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는 사치재, 값 내린다고 살까?”… 가격 안내리는 진짜 이유
대형마트 “물가 부담 높아, 한우로 마진 못 남겨”
한우단체 “산지 가격 30% 떨어질 때, 소비자가는 그대로...가격 연동 시급”
한우값 미스터리 2편 #에그스토리
뉴스에선 소값이 20~30% 떨어졌다는 말이 나오는데, 소비자들에겐 다른 나라 얘기다. 지난 1편(도매가 역대급 떨어졌는데...여전히 비싼 한우값, 범인은 바로) 원인을 찾기 위해 한우 유통 단계 중 ‘생산-출하-도매’를 살폈다.
이제 남은 건 소매. 고기 소매업은 백화점, 마트, 정육점, 식당의 몫이다. 떨어지지 않는 소비자가를 두고, 한우 농가, 식육포장처리업체는 입을 모아 “소매 단계의 마진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현재 도매가를 고려하면 소매업자의 마진은 30~40%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말할 수는 없는 비밀...소매업체 마진은 40%?
먼저 유통 단계별 가격을 살펴봤다. 2022년 3분기의 경우, 농가가 한우(1+등급 거세) 한 마리를 판 가격인 ‘생산가’는 1017만8000원, 식육포장처리업체가 가공 후 판 가격인 ‘도매가’는 1267만9000원이었다. 이때 소비자가는 2054만7000원. 산지 가격의 2배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계산해보면 도매가는 소비자가의 60% 정도. 백화점, 대형마트, 정육점 등이 소매 단계에서 유통·진열·홍보 등 명목으로 평균 40% 가까이 챙기는 셈이다.
소매업자의 마진은 소비자가와 도매가의 차이에 비례한다. 도매가가 떨어질 때 소비자가를 유지하면 마진이 높아지는 구조다. 2022년 3분기 기준, 생산가는 전년 동기 대비 5.4%, 도매가는 1.1% 떨어졌다. 한우 공급량이 늘어나 산지 가격이 떨어졌고, 저렴해진 가격은 도매가까지 ‘연동’된 것이다. 하지만 소매 단계로 넘어가면 달라진다. 놀랍게도 마트나 정육점에서 소비자에게 판 가격은 반대로 2.8% 올랐다.
판매 가격에 따라 업종별 마진도 다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생산가 1025만원, 도매가 1262만원 짜리 한우 한 마리는 백화점에서 3319만원, 대형마트에서 2383만원, 정육점에서 1781만원에 팔렸다. 업종별로 운영비의 차이가 있고, 매입 원가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마진을 알 수 없다. 하지만 평균 가격만 놓고 봤을 때 원가(도매가)의 2배쯤 팔고 있는 상황이다.
🕦결론: 한우는 사치재, 당신은 가격 내려도 사지 않는다
한우의 유통 단계를 살펴본 결과, 산지의 소값은 도매가까지만 연동됐다. 한우의 ‘생산가’가 낮아지면 운송비·가공비 등이 붙는 ‘도매가’도 떨어졌다. 하지만 소비자가는 백화점, 마트, 정육점, 식당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지금 가격에도 손님이 있다면, 파는 가격을 내릴 필요가 없다.
물론, 한우의 소비자가도 떨어졌다. 다만, 하락은 도매가가 30% 가까이 빠진 양지, 설도 등 정육류에 집중됐다. 인기가 많은 구이류는 하락폭이 작다. 대표적으로 한우 등심(1등급)은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간 도매가가 19.1% 떨어지는 동안 소비자가 하락은 4.8%에 그쳤다. 게다가 한우 자체의 기본 가격이 높아 체감이 어렵다. 식당 가격은 오르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식당이나 정육점의 탓만 할 순 없다. 한우는 ‘사치재’ 성격이 강하다. 사치재는 비쌀수록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 ‘고급화 전략’이 유리하다. 정육점이나 식당이 도매가가 떨어졌다고 소비자가를 바로 낮추지 않는 이유다.
서울 동작구의 정육점 관계자는 “한우는 가격을 내린다고 안 사던 손님이 갑자기 사는 건 아니다”라며 “특별한 날에 사기 때문에 오히려 비싸다는 이유로 찾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우 전문점 사장은 “손님들은 이미 ‘한우는 비싸다’고 알고 있다. 시세에 따라 100g에 몇 천원씩 내리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사족: 대형마트 “우리도 인건비, 운송비 등 비용 부담 크다”
대형마트는 도매 시세를 그대로 소비자가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첫째, 대형마트는 유통량이 많아 시세 반영이 느리다. 현재 판매 중인 상품은 당시 매입가와 재고를 고려해 가격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날 도매 시세가 반값이 됐다고 해도, 소비자가를 반값으로 팔 수 없는 이유다.
둘째, 주기적인 할인 행사도 발목을 잡는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2주에 1회 20~30%, 1달에 1회 40~50%의 한우 부위별 할인 행사를 한다. 평일의 가격을 내리면 할인 행사로 손님을 모으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가격을 단번에 내리기 어려운 사정도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도매가로 사온 지육(머리, 발, 내장만 제거한 고기)을 팔기 위해 부위별로 정육을 하면 정작 소비자에게 팔 수 있는 양은 많지 않다”며 “최근에 인건비, 운송비 등 전반적인 물가까지 올라 한우는 사실상 마진이 없는 상품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나도 소고기 먹고 싶다: 소비자가 산지 가격과 연동해야
생산가, 도매가가 일제히 떨어지는데, 소비자가 하락은 미미한 상황. 한우 단체들은 산지 가격이 떨어진 만큼, 유통 마진을 최소화해 소비자가를 연동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전국한우협회 등은 지난 12일부터 ‘2023년 설맞이 한우 할인판매 행사’를 열었다. 최대 50% 할인 판매를 진행하며, 전국 농축협매장 등 총 771개 매장에서 21일까지 진행한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농가들이 1000만원에 판 소가 마트에 가면 2000만원에 팔리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한우를 제값에 살 수 있도록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을 연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정부는 할인 행사 예산 지원, 판매 정가 인하 권고 등 도소매가 연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문제는 도소매가의 ‘시차’다. 유통량이 많은 대형마트가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급락하는 도매가 시세에 맞춰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사 1편에서는 한우의 산지비용, 도매가격을 다뤘습니다. <<도매가는 역대급 떨어졌는데... 여전히 비싼 한우값, 범인은 바로>> 기사를 보시면 구조가 더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1️⃣편 기사 다시 보기는 여기
‘한우와 샤넬의 공통점’ 인터랙티브 콘텐츠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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