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돈 보고 결혼하지 않는 한국인! 그럼 뭘 볼까

권애리 기자 2023. 1. 2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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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20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네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상대방의 돈을 보지 않고 결혼하는 경향이 많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리 그런 이야기 많이 하죠. 백마 탄 왕자님 또는 평강공주와의 결혼, 드라마에서나 보지 현실은 다 끼리끼리 결혼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유독 실제로 왕자나 공주를 만나는 경우가 꽤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세계적으로는 끼리끼리 결혼이 실제 일반적인데 우리는 소득 차가 큰 사람들끼리 만나서 사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소득 불평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효과까지 있더라는 것입니다.

만약에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처럼 끼리끼리 결혼을 많이 하면 지금보다 불평등이 최대 15%까지도 더 심해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서 나온 연구 결과입니다.

보통 불평등 문제는 나라의 역할을 많이 봅니다. 부자로부터 세금을 걷어서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를 늘리는 데 쓰고 이런 부분의 연구를 많이 하는데요.

이번에는 사적인 결혼을 통해서 불평등이 얼마나 심해지거나 해소되는지 봤습니다.

이쯤에서 "에이, 일해서 버는 것도 있지만 사실 중요한 건 재산이지" 생각들 많이 하실 텐데요.

이번 연구에서는 대체로 재산 소득, 그러니까 이자나 증여로 인한 소득 같은 것은 전체 소득 불평등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못하더라고 나타났습니다.

<앵커>

이렇게 한국은행에서 조사를 해봤더니 우리나라는 결혼으로 불평등이 좀 해소되는 경향이 있다 뭐 이런 결론이 나온 것인가요, 그러면?

<기자>

네. 버는 돈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들끼리 결혼해서 해소되는 불평등이 나라가 불평등에 대해서 하고 있는 역할보다 컸습니다.

우리를 비롯한 OECD 34개 나라들에 대해서 각 나라의 통계청이 수집한 가계 금융정보를 갖고 분석해본 결과인데요.

한국은 개인 간 소득 차는 꽤 큰 편입니다. 그런데 가족을 이룬 뒤에 보면 집집마다 소득이 가장 엇비슷해지는 나라들 중에 하나였습니다.

만약에 고소득자끼리, 또 저소득자끼리만 결혼하면 소득 불평등이 극단적으로 커지겠죠.

그런데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가 결혼하면 둘이 합쳐서 그냥 중간이 되잖아요.

우리는 그런 집이 많고 그래서 결국 사는 형편이 상대적으로 비슷비슷해지는 사회더라는 것입니다.

전업주부가 많아서 그런가 하고 맞벌이 부부만도 따로 추려서 봤는데, 그래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우리의 결혼 패턴은 무작위에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돈 생각을 상대적으로 별로 안 하고 결혼하는 모습을 보이더라는 것입니다.

<앵커>

혹시 남녀 사이에도 차이가 좀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고소득 남녀끼리의 결혼이 많은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OECD 다른 주요 나라들을 보면 남편이 돈을 잘 벌수록 아내도 고소득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우리는 아닙니다. 남편이 잘 벌면 아내는 돈을 벌지 않거나 그냥 조금 버는 정도인 경향이 상대적으로 컸습니다.

그런데 남녀를 바꿔봐도 다른 나라들은 남편이 돈을 벌지 않는다, 그러면 보통 아내도 저소득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예 버는 돈이 없거나 소득이 적은 남성이 중간 정도 버는 여성과 결혼한 경우가 꽤 많았고요.

아예 고소득 여성과 결혼한 경우도 상대적으로 그렇게 드물지 않았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의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이유 같은 것도 혹시 분석이 됐습니까?

<기자>

사실 이번에는 거기까지 면밀한 분석이 이뤄지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추측이 나온 것은요, 우리는 남편이 고소득이면 가사와 육아를 아내가 전담하면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패턴이 강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것이 한국인들은 결혼하면서 처음부터 그러기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결혼 후의 상황에 따라서 그렇게 되는지 이것은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고 봤고요.

반면에 저소득 남성과 중위  소득 여성의 결합이 많은 것은 남성의 돈벌이가 적으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시간당 소득은 적어도 오래 일해서 그 집의 벌이를 감당함으로써 중간 정도 소득까지 만드는 것이 아니냐, 이런 추측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좀 더 확인해야 할 부분으로 남았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아직은 결혼으로 사는 정도가 비슷비슷해지고 기댈 곳 없는 1인 가구나 한부모 가정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다만 우리도 1인 가구가 점점 늘고 있고요. 아이를 갖는 것을 포기하거나 미루면서 맞벌이를 하는 집 역시 늘고 있죠.

결국 앞으로는 소득 불평등에 대해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이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입니다.

사실 이번 연구에서 우리와 많이 비교된 OECD 주요국들 경우에 고소득끼리 사는 경우가 많지만 출산율도 우리보다 높습니다.

잘 벌던 여성이 단절 없이 쭉 벌던 만큼 벌면서 자녀도 두는 집이 많다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까 우리보다 소득 불평등은 좀 더 심하기는 한데요. 한편으로는 둘 다 벌어서 고소득이면서 아이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좀 더 갖춰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다각도로 좀 더 면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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