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신 갚아준다”…가짜 임대·임차인 전세대출 ‘꿀꺽’ 사기 극성
20일 경찰에 따르면, 제주경찰청은 지난 19일 가짜 전세계약서로 거액의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및 업무방해)로 주범 A씨를 구속하고 허위 임차·임대인 등 14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허위 전세계약서를 작성, 29회에 걸쳐 총 44억원의 전세대출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주범 A씨는 임차인의 소득증빙서류와 전세계약서만 있으면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하는 전세대출이 쉽게 실행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전세계약서만 있으면 은행 돈을 꽁돈처럼 쓸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전세대출금 일부를 주기로 하고 임대인과 임차인 각 7명으로 구성된 공범들을 모집했다.
이들은 허위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 보증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허위 임차인이 전세 대출 시 필요한 재직증명서 등을 거짓으로 꾸미기도 했다. 은행으로부터 한 채당 받은 1억2000만~7000만원 전세대출금은 모두 A씨에게 돌아갔다.
A씨는 편취한 전세대출금을 이용해 매매금과 전세금의 차액만 지급하는 이른바 ‘무자본갭투자’ 방식으로 서울과 인천 소재 차명 부동산 14채를 매입했다.
사들인 부동산은 전세대출 사기 범행에 활용됐다. 심지어 A씨는 일부 임차인들에게 ‘나에게 투자하면 매달 일정액의 수익을 지급해주겠다’고 속여 전세대출금을 가로채기도 했다.
그러다 제주도민 피해자 B씨가 경찰에 ‘임대차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고있다’고 신고하면서 수사가 이뤄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 10일 주범 A씨를 검거하고 A씨 휴대폰 통화내용 등을 분석해 공범 15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추가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법원에 몰수보전신청을 통해 범죄수익금 환수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전세대출 보증기관과 금융기관 모두 이 같은 범행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증 심사가 서류 두어장으로만 진행되는 데다 은행 측도 별 다른 확인 절차 없이 전화상으로만 업무를 진행해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임차인 대부분이 대출 만기에 이르렀으나 대출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되지 않아 결국 대출 보증기관에 책임이 전가돼 국민 혈세로 마련된 기금이 누수되고 있다”며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보증기관과 대출 취급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짜 임차인과 임대인을 모아 허위 전세 계약서를 체결한 뒤 시중은행에서 거액의 대출금을 받아 가로채는 신종 사기는 최근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최근 사기 등 혐의로 20대 총책 B씨 등 13명을 구속하고 가짜 임차인·임대인 등 8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은행 9곳에 허위 전세 계약서를 제출하고 95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일당은 총책과 알선책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인터넷에 전세자금이 필요한 사람을 구하는 광고 글을 올렸다.
광고를 통해 가짜 임대인과 임차인 100여명을 모은 뒤 서로 허위 전세 계약을 맺도록 하고 은행에 가짜 계약서를 제출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B씨 등은 대출 심사 기간 가짜 임차인 중 1명을 모텔에서 나가지 못하게 감금하기도 했다.
광주경찰청는 작년 9월 불법 전세대출을 받은 혐의(사기 등)로 총책 C(23)씨를 구속하는 등 총 83명을 검거했다. 조직폭력배가 포함된 이들 ‘작업 대출’ 조직은 인터넷 전문은행으로부터 청년 전세자금 명목으로 허위 대출을 신청해 모두 64억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해당 대출이 비대면으로 전세계약서와 신고필증만 제출하면 간편한 심사를 거쳐 이뤄진다는 점을 악용했다.
범행에 가담한 피의자 중 대부분은 20대 사회초년생으로 금전적으로 취약한 이들이었다.
경북 경찰서도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가짜 전세 계약서를 금융기관 2곳에 제출해 대출금 4억원가량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D(39)씨 등 2명을 구속하고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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