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삶… ‘국민 여배우’ 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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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영면에 들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처럼, 윤정희는 66세가 되던 해인 2010년 이 감독의 영화 '시'로 배우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이 영화는 칸국제영화제에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윤정희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레드카펫을 밟자 '시'에서 윤정희가 열창했던 한국의 트로트 '와인글라스'가 프랑스의 밤을 수놓는 장관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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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청춘극장’으로 데뷔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 열고
66세때 ‘시’ 로 칸 레드카펫
영화속 알츠하이머 인물처럼
인생 마지막을 병마와 싸워
“나는 영화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영면에 들었다. 1944년생인 고인은 23세가 되던 1967년 데뷔 이후 대종상 여우주연상,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각각 세 차례씩 수상하고, 2010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로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한국 영화계를 수놓은 하나의 역사가 저문 셈이다.
윤정희는 지난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 영화로 그해 대종상,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석권했고 이후 ‘팔도강산’(1967), ‘천하장사 임꺽정’ ‘내시’(1968), ‘독 짓는 늙은이’ ‘팔도사나이’(1969)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1960∼1970년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지적인 배역부터 백치미가 넘치는 인물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던 윤정희는 1970년대 초 트로이카를 형성하던 문희, 남정임이 은퇴한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1980∼1990년대 들어 ‘자유부인 ‘81’이 그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위기의 여자’(1987), ‘만무방’(1994) 등도 흥행하며 명성을 유지했다. ‘만무방’으로는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처럼, 윤정희는 66세가 되던 해인 2010년 이 감독의 영화 ‘시’로 배우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이 감독은 윤정희의 본명인 ‘미자’를 ‘시’의 주인공 이름으로 쓰는 정성을 보이며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낸 끝에 그를 다시금 카메라 앞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 윤정희는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미자는 저랑 정말 닮았다. 시를 지어본 적은 없지만 낭송은 많이 해봤다. 생전 미당 (서정주) 선생님과 가깝게 지내며 시를 즐겼다”고 전했다.
이 영화는 칸국제영화제에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윤정희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레드카펫을 밟자 ‘시’에서 윤정희가 열창했던 한국의 트로트 ‘와인글라스’가 프랑스의 밤을 수놓는 장관이 펼쳐졌다. 또한 오랜 기간 남편인 재불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프랑스에 거주한 그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국내 취재진에게는 한국어로, 프랑스 취재진에게는 불어로 능숙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모습은 전 세계로 타전됐다. 당시 “왜 ‘시’로 10여 년 만에 복귀했냐”는 질문에 “나는 영화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며 “90세까지 이런 활동을 계속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으나 그의 소망은 이뤄지지 못했다.
윤정희는 ‘시’로 대종상, 청룡영화상 등 국내 시상식뿐만 아니라 LA비평가협회상, 시네마닐라 국제영화제, 아시아태평양 스크린 어워즈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결국 ‘시’는 윤정희의 ‘인생작’이자 배우 인생 마지막 작품이 됐다. 이 영화 속 미자는 알츠하이머와 싸우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백건우는 ‘시’ 개봉 후 9년이 지난 2019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정희가 10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시’ 속 윤정희의 모습은 연기가 아닌 그의 인생 마지막장이었던 셈이다. 영화 속 미자와 영화 밖 (손)미자의 놀랍고도 슬픈 평행이론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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