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리뷰] 구순 앞두고도…비상하는 이순재의 '갈매기'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클래식 이즈 베스트. 연극 '갈매기'를 관람한다면, 이 문장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화려한 기술과 시스템의 발전 속에서, 연극 무대는 군더더기 없이 담백함을 자랑한다. 사실 전기 에너지가 없던 시절 시민들이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예술쇼였으니, 현재의 대중 매체 바이블과도 같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은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는 연기학원이나 연극영화과에서 연극 작품을 올릴 때 흔히 올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사실주의 연극의 교과서인 셈이다.
'갈매기'는 인물들 간의 비극적인 사랑과 처절한 갈등, 인간 존재의 이유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을 그린다. 최근 국내에서 공연되는 '갈매기'는 원로 배우 이순재가 연출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한국 대배우 이순재와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만남은 고전극을 더더욱 클래식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또 이순재의 오랜 버킷리스트였던 '안톤 체호프 작품 연출'의 꿈이 실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다시 말해 '갈매기'에는 나이 90세를 앞둔 이순재의 연극에 대한 66년 애정이 담겼다.
이순재는 연출과 동시에 극 중 쏘린 역할로도 출연한다. 쏘린은 '갈매기'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인물로 여배우인 여동생 아르까지나, 연극 작가를 꿈꾸는 조카 뜨레블례프, 배우 지망생 니나 등 연극계 관련 인물들을 묵묵히 응원한다. 이런 쏘린의 면모는 후배들을 극단에 세우고, 연기 지도부터 무대 동선까지 섬세하게 디릭텡한 이순재와 닮아 있다. 포스터 조차에서도 배우들이 이순재를 둘러싸고 앉아, 이순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 덕분일까. 배우들의 열연도 '갈매기'의 관전포인트다. 기자가 관람한 회차에는 소유진(아르까지나), 오만석(뜨리고린), 권화운(뜨레블례프), 진지희(니나), 김수로(도른), 강성진(샤므라예프), 고수희(뽈리나), 신도현(마샤), 김아론(메드베젠꼬) 등이 앙상블을 펼쳤다. 한 무대에서 보기 쉽지 않은 라인업이지만, 이순재의 연출작이라는 이유로 후배 배우들이 한달음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이순재의 연기 신념도 이들에게 전파된 모양이다. 최근 대중 매체에서는 OTT 및 유튜브 영향으로 한국 작품이라도 자막을 보는 시청 형태를 보이고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방송이었지만, 비장애인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해진 것이다. 이에 배우들의 대사에 집중하기보다는 자막에 의존해 내용을 이해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연극은 자막이 없기 때문에 배우의 딕션이 중요하다.
'갈매기'를 관람할 때, 대사가 또렷이 들려 대사를 이해하거나 극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애먹지 않는다. 오히려 소유진의 앙칼진 목소리는 저릿하게 다가와, 명예와 사랑을 모두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캐릭터가 명확하게 와닿았다. 진지희 역시 배우에 대한 갈망과 엇갈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발음이 뭉개질 수도 있었지만 깨끗하게 전해, 순수한 소녀 니나를 더 잘 그려냈다. 연극무대 초짜인 권화운도 중저음의 큰 울림은 물론 절제된 동작으로 주변에 인정받지 못하고 어긋난 사랑으로 고뇌하는 작가 지망생을 나타내, 뜨레블례프에 공감하게끔 만들었다.
여기에는 1956년 성우로 먼저 배우로 데뷔했던 이순재가 극 연출인 만큼, 배우들의 대사 전달에 부단히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또 배우들의 구멍 하나 없는 연기 향연에서도, 기본이지만 가장 중요한 연기 그 자체를 강조한 이순재의 철학도 엿보인다. 이것이 연기 내공으로 다져진 이순재표 '갈매기'를 보는 재미다. 구순 가까운 나이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원조와 클래식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준 이순재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갈매기'는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2월 5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트에서 공연된다. 2월 25일에는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으로 무대를 옮겨, 막을 올릴 예정이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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