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명의 졸업식...2년간은 이마저도 없다 [70th 창사기획-리버스 코리아 0.8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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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기차역에서도 40분 이상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추곡초등학교.
2010년 제45회 졸업식에서 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이후 추곡초 졸업생은 줄곧 한 자릿수다.
졸업생 서준 군의 어머니 최선희(53) 씨는 "학교의 교육 시스템에는 정말 만족한다. 서준이는 북산면에서 나고 자라 추곡초에서 행복하게 지냈다"면서도 "4학년 때 친구 1명이 전학을 갔는데 상심이 컸다. 또래친구가 적은 것이 아쉬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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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마을 주민 모여 한마음 축하
“아이들 많아져야 희망 커진다”
저출산 쇼크 20년간 학생 감소세
전국 200여곳서 ‘나홀로 졸업식’
춘천 기차역에서도 40분 이상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추곡초등학교. 지난 13일 이곳에서는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이 학교의 총 재학생 수는 7명. 이 가운데 2명이 이날 졸업했다. 마을주민 25명과 교직원을 포함한 온 마을사람이 함께 졸업을 축하했다. 이들이 마음을 모아 전한 메시지는 한 가지다. “아이들이 많아져야 희망도 커진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 쇼크 속에 학령인구의 브레이크 없는 급감세는 갈수록 속도를 높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수는 5143만9038명으로, 전년 대비 19만9771명 줄어들며 3년 연속 감소했다. 아이들 수가 줄어드는 속도는 더 가팔랐다. 초등학생 수는 이미 2002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교육부 조사결과 2002년 413만8366명이던 초등학생 수는 2022년 266만4278명으로 반 토막 났다. 추곡초 졸업식 풍경은 머지않은 미래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재연될 수 있는 무서운 예고편일 수 있다. ▶관련기사 4·5면
▶“작은 학교지만 6년 동안 행복했어요”=졸업식 주인공은 두 사람, 김효은(13) 양과 이서준(13) 군이다. 선생님들은 두 사람에게 정성스레 졸업장을 건넸다. 추곡초 운영위원회·학부모회·총동문회, 추곡교회, 이장단협의회 등 마을단체 대표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장학금을 주는 이도 있었고 다가와 꼭 안아주는 이도 있었다. 2명을 위한 졸업식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그사이 자리를 뜬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임기가 2년 남은 김성회(53) 교장에게는 이번 졸업식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진급생 중 5, 6학년이 없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30~40명이었던 재학생 수는 2010년대 들어 10명 이하로 줄었다. 2010년 제45회 졸업식에서 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이후 추곡초 졸업생은 줄곧 한 자릿수다. 2016년과 2021년에는 졸업생이 없어 졸업식을 하지 못했다. 김 교장은 “졸업식만 날인가요? 한 학년이 끝날 때 아이들에게 수료식을 열어줘요. 앞으로 수료식도 마을분들을 모시고 크게 할 겁니다”라고 약속했다. 추곡초 6학년 담임이었던 안정원(47) 교사는 “작은 학교일수록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의미가 크다. 학교는 마을의 구심점이고, 아이들은 마을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국가 존립에 영향” 이대로는 추곡초도 위험=추곡초가 있는 북산면의 유소년(0~14세) 인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10년만 해도 유소년 인구가 전체에서 4.33%를 차지했으나 2020년에는 2.81%로, 1.52% 포인트 감소했다. 북산면 유소년 인구 감소 추세가 이어진다면 추곡초가 없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단순히 추곡초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 홀로 졸업식’은 전국적으로 이미 흔한 풍경이 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졸업생이 1명 이하였던 학교는 2020년 215개교, 2021년 229개교, 2022년 208개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통폐합한 초등학교(분교 포함)만 78개에 달한다.
졸업생을 향한 환한 웃음 속에 학생 수가 줄어드는 데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특히 마을을 지켜온 어르신들의 마음은 더 착잡하다. 북산면이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결국 학교까지 폐교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마을주민 풍중섭(77) 씨는 “그동안 북산면에서 아이들이 태어나는 걸 본 게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며 “마을은 물론 국가 존립에도 영향을 끼치는 문제다. 북산면은 젊은 사람들이 먹고살 만한 일자리가 없어 인구가 늘기 더 힘들다”고 말했다.
단순히 마을 규모가 줄어드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인구감소는 아이들이 경험하는 대외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졸업생 서준 군의 어머니 최선희(53) 씨는 “학교의 교육 시스템에는 정말 만족한다. 서준이는 북산면에서 나고 자라 추곡초에서 행복하게 지냈다”면서도 “4학년 때 친구 1명이 전학을 갔는데 상심이 컸다. 또래친구가 적은 것이 아쉬움”이라고 했다. 안정원 교사는 “작은 학교가 없어지면 가뜩이나 삭막한 시골마을이 더 분산되고 뭉치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춘천=박지영 기자
출생률 0.81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34개 회원국 중 출생률이 1명이 되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인구 소멸’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곳곳에서 진행 중에 있다. 산부인과에서는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고 문을 닫는 초등학교도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까지 겹쳐 지방 기업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40년 전 2명대였던 출생률은 3년 전에는 1명대로 무너졌고 이제 0명으로 수렴 중이다. 이대로 방치될 경우 국가의 존망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2023년은 달라야 한다. 헤럴드경제가 창사 7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 ‘리버스 코리아(rebirth Korea) 0.8의 경고’를 준비했다. 적나라한 저출생 실태를 짚어보고 MZ세대와 전문가 심층 인터뷰, 해외사례 등을 통해 출생률 제고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다. 2023년은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원년이 돼야 한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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