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 기대감 '쑥쑥'...게임체인저 등극하나
전문가 "조기 차단 방식 레켐비 효능 기대"...日·EU서도 승인 신청 완료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두 번째 알츠하이머 신약으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를 승인했다. 이를 개발한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 등은 레켐비가 의료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전문가와 관련 업계에서는 “레켐비의 작용 시점이 기존 약물인 ‘아두헬름’과 다르다”며 그 효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부작용 위험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극복한다면 레켐비가 2026년경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지 기능 개선 효과, ‘아두헬름 0% vs. 레켐비 27%’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속 승인된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에 대해 개발사 측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FDA가 가속 승인 심사를 시작한 지 반년 만에 레켐비를 허가했다. 그 직후인 지난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모건)에서 크리스 비바커 바이오젠 CEO는 “인지 기능 개선은 27%, 일상 생활 개선까지 포함하면 레켐비의 효과는 37%에 이른다”며 “약의 효능을 알려, 그 진정한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아두헬름과 차별화되는 레켐비의 인지 기능 개선 효과에 주목해 달라는 얘기였다.
지난 2021년 6월 미국에서 최초로 조건부 허가된 아두헬름은 당시 전문가들로부터 1차 평가 지표인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사실상 없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럼에도 당시 FDA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허가 가이드라인까지 수정해 임상 4상을 하는 조건으로 아두헬름을 허가했다. 인지 기능 개선이라는 1차 지표가 아닌 주요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감소시키는 것을 주요 척도로 인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출시 후 아두헬름 복용군에서 우려됐던 뇌부종 부작용과 그로 인한 사망자가 나타났다. 여기에 효능 미비 논란까지 더해져, 아두헬름에 대한 미국 공공건강보험(메디케어) 적용도 축소됐다. 결국 바이오젠은 아두헬름의 판매를 접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바이오젠과 에자이 측은 두 번째 신약 레켐비가 아두헬름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양사는 지난해 11월 레켐비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1차 지표로 설정한 ‘치매 임상평가척도총합’(CDR-SB)을 초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양사에 따르면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등 235개 지역에서 레카네맙 투여군(898명)과 위약 대조군(897명) 등 총 1795명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확증 임상 3상이 진행됐다. 이들에게 격주로 레카네맙과 위약을 정맥주사했고, 1치 평가 종점인 18개월 시점에서 CDR-SB과 함께 2차 평가 지표인 ‘아밀로이드 양전자 단층촬영(PET)값’ 등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양사는 레켐비 투여군에서 CDR-SB는 평균 1.21, 위약군은 1.66의 값을 각각 얻었다고 밝혔다. 두 값의 차이인 0.45만큼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개선됐다는 얘기다. 이를 환산한 것이 비바커 CEO가 JP모건에서 강조한 인지 기능 개선 효과 27%다.
“세부 작용시점 다르다...레켐비 효과 기대 中”
학계에서는 레켐비와 아두헬름 등 두 약물이 생체 내에서 아밀로이드베타 덩어리를 분해하기 위해 작동하는 세부 시점이 다른 것에 주목하고 있다.
치매환자의 뇌를 보면 두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하나는 신경세포 밖에 돌덩이처럼 뭉쳐져 있는 부위로 의사들은 이를 노인반이라 부른다. 다른 하나는 신경세포 안에 실이 엉킨 듯 꼬여 덩어리를 이룬 부위다. 전자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은 앞서 언급한 아밀로이드베타이고, 세포 내에서 덩어리를 만들어 신경세포를 죽이는 것은 타우(Tau)라는 단백질이다.
바이오젠이나 스위스 로슈 등 글로벌 기업들은 알츠하이머의 주된 원인물질로 타우보다 먼저 확인됐던 아밀로이드베타를 타깃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왔다. 이중 아밀로이드 베타 1~2개가 뭉치는 초기 피브릴(Fibril) 단계에서 작용하는 것이 이번에 승인된 레켐비다. 반면 여러 피브릴이 뭉쳐 덩어리지는 형상의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형성할 때 작용하는 것이 아두헬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애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질환극복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아밀로이드베타가 본격적으로 뭉치기 전에 작용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더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며 “개발사가 레켐비의 인지 개선 효능 자료를 제시한데다 부작용이 적다고 강조하는 만큼 우선 현장에서 그 적용 사례를 모니터링,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업계 관계자는 “아밀로이드베타를 타깃한 신약 후보물질이 오랜 노력 끝에 허가 관문을 넘어서는 것 자체는 고무적으로 본다”며 “하지만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는 다양한 알츠하이머에 환자의 치료에 있어, 임상에서와 같은 레켐비의 치료 효과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을 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日·EU서도 레켐비 승인 신청...“부작용 이슈 숙제”
한편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미국에서 레켐비를 승인받은 날, 곧바로 가속승인이 아닌 완전 승인으로 해당 약물의 지위를 격상시키는 요청서를 FDA에 제출했다.
이에 더해 양사는 해외 진출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과 일본 의약당국에 각각 9일(현지 시간)과 16일, 경증 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적응증과 관련한 레켐비의 승인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중 아두헬름의 승인을 거부했던 EMA가 레켐비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은 것은 결국 EMA가 약물의 효능보다 중요시했던 뇌부종 부작용 문제다. 아두헬름 등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를 타깃하는 약물에서 주로 관찰되는 부작용은 뇌부종(ARIA)이 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에 따르면 임상 3상에 포함된 레켐비 투약군의 12%가량의 환자에서도 뇌부종 부작용이 관찰된 바 있다. 당시 양사는 “80대 남성과 65세 여성 등 2명의 환자를 생검한 의사가 레켐비와 관련 없는 것으로 판명을 내렸다”고 일축했다.
이에 치매치료제 개발 중인 한 연구원은 “아밀로이드베타가 얼마나 뭉쳤을 때 뇌부종을 더 잘 일으키는지 명확한 해답은 아직 없다. 다만 초기 환자에서 아밀로이드베타 형성 초기에 이를 없애는 레켐비의 부작용이 낮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레켐비의 도입 과정에서 약물로 인한 사망자없이 인지기능 개선 효능이 일부라도 확인되면, 개발사의 분석처럼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5월 한국바이오협회가 공개한 ‘알츠하이머의 진단과 치료제 개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0년 63억 40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7조원)이며, 2026년까지 매년 6.5%씩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당시 기준 최대 시장인 미국 내에서 임상 3상의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은 31개이며, 임상 2상(82개), 임상 1상(30개)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진호 (two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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