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웹보다 강력한 차세대 우주망원경...지구 닮은꼴 행성 찾는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성능의 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의 뒤을 잇는 차세대 우주망원경 ‘거주가능한 세상 천문대(HWO)’의 청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2040년 지구에서 약 150만km 떨어진 우주 공간을 향해 떠나 지구를 닮은 외계행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게 주 임무다. JWST와 달리 유지 보수를 할 수 있어 수십년 동안 작동이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된다. 민간이 우주개발을 이끄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그간 민간의 참여가 적었던 우주망원경 분야의 민간 참여확대도 추진한다.
마크 클램핀 미국항공우주국(NASA) 천체물리학부 부장은 지난 15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제241차 미국천문학회에서 HWO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HWO는 ‘Habitable Worlds Observatory’의 준말로 HabEx로도 불린다.
우주망원경은 지구 대기권 바깥 우주 공간에서 천문 관측을 수행하는 광학 관측 장비다. 천문학자들은 적외선, 감마선 등 다양한 전파의 파장을 활용해 우주를 관측한다. 지상에서는 가시광선이나 근적외선 등 특정 파장대역을 제외하면 대기 영향으로 관측하기 어려운 파장을 갖는 전파들이 많다. JWST처럼 먼 우주 공간으로 우주망원경을 보내면 지상에서 관측이 불가능한 전파를 관측할 수 있다.
HWO는 지구와 같은 행성을 이미지화하고 행성의 대기를 분석하는 데 집중하는 우주망원경이다. 대기에서 물이나 산소, 오존 등 생물학적 활동과 관련 있는 징후를 찾는다. 생명체 탐색 외에도 우주 생성의 역사, 가장 무거운 별의 수명 주기와 죽음 등 일반 천체물리학 분야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임무 수행을 위해 JWST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거울이 HWO에도 필요하다. JWST는 18개의 육각형 거울로 천체 현상에서 나오는 전파 신호를 잡아낸다. 18개의 거울들이 오밀조밀 움직이며 관측 대상 천체를 관측한다.
HWO는 JWST보다 더 엄격한 거울 제어기술이 필요하다. JWST가 나노미터 (nm·1nm는 10억분의 1m) 수준의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면 HWO는 피코미터(pm·1pm는 1조분의 1m) 수준을 요구한다는 게 NASA 측의 설명이다. 또 HWO의 ‘코로나그래프’는 JWST와 비교해 100억배 더 밝은 별을 촬영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그래프는 천체가 내는 빛을 차단해 희미한 외계 행성이 되도록 만드는 망원경 내부의 광학 장치다. 미세운석으로부터 우주망원경을 방어할 장치도 필요하다.
HWO 프로젝트의 잠정 예산은 약 110억달러(약 13조 5905억원)다. NASA는 민간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클램핀 부장은 “2040년 정도가 되면 민간 우주기업들의 기술력 발전으로 로봇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등장할 것”이라며 “우주 발사에 드는 비용도 크게 줄어 예산 운용 유연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WO는 2040년 발사가 목표다. 지구에서 150만 ㎞ 떨어진 ‘제2라그랑주 점’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이 지점은 중력과 원심력이 상쇄돼 빛의 왜곡이 없기 때문에 우주 관측에 유리하다. 클램핀 부장은 “HWO는 아직 초기 계획 설계 상태”라며 “예산 확보 문제 등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HWO에 앞서 여러 차세대 우주망원경이 출격 준비 중이다. 지난해 임무를 시작하며 수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JWST 성공에 힘 입은 것이다. NASA는 허블우주망원경보다 더 적은 시간으로 더 넓은 우주 영역을 관측할 수 있는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을 2027년 발사한다. 유럽우주국(ESA)은 2026년 우주망원경 플라토(PLATO)를,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는 중력파를 관측할 '라이트버드'를 2027년 발사한다.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허블보다 300배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적외선 우주망원경 ‘신톈’을 2024년 발사한다. 한국은 NASA와 함께 우주 전체를 찍는 적외선 우주망원경 ‘스피어X’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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