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술·과일만 차립니다’…주자가례로 본 차례상
[KBS 대구][앵커]
해마다 명절이면 과도한 차례상 차림을 둘러싸고 가족 간 갈등이 많이 발생하는데요.
조상에 대한 예의가 명분이라지만, 정작 우리 전통 예법에 따르면 명절 차례상은 지금보다 훨씬 간소한 것이 예의에 맞다고 합니다.
박진영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붉고 흰 과일 뒤로, 각종 나물과 전들이 가득한 차례상, 우리에게 익숙한 명절 상입니다.
조상을 위한 것이라지만, 힘든 준비 과정 때문에 가족 간 갈등을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최근엔 물가가 오르면서 비용 부담까지 더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조상들의 차례상은 어떠했을까.
유학자의 예법을 정리한 '주자가례'입니다.
이 책에는 명절 차례의 의미와 상 차리는 법이 상세히 정리돼 있습니다.
'차례', 즉 차를 올려 조상에게 명절이 왔음을 알리는데, 술과 과일, 차 한 잔만 올려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실제 퇴계 이황 종가의 설 차례상을 보면, 간소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간결했던 차례상이지만 1960년대 이후 서민 경제에 여유가 생기면서, 다양한 음식을 올리는 '제사상'의 형태로 변질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푸짐한 차례상이 조상에 대한 예의에도 맞지 않다는 겁니다.
[김미영/한국국학진흥원 연수기획팀장 : "전통 예법에서는 지나친 것을 비례(非禮), 즉 예의에 어긋난다고 해서 경계해 왔습니다. 간소하게 하는 것이 전통 예법도 지키고 조상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설부터 예법에 맞는 정통 차례상으로 돌아가는 집이 늘어나길 기대합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박진영 기자 (jy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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