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집 낸 실천문학사 “시집 공급 중단 계속하겠다”

이영관 기자 2023. 1. 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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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사 윤한룡 대표가 고은 시인의 책 출간에 대해 사과하는 입장을 밝혔다. 고 시인은 최근 이 출판사에서 신작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출간했으나, 과거 성추문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고은 시인의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

윤 대표는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심려를 끼쳐드린 분들께 출판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1월 17일부터 국내 모든 서점의 고은 시인의 시집 주문에 불응하여 공급하지 않고 있다. 공급 중단은 여론의 압력에 출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계간지 ‘실천문학’도 당분간 휴간하기로 했다. “계간 ‘실천문학’도 이미 청탁이 끝난 2023년 봄호까지만 정상적으로 발간하고, 이번 일에 대한 자숙의 의미로 2023년 말까지 휴간 기간을 가지고 좀 더 정체성 있고 발전적인 체제를 위해 심사숙고한 다음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올해 ‘실천문학’ 봄호에 싣는다고 한다.

실천문학사는 고 시인 등이 주도한 자유실천문인협의회(한국작가회의의 전신)가 기관지 ‘실천문학’을 발간하며 시작된 출판사다. 1995년 문인, 시민 등이 소액주주로 참여하는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2016년 편집위원 전원이 새 이사진과의 갈등 끝에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기도 했다.

고 시인은 2017년 말 최영미 시인이 계간지 ‘황해문화’에 발표한 시 ‘괴물’을 통해 자신의 성 추문을 폭로하면서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었다. 이후 최 시인은 언론 등을 통해 고 시인이 1992~1994년 술집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 시인은 최 시인 등이 허위 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다음은 실천문학사의 입장 전문.

세밑에 실천문학사는 고은 시인의 시집 ‘무의 노래’를 출판하였습니다. 그 배경에는 자연인이면 누구도 가지는 헌법적 기본권으로서의 출판의 자유와 고은 시인과 실천문학사 사이의 태생적 인연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본사의 출판 의도와는 다르게 시집은 현재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먼저, 이번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분들께 출판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시집 간행 전에 충분히 중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시집 출판을 결정한 점과 ‘실천문학’ 2022년 겨울호에 게재된 ‘김성동 선생 추모 특집 2′ 건에 대해서 사전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구효서 주간님과 편집자문위원님들께도 깊이 사과드립니다. 더하여 본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걱정을 끼쳐드린 그간 ‘실천문학사’와 여러 인연을 맺어온 실천 가족 선생님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여 실천문학사는 세간의 여론에 부응하여 1월 17일부터 국내 모든 서점의 고은 시인의 시집 주문에 불응하여 공급하지 않고 있으며, 공급 중단은 여론의 압력에 출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며, 계간 ‘실천문학’도 이미 청탁이 끝난 2023년 봄호까지만 정상적으로 발간하고, 이번 일에 대한 자숙의 의미로 2023년 말까지 휴간 기간을 가지고 좀 더 정체성 있고 발전적인 체제를 위해 심사숙고한 다음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 것입니다. 이런 사항을 포함한 일체의 개선책을 면밀히 검토하여 ‘실천문학’ 2023년 봄호에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간의 논란에 대하여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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