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방첩망 복원 절박성과 獨 슈타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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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0월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일하기 전에는 동독의 해외공작총국(슈타지)이 서독 사회 전반에 걸쳐 얼마나 광범위하고도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 서독은 자세히 몰랐다.
한마디로, 북한은 노골적인 핵무기 사용 협박과 함께 동독식 간접침략 형태인 '밑으로부터 혁명'과 '위로부터 혁명'의 통일전선전략 공작을 일관되게 추진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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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0월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일하기 전에는 동독의 해외공작총국(슈타지)이 서독 사회 전반에 걸쳐 얼마나 광범위하고도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 서독은 자세히 몰랐다. 동독이 해체되고 슈타지 기밀문서를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전모를 파악하고 경악했다. 무려 3만여 명의 슈타지 요원 및 협조자가 노조와 시민단체, 학계 및 문화·종교계에 침투해 암약했고, 심지어 연방의회 의원들 상당수까지 포섭된 상태였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 북한 간첩단이 잇달아 적발되고 있어 독일의 경험을 타산지석 삼을 필요가 있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된 후 지난 30년간 북한의 대남공작은 남측의 평화 지상주의를 오히려 역이용해 갈수록 공세적으로 지능화해 왔다. △여간첩 이선실 사건 △민족민주혁명당 간첩단 사건 △일심회 간첩단 사건 △왕재산 간첩단 사건 △청주 간첩단 사건과 △제주 거점 ‘ㅎㄱ ㅎ’ 사건 및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와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북한 공작지령 접수(혐의) 등이 대표적이다. 한마디로, 북한은 노골적인 핵무기 사용 협박과 함께 동독식 간접침략 형태인 ‘밑으로부터 혁명’과 ‘위로부터 혁명’의 통일전선전략 공작을 일관되게 추진해 온 것이다.
북한 김일성 주석은 평소, 꺾어지는 해인 1995년까지 남조선 제도권에 ‘혁명적 교두보’를 완성하라고 공작지휘부를 다그쳤다고 생전에 황장엽 씨는 회고했다. 김정일도 수시로 남한의 열린 소통 공간인 인터넷을 ‘해방 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통일전선 공작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위력적인 사이버 공격 전사 5000명 양성은 그래서 본격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현대전은 하이브리드 전쟁, 즉 고도의 전략심리전이고 정보 신경전이다. 그만큼 민·군 영역 없이 선전선동 공작과 사기교란 정보작전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물론 국가정보원도 이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첨단 기법과 고도로 훈련된 요원들이 ‘그림자 전쟁’을 국익의 최전선에서 묵묵히 수행해 왔다.
그러나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지나치게 북한을 의식해 국가보안법을 사실상 사문화시켜 대규모 간첩단 사건 수사가 이제야 제대로 시작됐다. 참으로 만시지탄이다. 우리가 본받으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국가안보를 위해 공세적인 대외공작을 예방전쟁 차원에서 과감히 수행해 왔다. 그리고 더러 오류와 실패가 있더라도 이스라엘 국민은 모사드를 신뢰한다. 정보가 곧 안보의 창이고 방패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내년부터 경찰에 이관시킨다는 것은 이 같은 정보 특성의 세계화 시대에 분명히 역행하는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대규모 간첩망에서 보듯, 간첩 활동의 국내외 공작 연계는 각국 정보기관과의 실시간 공조 협업 없이는 수사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는 오직 국정원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기존의 대외정보 네트워크만이 할 수 있다. 우리 경찰력이 과연 이를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을지, 또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대가를 치를 것인지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 시간은 결단코 우리 편이 아니다. 안보 정보에는 성역이 없고 타협도 없으며 평화는 돈 주고 살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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