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주재 中대사관, 주민들 사생활침해 불만에 CCTV 제거

"中 CCTV, 대사관 벽 너머 아파트와 도로 촬영"

2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주재 중국 대사관 외부에 CCTV가 설치돼 있다. 이 CCTV는 주민들이 사생활 침해 우려를 제기하자 위치가 변경됐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주재 중국 대사관이 건물에 설치된 CCTV 카메라를 제거했다. 인근 주민들이 사생활 침해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현지 주민은 "2개월 전 대사관 주변에 대형 360도 감시카메라 3대가 설치됐다"며 "인근 아파트와 공공 도로를 촬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른 인근 주민 6명도 대사관의 감시 카메라가 주변 아파트 건물을 촬영할까 우려된다는 뜻을 전달했다.

카메라는 대사관 벽 너머에 있는 금속 기둥에 설치돼 있었다. 대사관 영사부 맞은편에 사는 한 주민은 이를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고 토로했다.

이에 포르투갈 외무부는 지난 18일 관련 당국에 중국 대사관의 감시 카메라가 현지 규정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포르투갈 법에 따르면 감시카메라는 부동산이나 공공 도로를 향해 설치할 수 없으며, 부동산에 대한 접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만 포착할 수 있게 돼 있다.

포르투갈 국립개인정보보호외원회(CNPD)는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해 중국 대사관과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일 로이터는 카메라 한 대가 제거되고, 나머지 두 대는 더 이상 대사관 외부를 향하지 않도록 위치가 변경된 것으로 확인했다.

CCTV의 제거와 위치 변경에 주민들의 불만이나 포르투갈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대사관에 설치된 카메라의 제조사는 일부 지분을 중국 정부가 보유한 '하이크비전'이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보안 위험을 이유로 각 부처에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건물에 하이크비전 등 중국 제조사가 만든 CCTV를 설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중국은 정교한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부 해외 주재 중국 대사관은 과도한 감시와 보호 조치를 시행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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