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순방 결산] ② 기업인들 '업고 다닌' 尹…민관 '원팀' 호흡 과시
尹, 기업을 동반자로 표현…슈밥 WEF 회장 "민관 협력 보여준 훌륭한 예"
(취리히=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필두로 한 '경제사절단'이 함께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부터 6박 8일 동안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를 순방하면서 이어온 경제 외교 여정에서다.
윤 대통령은 먼저 UAE를 국빈 방문하면서 101개 기업으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었다. 재계 서열 6위권 재벌 총수가 빠짐없이 참여했고, 그 중 70%는 우량 중소·중견 기업이었다.
여기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 관계 부처 장관들이 모두 출동해 '한국 경제'가 통째로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벌 총수들과 경제 각료들은 UAE 국빈 방문뿐 아니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 공식 일정까지 줄곧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1월 첫 수출전략회의에서 "모든 해외 순방은 철저히 비즈니스 이슈에 맞춰져야 한다"고 선언하며 이 같은 총력전을 예고한 바 있다.
글로벌 복합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수출 증진과 투자 유치뿐이라는 국정 운영 철학이 깔렸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는 선언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했다.
정상 외교를 할 때도 기업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지난 15일 한국에 대한 300억 달러 투자를 깜짝 약속하면서 그 이유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계약을 이행해내고 마는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를 들어 화답했다.
'사막의 기적'이라 불리는 UAE 바라카 원전을 지난 14년 동안 차질없이 지어온 우리 기업들의 노력이 양국 협력 강화의 발판이 된 셈이라고 윤 대통령은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튿날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양국 기업인들에게 "여러분은 양국 경제 협력의 중추이고 혁신을 이끄는 주역"이라며 존중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이런 기조는 같은 날 동행 경제인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는 기업 중심이고 시장 중심"이라는 발언으로 이어졌다.
당시 간담회에서 "공무원 갑질이다 싶은 게 있으면 바로 알려달라"며 "저도 공직이라는 생각보다 기업의 영업부서나 기획부서 직원이라는 생각"이라고 밝혀 기업인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기업인들을 "업고 다니겠다"라고도 했다.
한국 정상으로는 9년 만에 대면 참석한 다보스포럼에서는 글로벌 CEO(최고경영자) 오찬을 첫 일정으로 마련해 '세일즈 외교'를 이어갔다.
오찬 마무리 발언에서 "앞으로 한국 시장도 열려 있고, 제 사무실도 열려 있으니 언제든 찾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를 두고 김은혜 홍보수석은 "세계 유수의 글로벌 그룹 CEO들이 대한민국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 참모들과 대거 한자리에 모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의한 자리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다보스에서 열린 '한국의밤' 행사에는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행사를 주최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대표,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등이 밝은 표정으로 참석해 윤 대통령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는 민간 기업과 함께 인류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참여하고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며 기업들을 '동반자'로 표현했다.
기업인들은 이튿날 윤 대통령의 다보스포럼 특별연설 방청석을 가득 채우며 호응했다.
연설 직후 마이크를 잡은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윤 대통령이 이끌고 온 경제사절단을 가리켜 "민관 협력을 보여준 훌륭한 예"라고 칭찬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19일 순방 성과를 정리하는 브리핑에서 "정부와 민간이 원팀으로 함께 협업해 수출 계약, 양해각서(MOU) 체결, 투자 유치 등 많은 성과를 창출했다"고 자평했다.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이루기 위해 순방 뒤에도 원스톱 수출·수주 지원단과 투자 협력 포럼을 가동하고 수출전략회의에서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이 수석은 덧붙였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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