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희귀질환 진료 서울 대형병원 '마비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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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희귀질환인 뮤코다당증은 서울에서도 진료를 볼 수 있는 대형병원이 거의 없습니다. 이 질환 전문센터를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우리 병원에서 국내 대부분 환자를 보고 있습니다. 담당 교수는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많은 환자를 진료합니다. 일명 빅'5'라고 불리는 우리 병원에서도 가장 바쁜 의료진 중 하나입니다."
소아환자가 70% 정도를 차지하는 희귀난치성질환 '미토콘드리아질환' 전문가인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희귀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어려우면서도 전문인력이 부족한 삼중고를 겪고 있어 이 분야로 진출할 결심을 하는 의사가 드물다"라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전체 모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후학 양성에도 어려움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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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희귀질환인 뮤코다당증은 서울에서도 진료를 볼 수 있는 대형병원이 거의 없습니다. 이 질환 전문센터를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우리 병원에서 국내 대부분 환자를 보고 있습니다. 담당 교수는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많은 환자를 진료합니다. 일명 빅'5'라고 불리는 우리 병원에서도 가장 바쁜 의료진 중 하나입니다."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이 절반도 못 채우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대형병원 관계자의 말이다. 환자가 부족해 고민인 동네 병의원과는 달리 대형병원은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데 이를 돌볼 인력이 조만간 부족해질 것이란 이야기다.
19일 질병관리청의 '2020년 희귀질환자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국내 20세 미만 희귀질환자수는 2942명이다. 전체 환자수 5만2069명의 5.65% 정도지만 의료계에 따르면 해마다 환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희귀질환은 유병 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이다. 2019년 보건복지부가 공고한 희귀질환은 1014개다.
희귀질환 중에서도 환자 수가 적은 소아희귀질환은 각 질병을 볼 수 있는 전문가가 극히 드물다. 지방소재 대형병원에서는 진료가 거의 어렵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에 따르면 희귀질환에 포함되지 않는 소아암조차 현재 강원과 경북 지역에선 치료할 의사가 단 한 명도 없다.
희귀질환을 앓는 많은 환아들이 지방에서 올라와 진료를 받지만 서울 소재 대형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인력부족으로 인한 마비 직전이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의 한 교수는 "몇 년째 전공의가 계속 줄면서 5~6명의 정도로 꾸려졌던 팀이 3명 정도로 줄었다"며 "보조할 수 있는 전공의 인력이 없으니 교수들의 진료나 연구 외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방 대형병원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고 덧붙였다.
소아희귀질환에 관심을 가질 인재 규모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현재 주요 대형병원들은 각 희귀질환별로 원로 교수의 뒤를 이을 젊은 후임교수를 미리 점찍어 양성하는 식으로 공백을 방지한다. 지금처럼 소아청소년과 정원이 줄어들면 적절한 후임자를 찾지 못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아환자가 70% 정도를 차지하는 희귀난치성질환 ‘미토콘드리아질환’ 전문가인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희귀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어려우면서도 전문인력이 부족한 삼중고를 겪고 있어 이 분야로 진출할 결심을 하는 의사가 드물다”라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전체 모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후학 양성에도 어려움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소아희귀질환 관련 연구가 위축될 우려 또한 제기된다. 이 교수는 “소아희귀질환은 환자수가 많은 질환에 비해 관심도가 낮은 만큼 연구 인프라가 크지 않다”며 “전문과목 자체가 위기에 놓이면서 인력 문제까지 심각해질 것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의료계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유인하기 위해선 중증 및 희귀질환에 집중하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동네 병의원 개원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소아청소년 전문과목을 전공했을 때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일정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경증질환을 볼 수 있는 전문의가 부족해지면 그 영향은 중증질환을 보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어지면서 전체 의료체계가 위험해진다"며 "대학병원에서 먼저 인력 고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관련 수가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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