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부동산]전셋값 떼일까 잠도 못자요

이하은 2023. 1. 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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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이야기>
'고금리' 전세대출 이자 휘청…사기 위험까지
기약 없는 전·월세살이…내 집 마련은 동화 속?
이번 명절, 부동산 이야기는 '절대 금지'다. 전셋집에 살아도, 내 집이 있어도 치솟는 대출이자에 걱정은 매한가지다. 다음 달 이자 걱정에 떡국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 부동산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를 꺼내는 순간, '불행 경쟁' 시작일지 모른다. 비즈니스워치가 밥상머리 부동산 얘기를 대신할 세대별 현실을 가상으로 구성했다. [편집자]

고모가 저 대학 갈 때 그러셨잖아요. 처음엔 월세방에서 시작해도 취직하고 나면 전셋집으로 가고 몇 년 지나면 내 집도 살 수 있을 거라고요. 겨우 전셋집 얻었는데, 연봉보다 이자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른걸요. 이러다간 월세로 돌아가는 게 낫겠어요.

원래 집은 무리해서 사는 거라고요? 글쎄요. 요즘 '깡통전세'다 뭐다 말이 많은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등기부등본도 떼봤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고, 부동산에선 괜찮다는 말만 반복해요. 집만 생각하면 답답해요.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전세 대출 이자 버겁고

저도 알아요. 월세로 가면 고정 비용이 늘어난다는 거. 그런데 전세로 살면 돈도 아끼고 더 나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거, 진짜 옛날 말이에요. 요즘 월셋집 찾기가 전셋집 찾기보다 더 어렵대요. ▷관련 기사:[집잇슈]전세는 떼일까 불안, 월세는 비싸…세입자 어디로(2022년 12월30일)

작년에 돈 아낀다고 회사와 먼 강서구로 이사했는데 보증금 2억5000만원에 투룸 구한 거 아시죠. 그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깔끔한 집을 구했다고 너무 기뻤는데. 대출 금리가 문제네요. 다음 달부터 또 금리가 인상된다고 문자가 왔어요.

그동안 모아둔 5000만원을 탈탈 털고, 전세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았어요. 그래도 모자란 돈은 신용대출로 메꿨고요. 이제 겨우 1년 지났는데 금리가 훅 올랐어요. 전세대출 금리가 처음엔 2.2%였는데 이젠 5.3%로 2배 넘게 올랐어요. 신용대출 금리는 3.5%에서 6.5%까지 올랐고요.

그러니까 원래 매월 이자로 42만원을 내다가 이젠 93만원을 내게 된 거예요. 이게 말이나 되나요? 문자를 보고 믿기지가 않아서 은행에 전화했는데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은 다 그렇게 올랐대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보니까 16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하나·신한·NH농협)의 전세 대출 최고금리가 6.06~7.75%예요. 기준 금리가 계속 오르니 대출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넓은 집에 저렴하게 살 수 있을 줄 알고 전셋집을 구한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회사 근처에 월셋집을 얻는게 나을 뻔 했어요. 월세로 돌아가고 싶다는 제 마음 좀 이해되세요?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추이/그래픽=비즈니스워치

깡통전세도 무서워

그래요, 금리 때문에 힘든 건 우리 가족 모두 똑같죠. 그런데 고모, 전 지금 어렵게 대출받아 마련한 보증금까지 날릴까 잠이 안 올 지경이에요.

깡통전세라고 들어보셨죠. 집값이 전세금보다 낮아져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전셋집이요. 부채비율이 80%가 넘으면 깡통주택이라고 하는데, 우리동네(강서구) 79%가 그렇대요. 얼마 전에 죽은 '빌라왕'도 강서구에 수백 채를 사들였고요.

전셋값 싼 곳을 찾아 여기까지 온 게 죄인가요. 부랴부랴 등기부등본을 떼봤는데 다행히 압류 같은 건 없더라고요. 그래도 언제 임대인이 바뀔지 몰라서 불안해요. 빌라왕 사건들도 보면 중간에 임대인이 바뀌었다고 하잖아요.

이자도 부담이고 전세 사기도 걱정돼서 이사하려고 하는데 집주인이 돈이 없대요. 지금은 저처럼 전셋집에서 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수가 없다나 뭐라나. 일단 계약이 끝날 때까지는 눌러 앉아있어야 할 것 같아요. ▷관련 기사:[집잇슈]"집주인이 돈 없대요" 발 묶인 전세 세입자(1월10일)

만약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어떡하나 앞이 캄캄해요. 불과 몇년전 만해도 남의 일인줄만 알았는데 요새는 그렇지 않잖아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인데 빚이 수억원이나 생긴다니.. 고모 말대로 언제쯤 남의 집 살이를 벗어날 수 있을까 막막하기도 하고요. 차근차근 내 집을 향해 나가는 건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가 봐요.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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