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육아휴직 회사가 뭉개도 허용 간주하게 법 고쳐야”
국회입법조사처는 20일 고용주가 명시적인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아도 육아휴직을 허용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법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허민숙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날 발간한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을 위한 입법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사업주가 휴직을 부여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처벌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신청한 근로자에게 대꾸하지 않거나 말로는 가라고 하면서 확인서를 제출해주지 않아 육아휴직 사용을 막거나 시기를 변경, 연기하는 편법이 벌어지고 있다.
허 조사관은 보고서에 육아휴직 자동개시 규정을 명시한 외국 사례를 제시했다. 스웨덴에서는 최소 2개월 이전에 사업주에게 휴직 개시일을 고지했다면, 휴직을 요청한 날짜에 바로 육아휴직 개시 권리를 부여받는다. 캐나다의 온타리오주에서는 육아휴직 사용을 원하는 근로자가 2주 전에 개시를 고지하면 별도의 사업주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뉴질랜드에서는 3개월 이전에 육아휴직 신청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사업주 역시 서면으로 승인 여부를 통지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무대응으로 육아휴직을 막을 수 없다.
허 조사관은 “남녀고용평등법 제 19조에 ‘명시적인 허용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에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신청에 따라 육아휴직을 허용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신설해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권을 두텁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뉴질랜드처럼 사업주가 서면으로 답변을 작성해 근로자에게 통보하는 의무를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허 조사관은 이날 통화에서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지 36년차가 됐는데 아직 온전히 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법으로 육아휴직의 권리를 보호하기로 했으면 명확히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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