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도집행 뒤 몰래 석달 거주…아현동 지하방 ‘현실판 기생충’

前 소유주의 딸이었던 여성
13년간 소유권 분쟁 후 패소
법원명령 불복 후 거주 중 발각

대법원 전경. 법원 홈페이지

서울 마포구 아현동 달동네의 한 연립주택 지하 1층에서 3달째 몰래 거주하던 50대 여성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여성은 집주인과 13년째 소유권을 두고 다퉈왔고,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집주인 손을 들어주면서 명도집행까지 당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이 집에 몰래 살았고, 최근 거주 사실이 들통나 주민들 사이에서 “영화 ‘기생충’의 현실판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해당 주택 소유주의 동생 A(57) 씨는 지난 15일 이 연립주택 한집에 거주하는 세입자가 물이 샌다고 해 공사를 하러 주택 지하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지하 입구 문이 열리지 않아 대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의아하게 여겨 여러 번 두드리자 집을 비운 줄 알았던 B(53) 씨가 나왔기 때문이다. B 씨는 이날 주거침입 혐의로 신고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해당 건물은 ‘기생충’ 촬영지인 아현동 달동네에 있다. 이 주택은 지상 1~2층과 옥탑방, 지하 1층 구조다. B 씨가 거주한 지하방은 건물 오른쪽에 창고처럼 붙어있고, 출입문도 별도로 있어 거주 여부를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B 씨는 본래 해당 주택 소유주의 딸이었다. A 씨의 언니는 2006년 7월 3억7000만 원에 B 씨의 어머니 C 씨로부터 주택을 샀다. A 씨는 대출금 및 임차인 승계 등으로 나중에 치르기로 한 잔금 4300여만 원은 2008년 법원에 공탁을 마쳤다.

이들의 사이는 2009년 C 씨가 “매매 계약은 무효”라고 소송을 걸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대법원은 “날인 행위가 원고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거나, 소유권이전등기가 위조된 서류에 의해 이뤄졌음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2011년에는 A 씨 측이 C 씨를 상대로 부동산명도소송을 걸었고, 대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2020년 6월 C 씨가 사망한 뒤에도 B 씨가 집을 비우지 않자 A 씨 측은 B 씨를 상대로 건물인도소송을 벌였고, 대법원은 또다시 A 씨 승소 결정을 내렸다. A 씨 측은 지난해 10월 27일 명도집행을 했다. 그러나 B 씨는 “매매 계약 자체가 인감을 빼앗고 지장을 위조해 체결된 불법 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보름·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