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적은 이란" 파문…가라앉나 다시 불붙나
"다소 이란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스위스 방문을 수행 중인 대통령실 관계자가 현지 시간 19일 브리핑에서 밝힌 말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 이후 이란 외교 당국이 계속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오해"인 것 같다고 설명한 거죠.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란 측이) 동결자금 문제, 윤 대통령의 핵무장 관련 발언 등을 문제 삼는 것을 보고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오해를 했기 때문에 초점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오해를 증폭시켜 문제를 어렵게 만들 생각은 양측 모두 없을 것으로 저희들은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왜 중요한데?
이란 해외 자금은 2018년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복원되면서 그대로 묶여 있는 상태입니다. 70억 달러도 그때 묶인 건데요. 미국 제재가 있으니 우리가 자의적으로 할 수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우리를 압박해왔습니다. 그동안 불만이 쌓여있었는데 이번 사안으로 그걸 터뜨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지금 무슨 일이?
그럼 한국과 이란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8일과 19일, 양국 외교 당국 사이에선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이란 외무부가 주이란 한국대사를 불러들이는 '초치'를 했고, 바로 다음 날 우리 외교부도 주한 이란 대사를 불러들이는 '초치'를 했기 때문입니다.
'초치'는 외교 사절을 주재국 정부가 불러들여서 입장을 전달하는 외교적인 행위입니다. 우방국들 사이에서도 하지만, 외교 사절을 초치하고 이걸 했다고 또 공개적으로 밝힌다는 건 보통 항의의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한국과 이란, 초치에 초치로 응수하는 팃포탯(tit for tat, 맞받아치기) 양상을 보인 것이죠.
이 사안을 수면 위로 적극 부각한 것은 이란 쪽입니다. 이란은 현지시간 18일 레자 나자피 이란 외무부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이 윤강현 주이란 대사를 불러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접근 방식에 대한 정정'을 요구했습니다. 이미 서울과 테헤란 채널을 통해 외교부가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했는데 또 설명하라고 한 겁니다. 심지어 '양자관계 재고' 카드까지 흔들었습니다.
한 걸음 더
오해가 풀려서 양측이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는 시나리오가 물론 최선일 겁니다. 외교부가 계속해서 소통해나가겠다고 했으니 모쪼록 빠른 시일 내에 오해가 풀리길 기대합니다.
그런데 많은 중동 전문가들은 자존심을 앞세우는 이란의 외교 스타일, 또 이란 내부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을 들어 적잖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히잡 미착용 여성의 의문사 이후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벌써 5개월째, 내부 위기 모면을 위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도 진단했는데요.
유달승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지지 기반과 여론이 상당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반발 혼란 이런 것들을 외부로 전가하기 위해서 이번 기회를 극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란 인권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면서 국제사회 투표권을 가진 한국을 압박하려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이란이 유엔 여성 기구에서 퇴출당할 당시에도 찬성표를 던졌죠. 특히 윤석열 정부가 가치 외교를 표방하고 있고 미국과 더욱더 밀착하고 있는 만큼 이걸 지켜본 이란이 어떤 계산을 하고 있을지 분석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편, 그동안에 맞대응을 자제하던 정부가 19일 적극 대응으로 돌아선 것은 핵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핵확산금지조약 NPT 준수까지 언급한 건 선을 넘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에 불필요한 의혹이 확산되는 걸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또 외교 당국의 거듭된 설명에도 계속, 추가 해명을 요구하는 이란의 외교 전략에 대사 초치 맞수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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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nin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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