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진행된 압수수색… 민주노총·한국노총 “노동 탄압” 규탄

조희연 2023. 1. 2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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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틀 연속 진행되면서 민주노총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대통령의 사주를 받아 국정원이 메가폰을 잡은 한 편의 쇼”라며 총궐기와 총파업으로 윤석열정부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양대노총 등 건설노조 사무실 14곳을 대상으로 이뤄진 압수수색을 두고 “본격적인 노조 탄압”이라고 규탄했다.
19일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양경수 위원장이 압수수색에 대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단 한 명의 책상 하나를 압수수색하는 데 경찰 1000여명이 동원되고, 사다리차와 에어매트리스까지 등장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사자와 변호인에게만 제공돼야 하는 영장 내용이 언론을 통해 유포되고 근거 없는 확대재생산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국정원과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민주노총 본부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한 데 이어 이날 건설현장 불법행위 정황을 확보한 것을 근거로 또다시 민주노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지자 긴급 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양 위원장은 “국가보안법은 역사의 유물로 사라졌어야 할 법”이라면서 “수십년간 쌓아온 민주주의가 대통령 한 명에 의해 철저히 유린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이번 압수수색은 “무능과 무책임으로 망가진 외교, 민생, 여당의 자중지란을 덮고,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는 민주노총의 입을 막기 위한 색깔 공세”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중 ‘UAE의 주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한 것을 덮고, 내년 경찰로 이관되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과 위헌판결을 앞둔 국가보안법을 지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윤석열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오는 5월1일 노동절쯤 총궐기를 진행하고 7월에는 총파업 투쟁에 나서겠다며 윤석열정부에 대한 ‘강대강’ 기조도 표명했다.

◆“보여주기식 압수수색”…공안탄압 중단 촉구

이번 압수수색 집행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민주노총 법률원장인 정기호 변호사는 “국정원 영장에 따르면 혐의 대상자는 개인 활동을 한 것이고, 민주노총의 조직적 행위는 전혀 없다. 압수수색 대상도 혐의 대상자의 책상, 집, 차량이 전부”라며 “하지만 국정원은 마치 민주노총 (전체가) 압수수색 대상인 것처럼 경찰 수백명을 동원했다”고 꼬집었다. ‘공권력 행사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또 “국정원은 이미 혐의 대상자를 집에서부터 미행해 신병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경찰을 동원할 필요가 없었고 사다리차와 에어매트리스도 전혀 필요 없었다”며 “그럼에도 수많은 경찰과 소방을 동원한 건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냐”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은 피의자의 혐의 여부를 밝혀내려는 의도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명백히 드러난 집행”이라고 했다.

시민사회계에서도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전국농민회총연맹 등 231개 단체는 이날 대통령실 인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정부는 진보진영에 대한 공안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정부가 시대를 역행하는 국정원과 국가보안법의 망령을 되살려 다시 한국 사회를 지배하려 한다”며 “국정원 댓글부대·여론조작·간첩 조작 등을 저지른 이명박·박근혜정부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정부 노조 탄압 본격화”

한편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날 서울경기북부지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를 뿌리 뽑겠다며 사무실에 공권력을 밀어 넣으면서 본격적으로 노조 탄압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8시10분부터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실 5곳과 한국노총 사무실 3곳, 소규모 노조 사무실 6곳, 총 14개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는데, 이를 비판한 것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부터 노조가 건설 현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고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양대노총 관계자 등의 연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경찰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에서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전날 국토교통부가 LH 현장의 건설노조 불법행위가 확인됐다며 노조를 상대로 탄압 분위기를 조성하더니, 단 하루 만에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적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압수수색은 전날 건설단체가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공동성명’을 밝힌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정권과 건설업계가 합심해 노조만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안 탄압을 기획하고 있다고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건설업계가 자신들의 불법행위는 손으로 가리면서 건설노조를 눈엣가시로 지목하고, 정부가 건설업계의 ‘고충처리전담반’ 같이 행동하는 노조탄압 행위로는 건설현장의 불법을 뿌리 뽑지 못한다”며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윤석열 대통령 향한 충성 경쟁”

한국노총도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건설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지현 대변인은 “소속과 상관없이 이번 건설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은 노조를 비리 집단으로 몰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정부를 향한 비난의 화살을 노조로 돌려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별로 노조 때리기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충성 경쟁이라도 하는 모양새”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건설현장에 실제로 노조의 조직적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향후 수사와 판결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무능과 실책을 가리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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