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부동산]① 서울 외곽부터 거래 늘어날 것… “본격 회복 기대는 시기상조”

조은임 기자 2023. 1. 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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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이후 거래량 느는 ‘설 특수’ 올해는 가능할수도
이달말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외곽 주택 거래량 증가 전망
가격 상승은 ‘글쎄’… 재건축은 ‘토허제’ 묶여

역대급 거래절벽을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수심리가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이다. 금리인상 기조가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새해 첫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면서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갔다. 거기에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해제도 맞물렸다. 정부는 서울의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곳을 조정지역에서 해제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물론 여전히 매수심리가 매우 낮은 수준이기는 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설 연휴 이후에는 지난해 볼 수 없었던 서울 부동산 시장의 ‘설 특수’를 기대해 볼 만 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30일 출시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제 역할을 할 경우 거래량이 늘어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르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여전히 고금리 상황이라서다. 금리인하가 이뤄져야 시장의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에서는 서울의 외곽, 소형, 급매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통계상 나타나는 가격은 더욱 하락할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래픽=손민균

◇거래절벽→매수심리 개선… 금리인상 종료 기대·규제완화 맞물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연초부터 연말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가 멈춰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19일까지 신고된 지난해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만1820건으로 2021년(4만1949건) 대비 72% 가량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는 월 거래량이 1000건을 채 넘지 못했고 10월은 558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던 서울 부동산 시장의 매수심리가 새해를 기점으로 소폭 개선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셋째 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5.8로 전주(64.8)보다 1.0포인트(p) 상승했다. 매수심리를 나타내는 매매수급지수는 2주 전 35주 만에 소폭 반등한 데 이어 3주 연속 올랐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부동산 수요자들의 심리를 조금이나마 움직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서울의 강남3구와 용산구를 뺀 모든 지역을 조정지역에서 해제하고 중도금 대출 상한을 없애는 등 대대적인 규제완화책을 내놨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와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세제 완화 대책을 발표한 데 이은 조치였다.

여기에 금리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로 종전보다 0.25%p 올렸다. 하지만 1년 물을 제외한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등 시장금리는 반대로 움직였고,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8%에 육박하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6%대로 내려온 상황이다.

18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의 아파트 단지./뉴스1

◇연초 거래량 늘어날 가능성… “특례보금자리 대출 효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는 설 연휴를 기점으로 거래량이 다소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례보금자리론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는 30일 출시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은 ‘금리상승기 4%대 고정금리 모기지론’으로 보면 된다.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는 이 상품을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는데, 주택가격 9억원 이하를 기준으로 소득제한 없이 최대 5억원까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적용받지 않는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설 이후에는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특례보금자리론의 효과가 규제완화와 맞물려 실수요자들이 2월부터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정부가 이달 말부터 실시하는 특례보금자리론이 4%로 소득제한 없이 대출을 해주는 만큼 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서울의 아파트값이 일제히 내리면서 9억원 이하 매물이 많아진 것도 특례대출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이라고 했다.

물론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10억3833만원(KB부동산)으로 9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상황이다. 그러나 ‘연쇄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수도권과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 9억원 이하 가격대의 물량이 소진되면 그 외 서울 중심지의 급매물이 팔리는 연쇄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경기·인천 등에서 9억원 이하로 거래가 되면 상급지로 이동하는 수요가 생긴다”면서 “그렇게 되면 거래량 자체는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저가물량 소진에 가격 내려갈수도… 본격회복은 ‘글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의 증가가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서 기준금리 상단을 연 3.50~3.75%로 보고 있어 조만간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 되겠지만, 인하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에는 고금리가 유지될 것이어서 수요가 대대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금리인상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금리인 상황이라 시장의 상황이 급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금리가 인하로 돌아서는 시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까지 거래되는 아파트는 상당수가 가격대가 저렴한 소형아파트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부동산원의 규모별 아파트 매매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건수 총 1만4383건 중 전용 60㎡ 이하의 매매가 7947건으로 전체 거래의 55.3%를 차지한다. 2020년 42.2%, 2021년 46.4% 대비 대폭 상승한 수준이다.

윤 수석연구원은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되면 가격은 더 빠질 수 있다”면서 “가격은 거래량과는 관계없는 흐름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안전진단 등의 규제가 완화된 점에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압구정과 여의도, 목동 등 재건축 단지가 집중된 곳은 대부분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있어 현금이 여유가 있는 실수요자 외에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건축도 거주가치가 있는데 대부분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어 실거주자 외에 접근이 어렵다”면서 “당분간 현 상태 유지가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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