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작년 4분기 실적 '먹구름'…수익성 악화에 '적자' 우려
에틸렌 스프레드 손익분기점 크게 못미쳐…수요 회복 급선무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화학업계의 지난해 4분기(9∼12월) 실적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주력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차이)가 손익분기점 300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수요 회복 속도도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를 포함한 고부가가치로 사업 다변화에 나섰지만 본업 부진을 만회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 LG화학·롯데케미칼, 수요 부진에 수익성 악화 직격탄
20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LG화학의 4분기 영업이익은 4700억원으로 전년 동기(7484억원)와 비교해 37%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LG화학의 주력 사업 석유화학 부문은 304억원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여수 NCC(나프타 분해시설) 정기보수와 제품 판매량 감소가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석유화학 부진을 만회한 첨단소재 부문 성장세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소재 양극재 판매량이 전반적인 경기 불황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도 판매 가격을 낮춘 요인이다.
대신증권은 롯데케미칼의 4분기 영업손실을 1702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2분기(4∼6월) 이후 세분기 연속 적자다. 3분기(7∼9월) 적자폭인 4239억원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8월 연결회사로 편입한 롯데정밀화학이 모회사의 부진을 일부 만회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의 제품군 암모니아·가성소다는 국제유가와 상관관계가 적어 선방하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모두 사업 다변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석유화학을 주력 사업군으로 두고 있다. 석화업계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불리는 에틸렌 스프레드가 악화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 실적 반등은 쉽지 않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해 1∼3분기 모두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으로 불리는 톤당 300달러를 밑돌았다. 4분기 평균도 100달러대가 유력하다. 올해도 대규모 에틸렌 글로벌 증설 물량이 예고됐다. 지난해 1200만톤에 이어 900만톤이 시장에 쏟아진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석화 부문에선 증설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국의 리오프닝과 부양책으로 수요 개선 기대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한화솔루션, 태양광 호재로 전년 대비 실적 호조
하나증권은 금호석유화학의 4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4153억원)보다 63% 감소한 1523억원으로 예측했다. 합성고무 부문에 속한 NB라텍스 부진 영향이 클 것이란 진단이다. NB라텍스는 지난 2021년 영업이익 2조4068억원을 이끈 핵심 사업군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위생용 장갑 수요 폭발로 최대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과 경쟁사의 공격적인 증설로 낮은 시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NB 라텍스 업체들이 신증설 철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장갑 유통업체들의 재고 처리 기간(약 6~9개월)을 고려하면 하반기 이후 가격 정상화를 예상한다"고 했다.
4대 화학사 중 유일하게 한화솔루션의 실적이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IBK투자증권은 한화솔루션의 4분기 영업이익을 3216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843억원)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신재생에너지 부문(태양광)이 한화솔루션의 실적을 이끌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지난해 2분기(4∼6월)에 6분기 연속 적자를 끊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667억원이다. 주력 시장 북미·유럽 지역 내 판매 가격 강세 지속과 해상운임 안정화가 주된 요인이다. 반면 케미칼·첨단소재 부문은 부진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사업 개선으로 다른 화학업체 대비 차별화한 실적을 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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