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러플크라운 달성한 김성현 KB證 대표 "블라인드펀드 결성…올해는 M&A 주력"
작년 말 회사채 시장 경색 국면에서 분위기 반전 주도
업계 최초 쿼드러플 크라운 달성…IB 전 분야 고른 성장
바이아웃 등 총 5000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 조성
"올해는 M&A 강화, 신기술조합 및 PI 투자도 확대할 것"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증권사 IB(기업금융) 업무의 근본은 기업들에 최적의 자금조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겁니다. 어떻게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힘닿는 데까지 도우려 합니다.”
김성현 KB증권 사장(59·사진)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 숨통이 트이고 살아나야 기업을 바탕으로 사는 금융도 살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 2019년부터 4년 동안 KB증권 IB를 이끌고 있다. IB 부문을 총괄하는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달 박정림 사장과 나란히 1년 연임에 성공했다.
◇ 연말 힘겨웠던 채권시장서 치고 나간 KB證
김 사장은 지난해 말 어려웠던 채권시장 경색 국면을 “치고 나갔어야 할 시기”로 평가했다. 잇따른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미매각 사태가 반복됐다. 자금 조달을 맡는 증권사들도 수요예측에서 참패를 거두면 물량을 떠안아야 해 부담이 컸던 상황이었다. KB증권은 시장 경색 속에서 하이투자증권, SK, SK텔레콤 등의 공모채 발행을 연달아 완판시키며 국면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이투자증권, SK, SK텔레콤 모두 모집금액보다 세 배 이상 주문을 받으며 이례적으로 '언더 발행'을 성공시켰다.
김 사장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경색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린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가동과 함께 점차 나아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최우량 등급부터 온기가 돌기 시작해 아래로 간다고 봤고 투자 여력이 있었기 때문에 ‘치고 나갈 때’라고 생각했다. 큰 두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 역할 중 하나는 기업이 어려울 때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라며 “연초에 최상위 등급을 중심으로 풀려나가고 있어 결과적으로 그 당시 투자했던 곳은 수익을 낸 셈”이라고 전했다.
◇과감한 딜 주관…‘쿼드러플’로 이어져
지난해 KB증권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쿼드러플 크라운(Quadruple Crown)’을 달성했다. 쿼드러플 크라운은 DCM(채권발행시장), ECM(주식발행시장), M&A(인수합병), 인수금융 분야에서 모두 왕좌를 차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성현 사장이 임기를 시작한 2019년부터 KB증권 IB 부문 당기순이익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 945억원으로 시작해 △2019년 1485억원 △2020년 1991억원 △2021년 2904억원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증시 침체기에도 1~9월까지 1866억원을 벌어들이며 선전했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채권시장이 정상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AA 신용등급의 신용 스프레드가 줄어들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매력 있는 A급 회사채로 눈길을 돌리며 온기가 퍼져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아직 싱글 A등급이나 일부 여전채, 유통시장이 막혀 있어 현재 과도기 단계”라며 “설 명절 전까지를 중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고 다음 달쯤부터 정상화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인플레이션 정도에 따라 언제든 요동칠 수 있어 올해 내내 싱글 A등급이 좋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신용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크레딧 스프레드가 줄어들어 매력 있는 A급에서 고르려는 심리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 올해 ‘조 단위’ 딜 나선다…“솔루션 제공이 본연 업무”
KB증권은 올해 M&A 분야를 강화한다. 입지를 단단하게 다진 DCM과 ECM에 이어 M&A로 영토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2018년 성장투자본부, 2021년 PE사업본부를 통해 트랙레코드를 쌓은 KB증권은 사이즈를 바탕으로 ‘조 단위’ 딜에 나설 전망이다. 성장투자본부는 신기술사업금융업(신기사)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중견·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네트워킹을 하는 PE사업본부는 2020년 11월 첫 펀드를 결성한 뒤 현재 운용규모 2000억원대(5개 펀드)로 성장했다. 이중 800억원 규모로 결성한 프로젝트 펀드는 2021년 1월 일동제약에 투자해 지난해 8월 청산 시 내부수익률(IRR) 57.2%를 기록했다.
KB증권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바이아웃이나 투자기업의 실질적 성장에 도움을 주는 그로스 캐피탈 블라인드 펀드도 각각 2000~3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방침이다. 김 사장은 “본격적으로 회계법인, 해외 IB와 견줄 수 있도록 조 단위 딜을 도전해보려 한다”며 “그로스 캐피탈, 바이아웃, 스페셜 시츄에이션 등의 용도로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하고 올해엔 M&A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사장은 기업들에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증권사가 전방위로 뛰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채안펀드의 지원을 이끌어낸 롯데건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KB증권은 롯데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회사채를 지급보증하도록 조언했다. 롯데케미칼의 신용 보강을 받은 롯데건설은 신용도를 A+에서 AA+급으로 끌어올렸다. KB증권은 AA 급 이하는 지원하지 않는 채안펀드에 "지급보증으로 신용을 보강한 회사채도 지원해달라"고 설득했다. 그 결과 롯데건설은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美 멀티패밀리·유럽 물류센터 긍정적…인플레이션 반영 상품 두각
김성현 사장은 올해까지 금리 인상 여파가 이어지며 IB 영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자산별로 '옥석 가리기'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영역에서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상품은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금리 상승기 리츠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올해는 금리가 안정을 찾으면서 상품별로 수익률의 차별화가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임대료를 물가와 연동해 설계한 KB스타리츠나 JR글로벌리츠 등은 1분기 배당을 받고 나면 투자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투자 섹터로는 미국 인프라와 멀티 패밀리(다세대 주택), 호텔, 유럽 물류센터를 긍정적으로 꼽았다. 반면 미국 오피스나 물류센터는 고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인프라, 대학 기숙사, 멀티 패밀리, 호텔을 보고 있다”며 “유럽은 CBD(중심상업지구) 핵심 오피스나 인허가가 까다로운 물류센터가 아직 초과 수요 상태라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반면 “미국 오피스는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돼 수요도 쉽지 않다”며 “물류센터도 과잉 투자 상태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사장은 전남 광양 출신으로 순천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대신증권에 입사하며 증권업계에 첫발을 뗐다. 2003년 KB증권 전신인 KB투자증권으로 옮긴 뒤 기업금융본부장, IB총괄 부사장, IB총괄본부장 등을 지냈다. 30년 넘게 기업금융에 몸담은 ‘정통 IB맨’이다. DCM 부문 최강자인 현재의 KB증권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병화/최석철/장현주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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