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걱 부리’ 저어새 가족의 겨울나기 이동경로, 처음으로 확인됐다
번식후 평균 시속 50㎞로 1000㎞ 내외 비행, 월동지 중국 남부·대만 도착
독특한 주걱 부리의 저어새, 세계적으로 3940마리만 확인된 멸종위기종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자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저어새의 겨울나기 이동경로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지난해 전남 영광 칠산도에서 번식한 저어새 세 가족의 부모개체(수컷 3마리)와 자식개체(수컷 5마리)에 각각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결과 저어새들의 겨울나기 이동경로를 최초로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그동안 여름철새인 저어새 부모개체(성조)가 중국 남부, 대만 등에서 겨울을 나는 것은 알려졌으나 정확한 이동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저어새는 한국을 포함해 주로 동아시아에 서식하며 세계적으로 3940여 마리만 확인되고 있는 멸종위기종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서남해안에서 서식하며 노랑부리저어새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저어새는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가진 독특한 생김새, 부리를 얕은 물속에 넣고 좌우로 저으면서 먹이를 찾는 특별한 습성으로 유명하다.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는 외형이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종으로 번식지, 월동지도 다르다. 저어새는 한국에서 번식한 후 더 따뜻한 곳으로 남하해 월동하는 반면 노랑부리어저새는 몽골·시베리아 지역에서 번식한 뒤 한국과 중국 남부 등에서 월동한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의 이번 저어새 이동경로 확인 결과, 저어새들은 한국 서남해안 연안 갯벌에서 먹이를 먹는 등 생활하고 번식한 뒤 10월 초~11월 초 사이에 겨울을 나기 위해 부모와 자식 개체가 서로 다른 경로로 중국 남부, 대만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연구원은 “부모개체와 자식개체의 이동경로를 비교하기 위해 처음으로 가족 단위의 연구를 진행했다”며 “부모와 자식개체가 서로 다른 이동경로를 보임에 따라 자식개체가 부모개체로부터 특정 이동경로를 교육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특화된 이동경로를 학습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저어새들은 월동지를 향해 평균 시속 50㎞ 내외의 속력으로 1000㎞ 이상을 비행했다. 부모 중 수컷개체들은 평균 시속 50㎞의 속력으로 약 1624㎞를 비행한 끝에 대만에 최종 도착했다.
자식개체 5마리 중 4마리는 평균 시속 47㎞의 속력으로 약 967㎞를 비행해 중국에 도착한 반면, 다른 1마리는 평균 시속 51km의 속력으로 약 1379㎞를 비행해 월동지인 대만에 이르렀다.
문화재연구원은 “이번 저어새 이동경로에 대한 연구정보는 문화재청 누리집(www.cha.go.kr)에서 문화재 공간정보(GIS)시스템과 연계한 ‘천연기념물 생태지도 서비스(http://gis-heritage.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앞으로 현지조사단의 월동지 실태조사, 저어새와 번식지를 함께 보존하기 위한 번식지 복원사업을 수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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