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전세사기, 공인중개사 책임은 못 묻나

송재민 2023. 1. 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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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인 중개업소 책임 한도 상향 '1억→2억'
"실제 책임 묻기 어려워"…책임 인정 판례 확산

'빌라왕 사태'과 같은 전세사기 사건이 확산하면서 이를 중개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중개업소와의 유착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중개업소에 온전히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힘들다고 입을 모읍니다. 중개업소의 '고의·중과실'을 입증하기 힘들고 손해배상 한도도 연 2억원으로 낮기 때문인데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중개인 책임 한도 2억원으로 상향…실제 배상액 적어

그나마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올해 1월1일부터 개인 중개업소 손해배상 책임 한도가 1억원에서 2억원(법인, 2억에서 4억원)으로 상향됐습니다.

우리 법은 중개업자들이 의무적으로 손해배상책임 보험보증(공제)에 가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중개업자가 금전적인 능력이 없거나 고의로 피해보상을 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입니다.

시행령을 개정한 2021년 당시 국토부는 "부동산 거래금액에 비해 손해배상책임 보장 한도가 현저하게 낮아 현실적인 보상에 한계가 있다"며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인중개사의 책임보장 한도를 상향한다"고 밝혔습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와 연립주택 전세 중위값은 지난달 기준으로 각각 5억5667만원, 2억원인데요. 전셋값이 치솟던 2021년 9월엔 각각 6억2680만원, 2억3187만원까지 올랐고요.

계약 당사자는 부동산 계약 체결 후 계약서와 함께 받는 '부동산 공제 증서'를 통해 중개업소의 책임 보증 한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공제 증서에 적힌 '보증 한도액 2억원'은 우리가 언제든 2억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데요. 공제 증서에 적힌 보장액은 한 해 동안 중개업소에서 발생한 모든 거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한 중개업소에서 일년 동안 10건의 중개 사고가 발생했다면, 보험보증에서는 10건의 사고를 통틀어서 2억원을 보장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한해 동안 피해자가 1명이라고 해서 2억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건 또 아닙니다. 소송을 통해 인정된 중개업자의 과실에 대해서만 배상금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가령 중개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임차인이 1억원의 손해를 봤고 손해배상 청구 결과 중개인의 과실이 40%라고 판결받았다면, 임차인이 받을 수 있는 배상 금액은 4000만원이 됩니다.

중개인 '설명 의무 위반' 인정 판례 늘어

그러면 언제 중개업소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중개사가 임대인이나 임차인에게 '고의 또는 과실'로 손해를 끼친 경우에 가능합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는 중개인의 고의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의 경우 중개인의 잘못을 원고(임차인)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빌라왕 사건에서 공인중개사의 과실이나 부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밝혀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중개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없이 계약을 한 후 빌라왕처럼 집주인이 사망했을 경우 중개사의 과실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임차인에 대한 중개인의 설명 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해서는 중개인이 입증해야 합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임차인의 설명 의무 위반과 관련해 중개인의 책임을 인정하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특히 최근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다212594 판결)에서는 "공인중개사는 자기가 조사·확인해 설명할 의무가 없는 사항이라도 중개의뢰인이 계약을 맺을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것이라면 그에 관해 그릇된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임대인이 관련 자료제공을 거부해 실상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더라도, 임대인이 알려 준 (건물 근저당권의) 금액이 불충분하거나 부정확할 수 있음은 알리지 않았으므로 임차인에게 그릇된 정보를 전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중개사가 집주인에게 건물의 저당권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할 때 임대인이 이를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임대인이 자료를 제공할 의무는 없어서입니다.

다만 최근 정부는 '빌라왕' 사태 이후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미납국세 등을 열람할 수 있게 했습니다. ▷관련기사: '전세사기 막아라'…세입자, 집주인 '세금체납여부' 본다(11월21일)

김 변호사는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건물과 관련된 자료를 볼 수 있게 된 점은 환영할만하다"면서도 "임대차 표준 계약서에 다가구 빌라의 임차인 현황 등을 표기함으로써 전세 사기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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