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대리 어떻게 볼까" 내달 9일 '남양유업 소송전' 항소심 결과 주목

기사내용 요약
1심서 쌍방대리 인정 안해 한앤코 '勝'…2심 선고 예상보다 빠르게 일정잡혀
일각서 "해외 선진국처럼 국내도 로펌 쌍방대리 엄격히 바라봐야" 주장나와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간 인수합병(M&A) 계약 불이행 소송 '2차전' 결과가 다음달 9일 나온다. 홍 회장 측은 1심에서 쌍방 자문과 이면 계약을 이유로 계약 무효를 주장했지만 패소한 바 있다.

쌍방대리는 계약 당사자의 법적 대리를 동일한 대리인이 모두 맡아 계약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법원 판결을 통해 계약 무효가 선고된 적은 없다.

1심과 2심 재판에서 홍 회장 측은 김앤장의 쌍방대리 문제를 지적하며 계약의 무효를 주장했고 한앤코는 이를 부인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쌍방대리에 대한 양측의 주장을 어떻게 바라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 회장과 한앤코는 지난해 5월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양측은 딜 클로징 기한으로 정해진 8월31일까지 끝내 간극을 줄이지 못했다.

홍 회장은 같은 해 9월1일 한앤코를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주된 이유는 약정 위반이다. 이어 9월14일 열린 남양유업의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매각 결렬을 공식화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홍 회장 측은 중계자 역할을 한 함춘승씨로 부터 추천받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고, 한앤코 측이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앤코 측은 홍 회장에게 쌍방대리인 김앤장이 남양유업과 한앤코를 모두 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렸다는 입장을 보였다. 계약 당사자에게 사전에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쌍방대리로 진행하더라도 계약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정찬)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계약 과정에 참여한 변호사들를 대리인이 아닌 사자(심부름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며 쌍방대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변호인단을 교체하고 추가 증거를 신청하는 등 쌍방대리에 대한 문제점을 2심에서 판결을 뒤집는다는 각오를 보였는데, 법원은 추가 증거 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변론을 예상보다 빠르게 종결했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차문호)는 다음달 9일 최종 선고를 내린다는 계획이다. 추가 증거를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앞선 소송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국내 M&A 시장에서 쌍방대리 문제는 꾸준히 발생했었고, 이번 주식매매계약 소송에서도 동일한 관행이 이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원이 대형 로펌들의 쌍방대리 행위를 아직까지는 엄격히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법조계가 해외 선진국들처럼 위상을 한 층 높이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쌍방대리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달 9일 선고를 앞둔 남양유업 매각 소송이 쌍방대리와 관련한 국내 첫 케이스가 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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