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베토벤’ 세계 초연…“베토벤도 이 작품 보면 호탕하게 웃을 것”

2023. 1. 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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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예술의전당 개막
박효신 박은태 카이 베토벤 연기
“완벽에 가까운 베토벤의 음악이
주는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 했다”
뮤지컬 '베토벤'에서 베토벤 역을 맡은 카이.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베토벤의 음악이 주는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박은태)

두 시간 넘게 이어지는 무대에서 50여곡의 노래에 베토벤이 흐른다. ‘엘리제를 위하여’, ‘비창’, ‘운명’, ‘합창’…. 시대와 나라를 초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히트곡이 된 베토벤의 아름다운 선율에 뮤지컬 배우들이 노래를 하고 춤을 춘다. 엄격하고 보수적인 클래식의 세계에 대중적 감성을 얹자, 또 하나의 완벽한 음악 세계가 구축됐다.

지난 12일 세계적인 ‘뮤지컬 콤비’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신작 ‘베토벤’이 한국에서 세계 초연했다. 일주일간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베토벤’에 대해 “완벽에 가까운 베토벤의 음악이 기악곡이 아닌 뮤지컬로 승화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한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베토벤이 사망한 후 그의 유품에서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가 발견됐다. 1812년 7월 프라하에서 작성한 ‘부치지 못한 편지’. 그 시기 안토니 브렌타노가 프라하에 방문,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졌을 거라는 상상력에서 뮤지컬을 출발했다.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는 “베토벤의 일생을 담은 서사보다 감정의 수직과 상승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시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1810~1812년은 베토벤에게 청력 상실이라는 절망과 불멸의 연인을 만난 환희가 극적으로 교차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 [연합]

베토벤의 살아간 절망과 환희의 시대는 그의 음악 안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익히 알려진 위대한 명곡들은 이 작품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50여곡의 넘버는 모두 베토벤의 원곡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실베스터 르베이는 능수능란하게 원곡과 창작 멜로디를 직조하며 놀랍도록 아름다운 음악들을 완성했다. 너무나 유명한 원곡이 기반했기에, 귀에 익숙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곡들이 나오게 됐다.

베토벤 역할을 맡은 뮤지컬 배우 카이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베토벤의 음악이 얼마나 완벽하고 음악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사람인지를 알기에 무게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베토벤의 음악과 감정, 대사가 어우러져서 흐름이 끊기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베토벤을 연기한 박은태도 “음악의 힘이 정말 강한 만큼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인물과 드라마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최대한 극 중 인물로서 베토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뮤지컬 '베토벤'에서 베토벤 역을 맡은 박은태. [연합]

특히나 박은태는 이번 작품을 통해 뮤지컬 ‘모차르트!’에 이어 ‘베토벤’까지 섭렵, ‘위대한 음악가’ 단골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게 됐다. 그는 스스로를 “음악가 전문 배우”라며 두 작품을 쓴 미하엘 쿤체와도 이들의 차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쿤체는 모차르트는 나무 뒤에 숨어서 상황이나 변화를 씩 웃으며 재미나게 바라보는 인물이라면, 베토벤은 그 변화에 뛰어들어 싸우고 부딪치고 아파하는 인물이라고 했어요. 이상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모차르트에 비해 베토벤은 더 고뇌하고 연민을 느끼게 하는 인물인 거죠. 그런 차이점을 표현하려고 신경 썼습니다.” (박은태)

성악을 전공한 카이에게 베토벤의 음악에 가사를 입혀 노래를 한다는 것은 쉽사리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세상이 정확히 보인다’는 걸 철칙으로 믿고 있다”며 “완벽한 베토벤의 음악을 그 상태 그대로 가만히 지켜보는 심정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며 “베토벤도 하늘에서 이 작품을 보며 호탕한 웃음을 짓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뮤지컬 '베토벤'에서 베토벤 역을 맡은 카이가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대는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이 아닌 상처에 아파하고, 그 상처로 인해 사람과 세상을 불신하고, 한없이 괴팍하고 나약해진 한 인간 베토벤을 조명한다.

박은태는 “관객이 베토벤의 사랑과 고뇌, 인간적인 모습과 감정의 변화를 공감하며 동시에 음악이 주는 감동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했다.

베토벤을 연기하는 세 배우 박효신 박은태 카이의 매력이 각기 다르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박효신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갖고 있어 절규나 절절함을 표현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고, 박은태는 섬세한 감정연기와 미성으로 베토엔의 환희, 분노 등 여러 색채를 보여준다. 카이는 가장 클래식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며 세 배우의 특징을 설명했다.

가수 겸 배우 옥주현. [연합]

베토벤이 그토록 간절한 마음을 전하고, 삶의 환희를 느낀 안토니는 옥주현이 연기한다. 그는 “베토벤이라는 위대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그 작품이 인류의 걸작으로 남았다는 점에서 안토니라는 인물에게 특별함이 있다”며 “안토니가 남녀의 사랑을 뛰어넘는 모성애와 같은 마음으로 베토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며 베토벤의 마음을 여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옥주현과 안토니를 연기하는 조정은은 ”베토벤과 토니 사이에 삶을 다 내던질 만큼 어떤 강렬함이 있었을까 궁금증이 컸다“며 ”해결되지 않은 고민이 남아있지만, 남녀의 사랑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랑 자체의 위대함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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