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현’-‘나’홀로-‘안’철수...與 당권 설민심이 변수

2023. 1. 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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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당권주자 SWOT 분석
파죽의 김기현 ‘1차 과반’ 자신감
사면초가 나경원, 출마 미지수
‘뒷심’ 안철수, 결선서 뒤집기 전략
‘수도권’ 윤상현, 安과 연대 주목

“결국 설민심이 당권 향방을 가른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불과 4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이번 선거는 그러나 과거와는 양상이 많이 다르다. 전당대회 결과에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제로’가 됐고, 대통령의 영향력이 전당대회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 기사엔 ‘윤심’이 빠진 기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다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물리적 변인은 역시 설민심이다. 설 연휴를 전후해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여부도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유력 후보의 출마 여부는 전당대회 선거판의 흐름을 바꿀 주요 구도 변화 요인 중 하나다.

▶ ‘기호지세’ 김기현... 이대로 당대표?= 국민의힘 당권 주자 김기현 의원은 설 민심을 코앞에 둔 시점, 가장 기세가 오른 후보다. 선거 초반 3~5% 안팎에 머물던 김 의원은 선거 50여일을 앞둔 시점, 국민의힘 지지층 내 여론조사에서 1위로 우뚝 올라섰다. 이후 김 의원의 지지율은 2주 연속 1위다. 그야말로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세’다. 김 의원은 내친김에 ‘무결선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 MBC 라디오에 출연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1차 과반 당선’ 기대는 최근 분위기로만 보면 달성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김 의원은 최근 당원 민심에 의원 조직력 등이 제대로 가동되며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과거와는 달리 여론조사가 전대 결과에 반영되는 비율이 ‘제로’가 되면서 국민의힘 전대는 당원들이 100% 당대표를 뽑는 첫 선거가 됐다. 이는 통제 가능한 ‘당원 표심’이 당락의 결정적이란 것을 의미하고, 이 때문에 첫 투표에서 과반 득표 후보자가 나오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변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3·8 전당대회’에 결선 투표를 도입했다. 후보자 5인 이상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첫 선거 결과에서 김 의원이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이변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김기현 캠프 측에선 일단 최종 결선에 ‘김기현-안철수’ 구도가 형성될 경우 승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 국민의힘 당적을 가진 이력이 짧아 나경원 전 의원에 비해 당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는 것이 김기현 캠프가 내린 잠정 결론이다. 또다른 변수는 당원수 변화에 따른 당원 민심을 아직은 누구도 모른다는 데 있다. 지난해 30만명 수준이었던 당원 수가 최근 90만명에 육박한다.

▶ ‘고립무원’ 나경원... 출마냐·불출마냐= 이번 설 정치 이슈 가운데 가장 뜨거운 것 중 하나는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9일 오후 자택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며칠간 제 지난 정치 여정에 관해 생각해보고 뒤돌아 보고 있다. 생각을 곧 정리해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당초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전 출마선언’을 공언했으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해임 등 과정을 겪은 뒤 다시 ‘잠행’에 들어갔다. 예정됐었던 18일 일정과 19일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정치권에선 나 전 의원의 ‘잠행’의 결정적 원인을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지난 17일 발표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 비서실장은 별도의 언론 공지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보다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신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비서실장의 발언 후 국민의힘 초선 의원 48명이 ‘나경원 비토’ 연판장이 공개됐다. 연판장에 연명한 의원 수는 50명으로 늘어났다.

지지율 하락도 문제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 내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 2위로 굳어지고 있다. 일반국민 인지도 측면에선 김 의원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당 분란’을 원치 않는 국민의힘 당원들 입장에선 나 전 의원의 출마 행보가 곱지 않게 보일 수 있다. 당 안팎의 ‘나경원 때리기’도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나 전 의원에게 ‘금수저의 탐욕’, 김태흠 충남지사는 ‘장만 서면 얼굴 내미는 장돌뱅이’라 직격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도 전대 불출마를 요구했다.

나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열려있긴 하다. 가장 중요한 ‘당선 가능성’ 측면에서만 보면 결선 투표가 나 전 의원에겐 기회 요인이다.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를 두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내 모든 인사들이 나서서 나 전 의원을 공격하는 것이 결과적으론 핍박 받는 ‘나다르크’로 비쳐지며 동정표가 나 전 의원에게 투사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입당 이력이 짧은 안 의원에 비해 ‘결선 경쟁력’에선 나 전 의원이 앞선다는 분석도 많다.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는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귀국일인 오는 21일을 전후해 최종 확정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 ‘수적천석’ 안철수...‘철수’는 없다=‘수적천석(水滴穿石)’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로, 대선을 앞둔 지난해 1월1일 안철수 의원이 꼽은 사자성어다. 이로부터 1년 후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안 의원은 지금도 ‘수적천석’의 마음으로 당대표 선거에 임한다. 안 의원의 최대 강점은 국민의힘 입당 후에도 꾸준한 ‘지지율’이다. 안 의원에 대한 인지도는 여느 정치인을 넘어서며, 2016년 총선에서 탈당해서 나간 뒤 40석에 육박하는 의원들을 거느린 당대표 선거 경험도 안 의원을 단단하게 만드는 이력이다.

안 의원의 당대표 선거 전략은 1차 선거에서 과반 후보가 나오지 않게 만든 뒤 결선에서 열세를 뒤집는 ‘뒷심전략’으로 분석된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 안팎에서 제기되는 나 전 의원에 대한 비판여론에 대해 “분열이나 집단린치 같은 일이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를 현실 선거에 대입하면 1차 선거 전략은 ‘결선투표’가 목표고, 결선에서 김 의원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하는 전략이다. 가급적 표를 많이 받아갈 수 있는 후보가 여러명이 나와야 결선 투표 가능성이 열린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안 의원의 또다른 전략은 ‘윤심’ 역행 발언은 극히 삼간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선거 초기부터 ‘나는 윤석열 정부의 연대보증인’이라는 슬로건으로 윤석열 정부의 입장과 대부분 의견을 함께 했다. 안 의원은 ‘김대기 실장의 나 전 의원 비판 이슈’에 대해서도 “사안과 사실에 대해 나름대로 정확하게 알리고자 그런 의도로 한 것 같다”고 대통령실 입장을 두둔했다. 김 비서실장이 입장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 의원의 결선 진출 가능성은 아직은 불투명하다. 나 전 의원이 출마를 하지 않고,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출마를 하지 않을 경우 당심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김 의원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 가능성이 커진다. 관건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인데 ‘당이 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의견이 당원들 사이 많아질 경우 안 의원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있지만, ‘당이 대통령을 더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을 경우 안 의원의 기회 요인 역시 소멸될 수 있다.

▶ ‘절차탁마’ 윤상현... 수도권 4선=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수도권 4선 의원이다. 국민의힘 내 현역 의원 가운데 수도권에서 4선을 한 의원은 권영세·박진·김학용 등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차기 당대표는 2024년 국회의원 선거(총선)을 지휘해야 한다. 자타공인 총선의 승부처는 전국에서 가장 의석수가 많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고, 이 때문에 윤 의원 등 수도권을 지역 배경으로 한 의원들 사이에선 ‘수도권 당대표론’이 선거초반부터 제기되기도 했다.

윤 의원의 전대 전략은 대통령실과는 각을 세우지 않되, 수도권의 민심은 일정 부분 정치에 반영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읽힌다. 윤 의원은 나 전 의원에 대해 “본인은 친윤이고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안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돌아가는 형국은 친윤이 아니라 반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신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이란 발언에 대해선 “중동엔 훨씬 더 복잡한 역학관계가 존재한다. 참모진들이 대통령을 모시는 데 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선거초기부터 ‘수도권 연대론’을 가지고 나왔다. 선거 40여일을 앞둔 시점에도 윤 의원은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당대표 후보군들 사이의 연대가 필요하고, 그런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윤 의원은 ‘안철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교감이 있다. 안철수 의원이나 저나 수도권 후보들끼리 수도권 공동 선대위 구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의원은 또 ‘안철수와의 교감’을 묻는 질문에 “교감이 있다”고 말했다. 홍석희·신현주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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