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리포트]민주 지지율 3주째 하락···李와 운명 동조화 시작됐다

여론독자부 2023. 1.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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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팬덤에 실종된 대안정치
신율 명지대 교수
특정 정치인에 '맹목적 추종' 강성층
부정사건 연루때에도 지지 철회 안해
반대 진영 '악마화'에 정치기능 마비
민주당 '이재명 방탄' 총력 나서지만
정당 지지율 27%로 갈수록 떨어지고
檢수사 대한 설문도 절반 넘게 "적법"
운명 동조화 현상 '李 수명'과 같게돼
'야당 파괴' 구호만 외치다 곤경 자초
[서울경제]

우리가 일반적으로 뭔가에 대해 답하기 곤란할 때 쓰는 말이 있다. “문화가 그러니까”라는 말이 그것이다. 문화는 한마디로 왜 그렇게 형성됐는가를 설명하기 힘든 존재다. 정치 문화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왜 국가주의적 성향이 강한지, 그리고 정치를 사람 중심으로 바라보는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 왜 강한지를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나 국가주의적 성향은 분명히 우리 정치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현상’임은 확실하다.

정치의 인격화란 정치를 특정인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성이 지배해야 할 정치적 프로세스를 사람 중심으로 바라본다는 뜻이다.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정치를 파악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념 지향성 때문에 해당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해당 정치인이 특정 이념을 순수하고 완벽하게 구현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인데 지구상에 어떤 정치인도 그럴 수는 없다. 즉, 그 어떤 정치인도 정책을 만들거나 조율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면 특정 이념만을 위한 정치적 행위를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를 회상해보자. 노 전 대통령은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의 후보로서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다. 더구나 노무현 당시 후보는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선명한’ 언급을 한 바 있다. 그러던 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보수 어젠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미국의 요구에 응해 이라크에 우리 군을 파병했다. 또한 강정 해군기지도 건설했다. 이런 노 전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 그 어떤 정치인도 이념의 완벽한 구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렇건만 특정 정치인을 열렬히 지지하는 이들은 그 정치인이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 성향과 다른 모습을 보이거나 부정한 사건에 연루됐을 때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팬덤은 바로 이런 사례의 전형이다.

이렇듯 팬덤이라는 존재는 정치 감성화의 극단적 형태인데 정치가 감성화되면 지지 이유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단지 무조건적인 추종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반대편에 있는 측은 적으로 간주하게 된다. 즉, 정치를 적과 동지의 이분법적 구도로 파악한다는 것이다. 정치를 적과 동지의 이분법적 구도로 파악하면 상대를 악마화한다. 상대를 악마화하면 상대는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아닌 타도의 대상이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정치는 사라진다. 정치란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파트너와 협상을 벌이며 타협점을 도출하는 것인데 상대를 적으로 생각하며 타도하려 들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에 대한 악마화는 정치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이용’해야 하는데 ‘추종’이나 ‘악마화’는 이런 ‘이용’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정치 감성화의 대표적인 형태인 팬덤의 발생은 정치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 그리 심하게 나타나는 편은 아니지만 지난 미국 대선 직후에 벌어졌던 미국 의회 습격 사건을 보면 정치의 감성화가 미국에도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미국 의사당 습격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팬덤에 의한 것이었는데 모두 알다시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풍 트윗’으로 유명하다. 그의 이런 ‘트윗 사랑’과 그에게 팬덤이 있다는 사실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SNS와 팬덤 발생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SNS는 정치인과 지지자들 사이의 친밀도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SNS는 과거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정치인과의 즉각적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특정 정치인에 대한 ‘개인적 감정적 친밀도’를 증가시킨다. 친밀도가 높아지면 추종 현상이 발생함은 당연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치의 인격화 현상은 강화된다. 종합하자면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 강한 국가에서는 정치적 팬덤이 발생하기 쉽고 SNS는 이를 강화시키며 이렇게 강화된 팬덤은 다시금 정치의 인격화 현상을 심화시켜 정치를 감성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팬덤이 이런 부정적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팬덤을 갖고 싶어한다. 팬덤을 갖게 되면 자신의 지지율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덤이 거의 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안정적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정치인은 팬덤을 정치적 자산이자 무기로 활용하며 정당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정치인 자신은 좋지만 다양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당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현재 야권에서는 ‘이재명을 지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을 지키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도 정치 인격화의 전형적인 현상 중 하나다. 특정인과 정당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정치의 인격화가 정당을 지배하게 될 경우 특정 정치인이 흔들리면 그 폐해를 고스란히 정당이 흡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정당의 수명은 정치인의 ‘정치적 수명’보다 훨씬 길다. 하지만 정당과 특정 정치인을 일치시킬 경우 둘의 수명은 같게 된다. 이 점이 문제다. 특정 정당의 구성원과 지지자들 전체가 특정 정치인의 팬덤이 아니라면 특정 정치인과 정당이 동일시될 경우 상당수가 해당 정당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어느 정도 목도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사가 9~11일 전국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1월 2주차 전국지표조사(NBS,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힘 35%, 민주당은 27%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해당 정례 조사에서 12월 셋째 주부터 민주당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의 강도가 세졌다는 사실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즉, 이미 몇 주 전부터 이 대표와 민주당의 ‘운명의 동조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동조 현상이 나타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비판을 가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당 차원의 언급 중 상당 부분을 검찰을 비난하는 데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대표는 민주당 내에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구 설치 이후에도 검찰 비판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대안적 야당으로서의 이미지를 점차 상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여론조사가 있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2일 공개한 여론조사(2022년 12월 28일부터 2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 응답률 14.6%, 신뢰 수준 95%에 표본 오차는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적법한 검찰권 행사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응답이 50.6%에 달했다. 만일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야당 파괴 혹은 정치 보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50%를 넘는 상황이라면 현재 민주당의 스탠스를 부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지 않은데 마치 국민을 계몽이라도 하듯이 계속 야당 파괴, 정치 보복 구호만 외치고 있으니 민주당은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야당이 건강해야 대한민국도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건강한 상태’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걱정이다.


신율 교수는···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정치학 석·박사를 취득하고 1996년부터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 중이다. 한국국제정치학회와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그 외에도 20여 년간 다양한 시사 프로그램 MC로 활약했고 현재도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담당하고 있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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