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도 평범한 '댕댕이'···환대해주세요"
막연한 동정심·거부감 갖는 대신
장애인의 동반자로 생각해주길
안내견 교육 자원봉사자 역할 커
매칭 후 은퇴할때까지 사후관리
尹대통령 은퇴견 입양 약속 지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지 않는 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인 것처럼 안내견과 반려견을 구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안내견을 너무 높이 보고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안내견이 시각장애를 가진 주인을 위해 희생하고 종일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주인과 일상을 함께하는 평범한 반려견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박태진 교장은 19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내견에 대해 막연한 동정심을 갖거나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이 생각을 조금만 바꿔주신다면 안내견도, 장애인도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고, 특히 마트에서 안내견 입장을 거부당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면서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의 사회 활동을 함께하는 동반자로, 반려견으로 생각해달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교장과 안내견과의 인연은 지하철에서 시작됐다. 안내견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1990년대에 처음 본 안내견이 신기해 안내견과 주인의 뒤를 따라가며 어떻게 걷고 멈추는지 등을 지켜보게 됐다. 이후 안내견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고 결심하게 된 것이다. 그는 “수의대를 졸업하고 안내견 관련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마땅히 일할 곳이 없어서 검역원으로 잠깐 근무했다”며 “그러다 2002년 운명처럼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수의사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곧바로 지원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그가 수의사로 입사한 후 20년 동안 안내견을 지켜보면서 깨달은 것은 바로 ‘안내견과 반려견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안내견이 지하철에서 주인 앞에서 잠이 든 것을 보고 ‘너무 힘들어 보인다’ ‘종일 일을 하는구나’라며 안내견을 불쌍하게 여기거나 ‘천사’로 칭하며 희생의 아이콘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며 “그저 안내견은 주인을 따라 산책을 나오고 외출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내견에 대해 과도하게 감정을 이입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람을 위해 혹독한 훈련을 통해 본능을 억제하는 법을 배운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안내견은 그렇게 혹독한 훈련을 통해 길러지는 게 아니라 안내견이 될 수 있는 성격의 개인지를 판단해서 사회화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그는 “리트리버종이 안내견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 때문”이라며 “다른 견종의 경우 스트레스에 민감하지만 리트리버종은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넘겨 안내견으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1차 세계대전에서 독가스 등으로 시력을 잃은 군인을 위해 군견으로 훈련이 잘된 셰퍼드종을 안내견으로 활용했다”며 “이후 셰퍼드보다 친근하고 순한 외모에 스트레스에 민감하지 않은 종인 리트리버를 안내견으로 많이 활용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내견은 훈련사들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정성으로 진정한 안내견으로 성장한다. 태어난 지 8주까지만 어미 개와 함께 생활하고 이후 1년 동안은 일반 가정에서 사회화를 배운다. 그는 “자원봉사로 ‘퍼피워커’가 1년 동안 안내견을 키워주시는데 이때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 시기의 경험에 따라 개의 성격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퍼피워킹 과정을 거친 후 안내견으로 적합하다면 시각장애인 파트너에게 분양이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일반 분양이 된다. 안내견이 되는 비율은 30~40% 정도다. 안내견을 분양받는 파트너 역시 안내견이 훈련을 받듯 똑같이 한 달 정도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안내견과 파트너 매칭 이후에도 은퇴를 할 때까지 정기적으로 사후 관리도 이뤄진다. 그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상황을 체크한다”며 “이 외에도 시각장애인이 이사를 가거나 하면 길을 새로 외워야 되니 이에 대한 도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안내견으로 활동하는 기간은 7년 전후다. 안내견에서 은퇴할 경우 입양이 되는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은퇴견 ‘새롬이’를 입양해 화제가 됐다. 그는 “'개에 진심'인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1월 19일 장애인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나서 안내견학교를 방문했는데, 그날 눈도 오고 그랬는데도 안내견 체험도 하면서 시설을 둘러보고 ‘대통령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된다면 은퇴견을 입양하고 싶다’고 하셨다”며 “1년을 기다린 지난해 12월 24일 윤 대통령이 새롬이를 입양하게 됐다”고 전했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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