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푼이 아쉬워 설날에도 일한다

2023. 1. 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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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7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이옥연(58) 씨는 이른 아침부터 가게 주변을 청소하고 있었다.

이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첫 연휴이지 않냐. 이 시기에 바짝 일해야 한다"며 "요즘 가게 매출 회복이 실감되고 있어 다들 일하려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이두승(51) 씨는 연휴 기간 내내 가족들과 함께 가게에서 바쁘게 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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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내내 영업하는 곳도 상당수
알바 일자리 구직자도 36.4% ↑
거리두기 없는 명절 기대감에
고공행진 물가·경기 악화도 ‘한몫’

20일 오전 7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이옥연(58) 씨는 이른 아침부터 가게 주변을 청소하고 있었다. 이씨는 지난해와 달리 설날 당일에만 쉬고 이번 설 연휴에도 일을 하기로 정했다. 이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첫 연휴이지 않냐. 이 시기에 바짝 일해야 한다”며 “요즘 가게 매출 회복이 실감되고 있어 다들 일하려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이민세(33) 씨도 올해 설에도 근무를 할 예정이다. 이씨는 “해가 바뀌면서 최저임금이 오르긴 했지만 물가도 많이 올라서 일을 하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며 “물건 가격이 바뀔 때마다 가격표를 갈아끼는데 물가 오르는 속도가 무섭다고 느낀다. 우유, 라면같이 늘 먹는 것들이 오른다”고 말했다.

올해 설 연휴를 ‘일하는 명절’로 보내는 사람이 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거리두기 없는 명절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견디기 어려운 물가와 불경기를 극복해보려는 마음이 더 컸다.

실제 설 연휴 기간 동안 일 하는 사람, 일 구하는 사람 모두 증가했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모아 보여주는 ‘설날알바’ 태그 기능 도입 후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알바 지원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6.4% 증가했다. 구인구직사이트 알바천국에서 자영업자 18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76.7%가 연휴 기간에도 쉬지 않고 일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5%는 연휴 기간 하루도 쉬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설날 당일에도 가게를 쉬지 않는 업주들은 ‘쉼보다 돈’이 우선라고 말했다.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이두승(51) 씨는 연휴 기간 내내 가족들과 함께 가게에서 바쁘게 일할 예정이다. 이씨는 “영업이 잘 되든 안 되든 일단 매장을 열어 놓고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마음이 크다”며 “또 (이용객인) 대학생들 중에는 연휴라 해도 친구랑 노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일하는 직원들도 불경기·고물가 여파 등으로 일자리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2023년 최저임금은 직전 해보다 5% 인상된 9620원이었지만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5.1% 올라 사실상 동결이 됐다. 최저임금이 오르긴 했지만 그만큼 물가도 함께 올라 일을 더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알바천국이 성인 남녀 26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 연휴 아르바이트 계획이 있다고 답변한 비중은 54%로 지난해보다 15.2% 늘었다.

백화점에서 청소 일을 하는 맹용재(59)씨는 “연휴라 해도 회사에서 추가 근무를 하라 하면 기꺼이 지원할 것”이라며 “어짜피 가족들도 바빠서 잘 못 모이고 전기·가스 요금은 오를 대로 올라서 일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가게를 운영하는 업주도 재료 가격과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직원을 쓰지 않고 명절에 직접 일하는 업주도 있었다. 통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26만7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446만7000명) 이후 가장 많았다.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32) 씨도 “직원들에게 나오라고 하는 것보다 내가 일하는 게 낫다. 설 당일 직원 없이 배우자와 함께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할 것”이라며 “사장은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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