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영국-스코틀랜드, 이번엔 ‘젠더 이슈’ 갈등…분리 독립 재점화?

황경주 2023. 1. 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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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스코틀랜드가 분리 독립 문제로 영국 정부와 오랜 갈등을 빚는 가운데 이번엔 '젠더 이슈'가 새로운 논쟁으로 떠올랐습니다.

스코틀랜드 의회가 통과시킨 '성 인식 법'에 대해 영국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건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스코틀랜드의 '성 인식 법'은 어떤 내용이길래 이렇게 논란이 되는 건가요?

[기자]

스코틀랜드 의회가 지난달 통과시킨 법안인데요.

트렌스젠더가 법적으로 성별을 바꾸는 것을 더 쉽게 하도록 한 법입니다.

스코틀랜드에서 법적 성별을 정정하려면 '성 인식 증명서(GRC)'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그 절차를 훨씬 간단하게 하고, 성별 전환이 가능한 최저 연령도 현행 18살에서 16살로 낮추는 내용 등이 포함됐습니다.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별을 법적으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고통과 모욕을 줄인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영국 중앙 정부는 이 법이 영국 전역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사상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했습니다.

영국에서는 국왕이 최종적으로 법을 승인하는데,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 의회가 통과시킨 법이 국왕 승인을 받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 수 있습니다.

[앵커]

영국 정부는 구체적으로 이 법안의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된다고 건가요?

[기자]

영국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평등법과 배치된다는 건데요.

스코틀랜드 이외 지역의 영국에 있는 성 소수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거죠.

[알리스터 잭/英 스코틀랜드 담당 국무장관 : "무엇보다 이 법안이 '평등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 우리의 평가입니다."]

또 스코틀랜드만 성별 정정 가능 연령을 16살로 낮추면 행정적인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영국에는 남학교, 여학교가 많은데, 스코틀랜드에서 성별을 정정한 16살 학생이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면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거라고 반박하면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스코틀랜드 의회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앵커]

이번 영국 중앙정부와의 다툼으로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움직임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죠?

[기자]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을 둘러싼 갈등은 영국의 해묵은 과제죠.

두 지역은 1700년대 한 나라가 됐는데, 그 뒤로 크고 작은 분리 독립 갈등이 계속됐습니다.

지난해에도 스코틀랜드 지방 정부가 독립 투표를 하겠다고 했다가 영국 대법원에 막혀 무산됐는데요.

영국 중앙정부가 투표 시행 자체를 동의해주지 않자 스코틀랜드가 대법원의 판단에 기댄 건데, 대법원 역시 영국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스코틀랜드 집권 여당, 국민당(SNP)은 스코틀랜드인들이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다른 합법적 수단을 찾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앵커]

스코틀랜드 정부가 투표를 하고 싶어 하는 걸 보면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분리 독립을 희망하고 있나 보죠?

[기자]

확실히 그렇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게 스코틀랜드 정부의 판단인데요.

스코틀랜드는 2014년에 이미 분리 독립 투표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엔 반대 55%로 부결됐습니다.

하지만 2년 뒤 영국이 브렉시트, 즉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당시 스코틀랜드에선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여론이 컸기 때문입니다.

브렉시트 3년 뒤인 2019년 치러진 스코틀랜드 총선에서 분리 독립을 희망하는 국민당이 압도적인 다수당이 됐고, 국민당은 이제야말로 독립을 추진할 때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관계자 : "그들이 권력 이양을 짓밟는 영국 정부가 되기를 원한다면, 영국의 미래에 마지막 못을 박는 것입니다. 영국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계속 짓밟고 있습니다. 우리는 독립할 것입니다."]

다만 최근 스코틀랜드 주민을 상대로 한 여론 조사 결과는 엇갈리고 있는데요.

영국 공영방송 BBC의 조사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여전히 영국 잔류파가 많지만, 로이터는 너무 팽팽하게 맞서서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지난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스코틀랜드에 머물다 서거하면서 마치 영연방의 통합을 강조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었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네요.

[기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영연방의 구심점이었던 만큼 그 빈자리가 큰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가 원한다고 해도 당장 독립을 결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스코틀랜드의 부채가 비교적 많은 상황이라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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