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함께 함박웃음… 이런 현수막 보셨나요
지방선거로 정치 입문한 새내기들
“새해에는 정치가 희망 꽃피우길”
“정당 관계 없이 머리 맞대고 소통할 것”
때론 국회의원들도 못하는 걸 시의원, 그것도 이제 막 지역 정치에 입문한 초선들이 해낸다. 설 명절을 앞두고 과천 일대에 걸린 설맞이 현수막 얘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판에 박힌 인사말과 함께 실적에 관한 온갖 자화자찬, 하고 싶은 말만 써놓은 미사여구로 가득한 기성품들과 구분되는 특징이 하나 있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한 현수막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이 현수막이 여야가 극한 대립하고 있는 중앙 정치에 울림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국민의힘 황선희(53·과천시 나선거구), 민주당 박주리(38·과천시 나선거구) 시의원이다. 갈현동 지식정보타운과 문현동 등 2곳에 ‘협치 현수막’을 설치했다. 좌·우로 각 의원의 직함과 사진을 새겼고 중앙에는 “과천시민을 위해 한마음으로 뛰겠습니다”라는 화합의 문구를 새겼다. 두 사람은 과천 내 같은 지역구(문원·부림·갈현)에서 활동하고 있다. 황 시의원은 교육 전문가 출신이고, 박 시의원은 간호사와 의료 스타트업 종사자로 일한 경력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지방 선거를 통해 지역 정치(9대 과천시의회)에 첫 발을 내디딘 새내기들이다.
현수막 제작과 설치 비용은 두 시의원이 반반씩 부담했다고 한다. 박주리 시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설을 앞두고 과천 곳곳에서 인사를 드리며 정치가 시민들의 시름을 달래주기는 커녕 정치 때문에 오히려 시름이 는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며 “새해에는 정치가 드리는 희망을 꽃피워내겠다”고 했다. 황선희 시의원 역시 언론에 “당리당략을 떠나 시의원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동반자적 관계”라며 “과천 발전, 행복만 보고 화합 정치를 통해 미래를 밝게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과천시의회에는 시의원이 총 7명이 있는데 국민의힘 소속이 5명, 민주당 소속이 2명인 여대야소(與大野小) 구조다.
옆동네 가선거구(과천·별양·중앙동)의 우윤화(국민의힘)·이주연(민주당) 시의원도 공동 현수막을 게시했다. 이주연 시의원은 “9대 과천시의회의 경우 7명의 시의원 중 4명의 초선의원들이 특위 구성원으로 함께 공부 모임과 간담회를 통해 결산 감사, 추경과 본예산심의 등을 준비해왔다”며 “의견이 다른 경우 치열하게 토론하지만 과천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할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고 했다. 우윤화 시의원도 “정당에 관계 없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자는 마음을 끝까지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신년인사 현수막에 불과하지만 새내기 시의원들의 ‘현수막 협치’는 여야가 극한 대립·투쟁하고 있는 중앙 정치권에도 울림을 주고 있다. 이동학 전 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현수막 사진을 올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대한민국은 난국을 뚫고 전진할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건 비관이 아니라 낙관”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김한규 의원(제주 제주시을)은 “생각해보지 못한 방법”이라며 “새로운 시도가 멋지다”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올린 사진에는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대선 때 이른바 ‘대장동 저격수’로 활동했던 국민의힘 이기인 경기도의원도 ‘좋아요’를 눌렀다. 여야가 말로만 외치며 하지 못하고 있는 ‘협치’를 정치 입문 1년도 안된 시의원들이 해낸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셀린느, 새로운 글로벌 앰버서더에 배우 수지 선정...‘빛나는 존재감’
- “김준수는 마약 사건과 관련 없어… 2차 가해 멈춰달라” 2차 입장문
- [Minute to Read] Samsung Electronics stock tumbles to 40,000-won range
- “주한미군 이상 없나?” 트럼프 2기 미국을 읽는 ‘내재적 접근법’
- 온 도시가 뿌옇게… 최악 대기오염에 등교까지 중단한 ‘이 나라’
- 한미일 정상 "北 러시아 파병 강력 규탄"...공동성명 채택
- [모던 경성]‘정조’ 유린당한 ‘苑洞 재킷’ 김화동,시대의 罪인가
- 10만개 히트작이 고작 뚜껑이라니?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 잡은 이 기술
- 와인의 풍미를 1초 만에 확 올린 방법
- [북카페] ‘빌드(BUILD) 창조의 과정’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