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드레스코드’ 한복?…MZ들은 생각이 달라
명절이면 전 날부터 온 가족이 모여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던 차례상도 이제는 간편식 제품으로 준비하고, 은행을 찾아 신권을 바꿔 준비하던 세뱃돈도 모바일 뱅킹으로 송금하는 시대다.
으레 찾던 한복 역시 시대가 변하며 어른을 찾아뵐 때 불편한 한복 대신 양복을 입는 것이 문화가 된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가치소비’에 진심인 M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한복이 변하고 있다.
길고 거추장스러운 옷이었던 한복이 이들에게는 ‘힙’한 스타일의 새로운 트렌드로 조금씩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실제로 다양한 SNS에서는 한복을 입고 달리기를 하는 러닝트레이너의 사진에 수백만 개의 ‘좋아요’가 달리는가 하면 패션·리빙 브랜드 자주가 실내복용으로 만든 생활 한복은 출시 직후 초도 물량이 모두 팔리기도 했다.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은 개량 한복을 무대의상으로 착용했고, 이들의 콘서트에는 종종 한복 저고리를 입은 금발의 외국인 팬들마저 눈에 띈다. 특히 BTS의 멤버 슈가와 진의 경우 평상시에 생활 한복을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을 따라 한복을 즐기는 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활 한복의 인기는 주로 젊은 층이 이용하는 와디즈 펀딩에서도 드러났다.
국내 SPA 브랜드 중 최초로 생활한복을 출시한 ‘스파오’의 생활한복은 지난 해 6월 와디즈에서 펀딩 목표치의 1만7000%를 넘어서는 펀딩액을 받으며 이들 세대의 인기를 방증했다.
이 처럼 한복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면서 이를 유니폼으로 도입한 기업도 생겨났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해부터 국내 전 점에서 생활한복 유니폼을 도입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 역시 “20~30대 직원들이 생활한복을 유니폼으로 입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 이를 수용, 유니폼으로 도입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복에 대한 관심은 최신 트렌드를 이끄는 스트리트 패션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앞서 ‘K-패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바탕으로 지난 해 삼성전자 Z플립4는 물론 아모레 한율, 만화 궁, NFT업체 메타조선 등과 다양한 협업 제품을 선보였던 모던 패션브랜드 리슬은 한복의 분위기를 차용한 허리띠와 노리개, 매듭 귀걸이, 팔찌, 키링, 머플러, 앞치마, 마스크, 양말, 그립톡 등을 공개했다.
리슬은 이를 통해 한국적인 특색을 갖춘 아이템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SPA 브랜드 ‘자라(ZARA)’ 아이들을 위한 ‘한복 컬렉션’을 최근 공개했다.
생후 6개월부터 만 5세 여아, 남아를 위한 생활 한복 컬렉션으로, 글로벌 브랜드 자라가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선보인 첫 번째 컬렉션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두루마기가 연상되는 외투와 카디건, 조끼는 한복의 고름에서 착안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이번 컬랙션은 뜨개와 누빔 소재가 주는 따뜻함이 특징이다. 마고자를 재해석한 셔츠는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고 플라워 프린트에 레이스를 더한 치마와 조거 핏의 누빔 바지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실용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자라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자라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생활 한복을 다시 한번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제 한복에 대한 관심은 전통 패션 유통 채널을 넘어 메타버스 공간으로도 이어졌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MZ세대 사이에 인기몰이 중인 ‘제페토’ 내에 월드를 구축, 서비스를 운영한 것이 대표적으로, 이번에 공개된 ‘비원:500년 비밀의 정원(이하 비원)’에 대해 진흥원은 “전통생활문화 메타버스 서비스는 시공간을 초월해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 콘텐츠를 보급하고 체험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상에 구축된 비밀의 정원은 실제 창덕궁 후원에 착안해 꾸며진 공간으로, 부용지와 부용정, 영화당, 주합루, 서향각, 어수문 등이 월드 내 최대한 실제와 유사하게 구현한 것은 물론 소나무와 백일홍 등 전통적인 조경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여유로움과 계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진흥원은 MZ세대를 대변하는 인기 제페토 크리에이터들이 전통한복 아이템을 새롭게 해석한 ‘K-패션’을 선보일 예정. 어렵게 여겨질 수 있는 한복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콘텐츠라는 설명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창덕궁 후원은 예약한 소수만 관람할 수 있는 비밀의 정원으로, 우리 전통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식한 아름다운 곳”이라면서 “최근 MZ세대 사이에 각광을 받고 있는 메타버스 플래폼에 정원을 구현하고 전통 생활문화와 접목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임으로써 한복 등 우리 고유 문화를 알리는 한편, 친밀감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충진 기자 h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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