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인식토록 새 농정 펼치겠다” [헤경이 만난 사람 -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미래산업 농업성장에 되레 걸림돌
올 39개소 가루쌀 생산단지 조성
수급안정·식량안보 ‘두토끼’ 잡을것
설성수품 최다공급, 최대50% 할인
K푸드플러스로 100억弗 수출목표
“국민 모두가 농업을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인식하도록 농정정책을 펼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농축산업 관계자들의 인식은 물론 관련 정책도 수세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윤석열정부 농촌농업 정책을 이끌고 있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잠사회관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농식품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이루고 싶은 소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농업은 미래성장산업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기술고시 20회 출신인 정 청장은 1985년 농업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38년간 대변인, 농촌정책국장, 농어촌정책국장, 농업정책국장, 청와대 농축산식품부 비서관 등 농식품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농정통(通)이다. 정 장관은 공직생활 동안 오롯이 농정에만 몰두했지만 업무 시야가 넓고 선이 굵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미래 세대를 바라보는 농정을 펴야 한다’는 사명감 아래 식량 안보 위기, 농축산품 물가관리, 원윳값 개편, 양곡관리법 등 난제에도 특유의 뚝심과 강한 스킨십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윤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하고 미래 농정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농식품부의 직제 개편도 단행했다. 기획조정실, 농업혁신정책실, 식량정책실 등 3실 체계로 전환하고, 반려동물 등 동물복지 정책을 총괄하는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을 신설했다.
▶과잉 쌀에 연평균 1조원이상 투입 ‘반대’= “전국농민총연맹(전농) 빼고는 다른 농민단체들은 양곡관리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양곡관리법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한 거죠.”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지난해 12월 26일 국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통과를 앞둔 양곡관리법 개정을 전면 재고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정 장관은 과잉 쌀을 의무수매토록 하는‘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줄곧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면 오히려 쌀 과잉 공급을 심화할 뿐 아니라 쌀값 안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 장관의 우려다. 공급이 넘치는 쌀 대신 수입의존도가 높은 밀·콩 등의 국내 생산을 확대해야 하는 생산 전환 정책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한정된 예산에서 남아도는 쌀을 매입하는데 소요되는 예산 증가는 청년농·스마트팜 등 농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도 장애요인이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돼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면 2027년 1조1872억원, 2030년 1조4659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쌀 초과 공급량이 지금의 20만t(톤) 수준에서 2030년 60만t 이상으로 늘고, 쌀값은 80㎏당 17만원대 초반으로 최근 15년 평균보다 10%정도 하락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부분의 농민단체가 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며 국회에 재고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쌀 시장격리 의무화는 농업에도, 쌀값 안정을 원하는 농민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결정이 이뤄지도록 국회와 농업인을 계속 설득할 것입니다.”
정 장관은 지난달 27∼29일 3일간 장인상 기간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 요구가 의결된 직후 직접 관련 브리핑을 열기도 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설명해온 정 장관은 당시 상황을 국민들에게 다시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상중에도 기자실을 찾았다.
▶쌀 공급과잉·식량자급률 최고 해답 ‘가루쌀’= “논 농사에 유리한 우리나라에서 가루쌀은 밥쌀의 만성적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수입 밀가루 수요를 대체해 식량안보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정 장관은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6년 8월 농촌진흥청장 취임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BT)의 융·복합을 통한 농산업의 미래성장과 수출 산업화라는 목표아래 ▷가루쌀 활성화 ▷스마트팜 ▷반려동물 ▷밭농업기계화 ▷곤충 및 식·의약 등 5가지 과제를 ‘톱5(Top 5) 융복합 프로젝트’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윤 정부의 농정 핵심 방향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가루쌀은 통일벼 이후 제2의 녹색혁명을 이끌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가루쌀 활성화야말로, 쌀 재배면적은 매년 2%씩 줄지만 쌀 수요량은 그보다 더 많이 감소하는 현실을 타개할 실용적 접근이라는 평이다. 보통 쌀은 5월 말에서 6월 초에 이앙해 11월이 돼야 수확할 수 있다. 가루쌀은 일반 벼보다 한 달 늦게 6월 말에서 7월 초에 이앙한다. 수확은 일반 벼보다 더 빨리할 수 있어 이모작이 가능하다. 또 쌀에는 아토피 등을 유발하는 글루텐이 없다는 점이 강점이다. 가루쌀을 통해 수입 밀가루 수요를 대체하고, 떡, 국수, 과자는 물론 쌀빵, 쌀라면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널리 보급함으로써 쌀 공급과잉 해소와 식량자급률 제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정 장관의 소신이다.
“올해 39개소의 가루쌀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해 재배면적을 2000ha로 확대하고 1만t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가루쌀은 세계 하나뿐인 종자라는 점과 미국 이유식에는 쌀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수출 효자 품목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해요.”
▶역대 최대 규모 성수품 공급 ‘최대 50% 할인’= “최근 공주시 산성시장을 가보니 과일, 소고기 등 성수품 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졌는데 잘 팔리지 않아서 상인들이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상인들이 오히려 농가 걱정을 할 정도였습니다. 농축산물 할인행사를 통해 국내 농축산물을 20~30% 할인판매하고 있고, 전국 마트의 자체 할인까지 포함해 최대 50%까지 저렴합니다.”
정 장관은 21일부터 시작되는 설연휴를 앞두고 전통시장을 비롯한 과수 거점 산지유통센터, 하나로마트 등을 연일 찾아 설 성수품 수급 및 유통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설 성수품 수급과 민생안정을 위해 지난 2일부터 설 명절 전까지 3주간 ‘수급안정 대책반’을 운영하면서 정부 비축, 농협 계약재배 물량 등을 활용해 주요 성수품을 평시 대비 1.5배 확대 공급하고 있다. 정 장관은 추진 상황을 매일 점검하는 등 성수품 수급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하고 있다.
전국 1만1399개 유통업체를 통해 최대 161억원 규모의 할인지원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자조금을 활용한 소고기, 돼지고기 할인행사와 함께 주요 대형마트별로 자체적인 계란 할인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또 대형마트, 온라인몰보다 전통시장 이용이 익숙한 어르신 등을 위해 설맞이 할인행사를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업해 국산 신선 농축산물 구매금액의 최대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환급행사도 처음으로 시범 실시한다.
“역대 최대규모의 설 성수품 공급을 통해 안정적인 수급 여건을 조성토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등으로 명절을 보내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농축산물 할인 지원, 실속 선물꾸러미 공급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 노력을 추진한 만큼 국민들이 따뜻한 명절을 보내길 바랄 뿐입니다.”
정 장관은 동시에 민생안정과 물가를 최우선으로 하는 가축전염병 특별 방역대책을 진두진휘하고 있다. 방역 현장을 누비며 빈틈없는 대응 진영을 구축, 설 연휴기간 비상근무반을 편성해 24시간 비상 연락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설 연휴 전후에 전국 일제 소독의 날을 운영하는 등 방역을 강화함은 물론, 신선란 수입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정 장관은 강조했다.
▶‘K푸드 플러스(+) 수출 ’농식품 100억달러 달성‘ 목표= “글로벌 물류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지난해 농식품 수출은 전년보다 3.2% 증가해 역대 최고 실적인 88억3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한류 연계 마케팅과 현장 애로해소 노력의 결실입니다. 올해는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총력 지원할 계획입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산물 수출액은 88억3000만달러로 전년(85억6000만달러)보다 3.2% 늘면서 역대 최대를 또 경신했다. 아세안은 한류 인기로 전년 대비 6.2%증가했으며 중동 6개국(15.1%)과 유럽(14.1%)은 두 자릿수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정 장관은 올해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민관 협의체인 ‘K푸드 플러스(+) 수출 확대 추진본부’를 만들고 정 장관이 본부장을 맡아 농산물과 식품뿐 아니라 스마트팜, 농기계 등 농업 분야 수출 지원에 직접 챙길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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