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문학사, 고은 시집 출간 “깊이 사과”…당사자는 침묵
‘실천문학’ 올해 휴간키로
고은 시인의 시집을 출간했던 실천문학사가 논란 끝에 사과했다. 고은 시인은 세간의 해명 및 사과 요구를 외면했다. 출판사도 고은 시인의 사과 등 추가 입장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윤한룡 실천문학사 대표는 20일 ‘고은 시인 신간 시집 ‘무의 노래’ 출간에 대한 실천문학사의 입장’을 내 “이번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분들께 출판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시집 간행 전에 충분히 중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시집 출판을 결정한 점 △<실천문학> 2022년 겨울호에 고은 시인의 시(‘김성동을 곡함’)를 게재하기 전 구효서 주간 및 편집자문위원들과 소통하지 못한 점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사과했다.
윤 대표는 또 “자숙의 의미로” 계간지 <실천문학>도 2023년 한해 동안 휴간하고, 이미 청탁이 진행된 올 봄호엔 <실천문학>의 정체성을 위한 개선책을 싣겠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자연인이면 누구도 가지는 헌법적 기본권으로서의 출판의 자유와 고은 시인과 실천문학사 사이의 태생적 인연이 있었”다고 출판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본사의 출판 의도와는 다르게 시집은 현재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실천문학사는 지난 17일부터 국내 모든 서점에 고은 시집의 추가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다만 윤 대표는 “공급 중단은 여론의 압력에 출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본사의 뜻보다 여론의 압력에 의한 선택임을 분명히 했다. 윤 대표는 지난 11~12일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책을 회수할) 계획도 없다. 그럴 책이면 처음부터 출간하지 않았다. 본사는 본사 나름의 출간 기준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출간에 대한 비판을 예상못했는지’ 묻는 질문엔 ”반비반시 정도로 생각했다”고 답해왔다. 반대와 함께 지지도 있으리란 기대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거센 비판과 비난에 직면하면서, 고은 시인의 시집은 사실상 불명예 퇴진하고 시가 재평가받을 기회도 멀어지게 되었으며, ‘실천문학’ 또한 오점을 남기게 됐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다음은 입장문 전문
[고은 시인 신간 시집 ‘무의 노래’ 출간에 대한 실천문학사의 입장]
세밑에 실천문학사는 고은 시인의 시집 <무의 노래>를 출판하였습니다. 그 배경에는 자연인이면 누구도 가지는 헌법적 기본권으로서의 출판의 자유와 고은 시인과 실천문학사 사이의 태생적 인연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본사의 출판 의도와는 다르게 시집은 현재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먼저, 이번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분들께 출판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시집 간행 전에 충분히 중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시집 출판을 결정한 점과 <실천문학> 2022년 겨울호에 게재된 ‘김성동 선생 추모 특집 2’ 건에 대해서 사전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구효서 주간님과 편집자문위원님들께도 깊이 사과드립니다. 더하여 본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걱정을 끼쳐드린 그간 실천문학사와 여러 인연을 맺어온 실천 가족 선생님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여 실천문학사는 세간의 여론에 부응하여 1월17일부터 국내 모든 서점의 고은 시인의 시집 주문에 불응하여 공급하지 않고 있으며, 공급 중단은 여론의 압력에 출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며, 계간 <실천문학>도 이미 청탁이 끝난 2023년 봄호까지만 정상적으로 발간하고, 이번 일에 대한 자숙의 의미로 2023년 말까지 휴간 기간을 가지고 좀 더 정체성 있고 발전적인 체제를 위해 심사숙고한 다음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 것입니다. 이런 사항을 포함한 일체의 개선책을 면밀히 검토하여 <실천문학> 2023년 봄호에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간의 논란에 대하여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실천문학사 대표 윤한룡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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