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시작된 중국, 코로나19 다시 퍼지나
[조정원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
지난해 12월 중국 중앙정부는 엄격한 코로나 방역 정책을 대부분 철회했고 올해 중국 춘절 연휴(21~27일)엔은 중국인들의 고향 방문이 제한없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로 인해 의료체계가 취약한 농촌에서의 가족 모임을 통한 코로나 19 전파와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 동북 지역의 농촌에서는 외국산 코로나 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가 거의 공급되지 않고 있고 중국산 치료제인 아쯔푸도 부족해서 코로나 19 감염자들의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농촌의 의료체계의 취약성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부터 현재까지 계속 언급된 문제이지만 현재까지 개선이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왜 그럴까?
우선 농촌 의료에 대한 중국 정부 및 민간의 투자가 부족하다. 지난해 12월 25일 중국의 경제지 <디이차이징>(第一财经)의 사설에서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중앙정부는 각급 의료 및 보건 기관 건설에 2560억 위안을 지원했는데 그 중 향진 보건소, 마을 보건소 및 기타 농촌의 의료 기관 건설에 사용된 금액의 비중은 13.2%에 불과했다.
농촌의 의료 및 보건 인재와 장비 부족도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일부 농촌에 새로운 의료 기관이 설립됐다. 농촌의 의료 기관 건설을 위해 일부 지방정부는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을 시도했다.
지난해 5월 27일 중국 <CCTV>의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과 인접한 허베이성(河北省) 정부는 농촌 지역인 우지현(无极县)의 병원 건립에 필요한 8억 8700만 위안의 75%를 성 정부가 발행한 특수목적채권(专项债券)을 통해 조달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의 의료 및 보건 인재들의 도시 근무 선호와 농촌에서의 근무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불분명함으로 인하여 농촌의 환자들의 증상을 정확하게 진료할 수 있는 의사들의 숫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리고 농촌 행정 구역인 향(乡)과 진(镇)에 있는 병원들은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의료 장비가 부족하거나 노후화된 경우가 적지 않다. 후난성재정국(湖南省财政局)이 지난해 4월 29일에 홈페이지에 공개된 후난성 화이화시(怀化市) 천시현(辰溪县)의 향진 의료원 발전 현황 및 재정 지원 조치 연구(乡镇卫生院发展现状及财政支持措施研究)의 내용을 살펴보면 천시현의 30개 향진 의료원의 의료 설비가 노후화된 것들이 많으며 일부 설비는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천시현에서는 가족과 친척이 같은 의료원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서 의료원의 관리와 조직 개편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상술한 바와 같은 문제들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중앙정부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 사무실, 국무원 합동방역통제체제 종합팀, 농업농촌부, 국가향촌진흥국은 지난해 1월 9일에 농촌지역 코로나19 방역사업 메커니즘 업무에 관한 통지(关于印发农村地区新型冠状病毒感染疫情防控工作机制方案的通知, 이하 농촌 코로나 19 방역사업 메커니즘 통지)를 공개했다.
농촌 코로나 19 방역사업 메커니즘 통지에서는 각지에서 보건, 질병통제, 민정, 공업정보화, 시장 등 관련 부서와의 업무 협력 및 소통 강화, 농촌 전염병 정보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전문인력 배치와 약품 및 물자의 안정적 공급, 전염병 예방통제에 대한 교육 활동의 지속을 추진할 것임을 공개했다.
그러나 농촌의 의료 전문인력 배치와 의료 장비 보급은 단기간에 완성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의료 산업에 대한 투자와 농촌에서 근무하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의 지속적 증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각지의 지방정부는 천시현의 향진의료원들에서와 같이 가족과 친척이 동일한 의료원에 근무하는 곳들이 있는지를 조사한 후에 가족, 친척이 동일한 의료원에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고 의료 서비스의 수준 향상에 도움이 되는 전문 인력들이 더 많이 근무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의학과 의료 산업에 강점이 있는 선진국들의 정부와 기업들, 국제기구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 농촌의 의료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로드맵 마련과 자본과 의료 및 보건 전문인력, 의료 장비의 도입, 농촌의 공공 의료기관 건설 및 운영, 농촌의 주요 의약품 공급체계 구축 등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의 실행이 필요하다.
중국과 인접한 한국은 의학과 보건의료산업에 강점이 있고 농촌의 의료체계 구축의 어려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논의하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중국의 농촌 의료 체계 구축과 중국 농촌에서의 코로나 19를 비롯한 전염병 방역 및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가능한 협력 방안들을 실행한다면 중국 농촌 의료문제의 개선에 기여하고 양국 간의 의학 및 보건의료산업 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조정원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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