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K] 마르고, 잠기고…‘생명의 땅’ 습지가 사라진다
[앵커]
습지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탄소를 저장·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런 습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갯벌 같은 연안습지의 경우 최근 20년 동안 축구장 만 개 가량이 파괴됐습니다.
실태를 이예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00만 ㎡에 달하는 습지에 호수와 갈대밭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미개방 구역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물이 마른 땅에는 갈대만 빽빽하게 자라있습니다.
["어휴 다 땅인데요?"]
흙은 바짝 말라 손만 대도 가루가 날립니다.
["땅이 되니까 고라니가 잠자는 자리까지 만들어놨어요."]
육지 동물의 흔적까지 발견됩니다.
원래는 가슴 정도 높이까지 물이 차 있는 습지였습니다.
그런데 건조화가 진행되면서 지금은 이렇게 걸어 다닐 수 있는 땅이 됐습니다.
전체 습지의 1/3 정도가 이렇게 변했습니다.
자치단체가 복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입니다.
[강호정/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이 지역의 가뭄 일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요. 특히 2015년 이후에 수원이나 안성 지방의 강수량이 크게 줄어든…."]
원래 이곳은 물과 습지를 오가던 수달 가족부터 각종 천연기념물이 정착한 터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습지가 파괴되면서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비상이 걸린 건 동식물만이 아닙니다.
훼손된 습지의 탄소배출량을 직접 측정해 봤더니, 정상 습지의 두 배를 훌쩍 넘습니다.
탄소 저장 기능이 사라진 겁니다.
습지 파괴는 바다도 예외가 아닙니다.
2003년 이후 축구장 9천5백 개 넘는 바다 습지가 사라졌습니다.
[홍승범/국립생태원 생태적응팀 선임연구원 : "야생생물들은 굉장히 취약한 부분에 노출되기 때문에 습지에 살고 있는 식물 중 하나가 사라진다고 하면 그 식물과 관계돼 있던 다른 생물들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생태의 보고이자 거대한 탄소저장고, 습지.
육지화를 막지 못하면 탄소를 무방비로 쏟아내는 탄소 공장이 될 거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예진입니다.
이예진 기자 (yejin.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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