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이어지는 유통가 ‘제로’ 열풍
알코올 없는 맥주, 설탕 빠진 음료, 동물성 성분과 글루텐 없는 건기식… 최근 식음료와 건기식을 포함한 유통 업계는 신제품을 기획할 때 건강에 유익하지 않은 성분을 하나 둘 줄이고 빼고 있다. 지난해를 관통했던 ‘제로’ 트렌드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식음료 시장에서 ‘제로’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하이트진로음료의 히트상품 ‘하이트제로0.00’을 들 수 있다. ‘하이트제로0.00’은 2012년 11월 국내 최초로 출시된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로 출시 이후 누적 1억 캔 이상이 판매되었다. 출시 후 몇 차례 리뉴얼을 거치며 알코올, 칼로리, 당류 3가지 모두가 제로인 올프리(ALL-FREE)로 거듭났다. 이에 지난 2022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31% 신장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코카콜라는 지난 18일 제로 칼로리·제로 슈가인 ‘환타 제로 포도향’을 출시했다. 앞서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 제로’, 농심의 ‘웰치 제로’ 등도 기존 음료시장 인기 제품을 제로 슈가 버전으로 출시한 경우다.
업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무알코올, 무설탕 등 ‘제로’ 트렌드가 힘을 잃지 않는 까닭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헬시플레저’로 대표되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식음료 업계는 무알코올, 무설탕에서 더 나아가 고객의 다양한 건강 관리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선택지를 다채롭게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을 배제해 특정 성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촘촘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 보다 앞서 관련 시장이 정착된 미국의 경우 동물성 성분을 전면 배제한 ‘비건’,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글루텐을 제거하고 만든 ‘글루텐 프리’ 등 소비자의 다양한 건강 관리 니즈에 활발히 대응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제로’ 트렌드를 이을 식품업계의 차세대 성장 동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이유다.
전 세계 소비자의 건강관리 니즈가 빠르게 반영되는 글로벌 건강 직구 플랫폼 아이허브를 살펴보면, 20일 기준으로 ‘식료품’ 카테고리의 4400여 개의 제품 중 글루텐 무함유 특성을 가진 제품은 2250여 개로 확인된다. 이를 통해 미국의 관련 시장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식료품 외에도 뷰티, 건강 보충제 등 모든 카테고리에서 필터 기능을 통해 제로 슈가, 유제품 무함유 등 원하는 특성을 가진 제품을 골라볼 수 있다.
아이허브의 대표 제품 ‘CGN 락토비프’는 비건, 글루텐 프리를 적용한 대표 건기식 제품이다. 유전자 변형 성분이나 대두도 포함하지 않았다. 해당 제품은 특히 글로벌 판매량 중 60% 이상이 한국 소비자에게 판매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허브 코리아 최지연 지사장은 “한국은 아이허브의 주력 시장일 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나라 중 하나”라며 “제로를 비롯해 비건, 글루텐 프리 등 다양한 분야의 건강 관리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들이 앞으로 한국 시장에 많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유통 업계 또한 글루텐 프리, 비건 식음료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GS25는 변비, 소화 장애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글루텐 성분을 제외한 ‘달롤 제로밀롤’을 선보였다. 국내 최초의 글루텐 프리 베이커리 브랜드 ‘달롤’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디저트로 밀가루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국산 최고 품질의 김포금쌀가루을 원료로 했다.
매일유업이 2021년 9월 출시한 오트 음료 ‘어메이징 오트’는 식물성 대체유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타고 출시 1년 만에 1800만 팩이 판매되었으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 2000만 팩 이상 판매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화는 지난달 ‘맥콜’과 ‘부르르 제로 사이다’가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비건 제품군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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