령 발언이 외교적 파장을 일으켰다’는 진행자 질문에 “300억달러 유치는 엄청난 일”이라며 “과보다는 공이 훨씬 큰 그런 외교”라고 추켜세웠다.
안 의원은 오후엔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MB)를 50분쯤 예방했다. 안 의원은 예방 후 “이 전 대통령은 특히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이 분열 양상을 보이는 것을 굉장히 우려하신다”면서 “그래서 당이 분열되지 말고 전대가 끝나더라도 하나로 합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안 의원 경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배석한 김영우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안 의원에게 고향이 영남 쪽이고 서울에서 정치 활동을 했기에 모든 선거에서 유리하다. 수도권에서 이겨야 내년 총선 승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도 ‘잠행 모드’에 들어갔다. 나 전 의원 측 박종희 전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침잠 모드로 있는 것은 대통령께서 경제 국익 외교로 분주하신데 누가 안되기 위해서, 얘기만 하면 공격을 하니 조용히 있으려는 것”이라며 최근 나 전 의원을 향한 대통령실 및 여당 친윤 의원들의 공격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박 전 의원은 “(나 전 의원은) 여전히 전의에 불타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출마 시점과 장소는 “설 연휴 조용히 지내고 대통령 귀국하시면 보수의 상징적인 장소”라고 넌지시 언급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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