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기 안 돌아가는 집, 혹시…위기가구 찾는 따뜻한 ‘순찰’

김선식 2023. 1. 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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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최재숙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이 연희동 언덕에 있는 빈집 우편함을 뒤적거렸다.

최 위원장은 '연희동 복지순찰대' 이름으로 위기 가구 발굴 활동 중이다.

이한식 연희동장은 "위기 가구 발굴 활동은 예전에도 해왔지만, 각 단체가 나눔, 방역 활동을 하면서 좀 더 신경 써서 위기 가구를 발굴하자는 취지로 복지순찰대를 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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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모녀 사건 두달, 연희동 ‘복지순찰대’ 뜬다
서울 연희동 빈집 우편물을 확인하고 있는 최재숙 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김선식 기자

지난 18일 최재숙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이 연희동 언덕에 있는 빈집 우편함을 뒤적거렸다. 시멘트로 덧칠한 외벽 틈새 옆 우편함에 자동차세 체납 고지서 등 우편물 10여개가 빼곡했다. 현관문엔 딱지 두 장이 붙었다.

‘임대차 계약 관계 및 주거 확인 등을 위해 방문했으니 연락 달라.’ 엘에이치(LH)공사와 통장이 남긴 메모다. 집주인은 현재 다른 곳에 살면서 주민등록 주소는 이곳에 그대로 둔 것 같았다.

연희동 궁동산 자락과 홍제천 사이, 비탈진 북향 지대인 이곳엔 단독·다세대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최 위원장은 두달 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모녀 사건’ 얘길 꺼내며 “그 모녀도 주소는 광진구, 실거주지는 신촌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모녀는 통신비, 건강보험료, 카드값 등이 연체돼 위기 가구 대상으로 분류됐지만, 실거주지와 등록 거주지가 달라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위기 가구 발굴을 위해 순찰 중인 최재숙 연희동 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왼쪽)과 이한식 연희동장. 김선식 기자

최 위원장은 ‘연희동 복지순찰대’ 이름으로 위기 가구 발굴 활동 중이다. 서대문구가 올해 꾸린 복지순찰대 1716명 중 한명인 셈이다. 순찰대는 주로 기존 통장협의회, 동 사회보장협의체, 새마을부녀회,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방문간호사 등 주민과 밀착해 활동하는 이들로 꾸렸다.

이한식 연희동장은 “위기 가구 발굴 활동은 예전에도 해왔지만, 각 단체가 나눔, 방역 활동을 하면서 좀 더 신경 써서 위기 가구를 발굴하자는 취지로 복지순찰대를 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대문구는 한국전력과 도시가스공사에 별도 요청해 관내에 석달 이상 전기료 등이 연체된 주소지 정보를 받았다. 위기 가구 발굴 작업에 유용한 정보라고 판단해서다. 관내 756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들과도 협업을 추진한다. 월세가 장기 체납된 경우, 임대인 또는 임차인이 동 주민센터에 알리거나 상담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겠단 것이다.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이런 내용을 안내하도록 할 예정이다.

서대문구는 다음달 전기·가스·수도 검침원과 야쿠르트 배달원을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위촉할 예정이다. 각 가정을 방문할 때 위기 징후를 발견하면 주민센터에 알리는 구실을 이들에게 맡길 예정이다.

김수현 연희동 주민센터 주민복지팀장은 “현장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위기 징후가 있다. 전기 계량기가 오랫동안 멈춰 있거나, 겨울인데 창문이 열려 있거나, 밖에 벗어 둔 신발 모양이 일정하거나, 밖에 수건을 계속 널어 두거나 한 모습 등이 해당한다”고 말했다.

연희동 한 주택 대문에 꽂아 놓은 서대문구 위기 가구 도움 신청 안내문. 김선식 기자

최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과 수다를 많이 떠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런 얘기(위기 가구 얘기)도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한달 전 지인과 수다를 떨다가 옆집에 석달째 월세가 밀린 50대 남성 얘길 들은 뒤, 이를 주민센터에 알렸단다. 그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남성은 이혼 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있었다. 지금은 홍은1동 주민센터가 쌀과 김치를 갖다주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다른 자치구들도 위기 가구 발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성북구의 ‘구석구석 발굴단’에 참여한 김정국(52)씨는 “집수리 봉사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외부에 잘 알리지도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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