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필요해 1년간 매일 연습… 싱글 되고 임원 승진도”[우리 직장 高手]

오해원 2023. 1. 2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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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직장 高手 - 한효범 삼한교역상사 대표
장인어른 권유로 시작했지만
재미 못느끼다 본격 뛰어들어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큰 도움
한창때는 270m 장타 뽐내며
업체 후원 아마 골퍼 선정도
홀인원·이글 많이 경험했지만
정작 목표는 18홀 ‘No 보기’
한효범 삼한교역상사 대표가 지난해 10월 1일 경기 여주의 자유CC에서 열린 고려대 최고경영자과정(EMBA) 교우회 골프대회에 출전해 드라이버샷을 하고 있다. 이날 한 대표는 이븐파를 쳐 144명의 출전자 가운데 2위에 올랐다. 한효범 제공

한효범(50) 삼한교역상사 대표는 지난 1999년 결혼하며 장인의 권유로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당시 싱글 골퍼였던 장인은 사위에게 무조건 골프를 해야 한다며 골프채를 선물하고, 직접 골프연습장 레슨까지 등록해줬다. 177㎝, 92㎏의 탄탄한 체구를 가진 한 대표는 어려서부터 테니스, 스키 등 다양한 운동을 두루 섭렵했다. 하지만 골프는 달랐다. 자의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고, 20대 젊은 나이엔 더 활동적인 운동을 선호했다. 무엇보다 당시엔 직장 생활을 하며 어려운 예약 경쟁을 뚫는 것은 물론, 비싼 돈을 들여 골프 라운드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2003년 회사 업무차 골프가 필요한 상황이 되자 적극적으로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외국계 보험회사로 이직해 마케팅 업무를 맡은 한 대표는 홈쇼핑에서 보험 판매 및 TV 광고를 처음 시작한 주인공. 직접 TV에 출연해 보험 판매를 한 것도 300여 회에 이른다.

한 대표는 서먹서먹했던 담당자와 관계를 돈독하게 쌓기 위해 골프를 활용했다. 업무상 골프가 필요해지자 직접 돈을 써서라도 실력을 키워야 했다. 그래서 가입한 골프동호회만 2개. 회원 중엔 레슨을 하는 프로도 있었고,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실력자도 있었다. 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면서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

그 덕분에 골프 입문 5년, 본격적으로 골프에 빠진 지 1년 만에 싱글 골퍼가 됐다.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사무실에서 만난 한 대표는 “1년 365일 중 360일은 어떻게 해서든 연습장을 찾았다. 주변에선 1, 2년 안에 싱글 골퍼가 되지 못하면 영원히 될 수 없다며 응원을 해줬고, 그때는 정말 열심히 골프에 푹 빠져 지냈다”고 소개했다. 빠르게 늘어나는 실력만큼 업계에 소문도 빨리 퍼졌다.

한 대표는 “골프 덕분에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큰 도움을 받았다. 2, 3년 만에 국내 5개 홈쇼핑의 문을 모두 뚫었다. 당시 회사에서도 골프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을 인정해줘 더 열심히 다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대표는 늘어가는 골프 실력만큼 사내 입지도 탄탄해졌고, 39세 젊은 나이에 임원까지 승진했다.

회사 생활을 25년쯤 한 뒤엔 퇴직해 현재는 가업을 물려받았다. 자신이 줄곧 몸담았던 보험 관련이 아닌 부동산 임대 및 자산운용 업무를 하고 있다. 맡은 일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골프는 그의 업무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한 대표는 “지금 생각하면 골프는 내 성공의 지렛대였다.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영원한 동반자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한 대표는 동반자가 혀를 내두를 만큼 장타를 뽐낸다. 한창때는 270m나 보내 프로선수가 부럽지 않았다. 지금도 드라이버는 230m 이상 가볍게 보낸다. 그 덕분에 그의 골프 실력은 보험 업계와 방송사에 소문난 것에 그치지 않았다. 2010년부터 6년간 한 골프용품 업체의 후원을 받는 아마추어 골퍼로 선정될 만큼 유명인사가 됐다.

공식 핸디가 6인 싱글 골퍼 한 대표의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는 3언더파 69타다. 지난 2017년 8월 장인과 함께 찾았던 경기 용인의 남부컨트리클럽에서 처음 맛봤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언더파를 기록했지만 두 번 더 3언더파를 경험하며 자신의 골프 전성기를 이어오는 중이다. 남들보다 멀리 치는 장타가 빠르게 싱글 골퍼가 되는 요소 중 하나라고 꼽은 한 대표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한 정신력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부터 주변의 압력에 크게 동요하지 않아 로봇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한 대표는 “골프를 할 때도 동반자의 말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도 라운드를 하며 양파를 할 때도 있지만 매 샷과 매 홀에 충실한 골프를 하다 보면 결국 핸디에 맞는 성적이 나온다. 나 자신에게 엄격하게 하다 보면 누구와 함께하더라도 영향을 덜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홀인원과 이글을 수없이 경험한 한 대표의 골프 목표는 소박하면서도 단단하다. 18홀을 보기 없이 마치는 것이다.

한 대표는 “버디를 7개나 잡고도 3언더를 쳤던 적이 있다. 아마추어라면 실수가 당연하지만 그런 실수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오랫동안 투자했고, 앞으로도 즐길 골프니까 노(No) 보기 플레이를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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