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이해영 감독, 2시간에 응축된 5년 [인터뷰]

정한별 2023. 1. 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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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독전' 이후 5년 만 신작 공개
"열심히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이해영 감독이 '유령'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CJ ENM 제공

자그마치 5년이다. 이해영 감독이 극장가에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이다. 2018년 개봉한 '독전'으로 큰 사랑을 받은 그는 자신 있게 '유령'을 선보인다. '독전' 후 하루도 쉰 적이 없다는 이 감독은 2시간가량의 새 영화에 자신의 5년을 녹여냈다.

이해영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유령'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렸다.


'유령' 빛낸 배우들

이해영 감독이 '유령'의 배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CJ ENM 제공

이 감독은 유령으로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등의 배우들과 함께했다. 그는 극에 풍성함을 더해준 설경구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 감독에게 설경구는 꼭 필요한 배우였다. "원고를 쓰고 한 번 더 고치며 공을 많이 들인 뒤 설경구 선배님께 시나리오를 드렸다. 무게감, 그리고 인물의 딜레마에서 발현되는 주제적 측면에서의 묵직함을 표현해 내려면 설경구 선배님 정도의 관록 있는 배우가 함께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설경구가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 감독은 작품과 관련해 더욱 큰 확신을 갖게 됐다.

'유령'에 출연한 박소담은 작품 촬영을 마치고 갑상선 유두암 수술을 받았다. 건강 검진 전까지 컨디션 난조로 고생하는 자신을 보며 번아웃이 찾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은 병이었다. 촬영하는 동안 이 감독도, 배우들도 박소담에게 감상선 유두암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몰랐다. 언론시사회 당시 눈물을 쏟았던 이 감독은 "'유령'에 어려운 촬영이 많았다. 소담이가 아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니까 짠했다. 후시녹음이 판정받기 바로 전이었는데 '컨디션이 여전히 안 좋은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다. 소리 지르고 하느라 쉽지 않았을 거다. '고생을 많이 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에서는 박소담을 향한 애정과 걱정이 모두 묻어났다.


이해영 감독의 치밀함

이해영 감독이 '유령'의 완성도를 위해 했던 노력을 밝혔다. CJ ENM 제공

이 감독은 '유령'을 위해 책도 많이 보고 자료도 열심히 찾아봤다. 논문까지 읽었다. 그는 "'유령'이 시대 고증을 엄격히 따르는 이야기는 아니"라면서도 "적어도 화자인 내가 충분히 습득하고 공부를 바탕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배경이 되는 시대의 뉘앙스만은 충실하게 담고 싶었단다. "독립운동가 관련 자료를 읽다 보니 그들의 투쟁, 희생이 얼마나 찬란했는지 가슴 뜨겁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찬란함을 영화적 언어로 작품에 충분히 녹여내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찬란함을 충만하게 느끼길 원했죠."

설경구의 의상에도 이 감독의 세심함이 담겼다. 설경구는 '유령'에서 초록색 코트를 입고 등장한다. 이 감독은 "코트가 명확히 읽히지 않는 쥰지(설경구)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녹색이지만 조명에 따라 볼 때마다 색이 달라지지 않나. 남색으로 보일 때도 있다. 이 옷이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원단 가격이 꽤 높다고 하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과감한 의상에 도전한 설경구는 극 중에서 쥰지 그 자체가 됐다.


성장한 이해영 감독

이해영 감독이 '유령'을 통해 달라진 점을 밝혔다. CJ ENM 제공

이 감독은 자신이 매 작품을 열심히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유령'은 특히 큰 노력을 담아 만들었단다. 그는 '독전' 후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단 하루도 열심히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했다. 언론시사회 전까지는 긴장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담담하게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관객들이 '추리극이 아니다'라는 힌트를 갖고 '유령'의 오락적 재미를 즐겨주길 원한단다. 캐릭터의 감정과 메시지를 추후에 곱씹어 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유령'을 통해 이 감독은 한층 성장했다. 이 작품이 그에게 더욱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 과거에는 결과를 중시했다면 지금은 과정의 중요성을 깨달았단다. "돌아보니 제 인생에서 중요한 건 '유령'의 러닝타임 2시간이 아니라 '유령'을 선보이기까지의 4, 5년이더라고요. 매일매일 했던 노력과 시간,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노력이 있었죠.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해영 감독의 5년 만 신작 '유령'은 지난 18일 개봉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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