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NPT 존중"… 이란 '문제제기' 속 정부 입장 재확인
한·이란 '긴장' 가라앉을지 주목… 대통령실 "오해는 풀릴 수 있다"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19일(현지시간) 보도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NPT 체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방부로부터 연두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선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면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밝혀 국내외에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이런 가운데 이란 외교부는 윤 대통령의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과 더불어 '자체 핵보유' 발언까지 문제삼아 우리 측에 설명을 요구하기까지 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 내용은 핵문제에 관한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이란 측의 문제 제기에도 직접 답한 모양새가 되면서 외교가에선 앞선 발언 등에 따른 한·이란 양국 간 '긴장'이 가라앉을 수 있을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 다보스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번 WSJ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우리가 NPT 체제를 존중하는 게 현실적·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나와 대한민국 국민은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에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현재 미국 핵자산 운용에 관해 '공동기획' '공동실행'이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한미 간에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적대국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능력과 재래식전력, 미사일방어능력 등 억제력을 미 본토 방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개념을 말한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북핵 대응을 위해선 미국의 확장억제와 함께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인터뷰 발언은 앞서 '자체 핵보유' 발언 뒤 미국 측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밝히며 "한미가 공동으로 추구할 건 확장억제 능력 강화다"(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한국은 확장억제 우산 안에 있다"(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 등의 입장을 내놓은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확장억제 강화' 등의 정책 방향을 두고 한미 간에 이견이 없음을 윤 대통령이 직접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동 제1차관도 19일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NPT에 위배된다'는 이란 측 주장과 관련해 "근거가 전혀 없는 문제 제기"라며 "윤 대통령 발언은 날로 고조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억제' 실효성을 강화해가자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샤베스타리 대사는 "본국 정부에 충실히 전달하겠다"고 밝혔다고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전했다.
앞서 이란 외교부는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과 관련해 18일(현지시간) 윤강현 주이란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윤 대통령은 UAE를 국빈방문 중이던 15일 현지에 주둔 중인 우리 군 '아크부대'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다.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해 이란 측의 반발을 샀다.
우리 외교부는 즉각 외교경로를 통해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장병 격려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한·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으나, 이란 외교부는 우리 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한국 내 은행에 동결돼 있는 원유 수출 대금과 윤 대통령의 '자체 핵보유' 발언 등까지 거론하며 항의해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란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NPT에 가입해 있지만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현재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한국 내 은행에 원유 수출 대금이 동결돼 있는 것도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란과의) 오해는 풀릴 수 있다고 본다"며 "오해를 증폭시켜 문제를 어렵게 만들 생각은 양측 모두에 없을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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