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살인마 이기영에게 묻고 싶은 말

양희문 기자 2023. 1. 20. 07: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발적 살인이다."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돈을 강탈한 이기영(31)의 진술이다.

이기영은 동거녀를 살해하기 전인 지난해 8월3일 낮 12시께 '먹으면 죽는 농약' 등 독극물 관련 내용을 인터넷에 수차례 검색했다.

이기영은 택시기사 살해 후 그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이용해 768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하고, 45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택시기사와 집주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지난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기영은 지난달 20일 60대 남성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으며, 그보다 넉 달 앞선 지난해 8월 집주인인 동거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공동취재) 2023.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고양·파주=뉴스1) 양희문 기자 = “우발적 살인이다.”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돈을 강탈한 이기영(31)의 진술이다. 계획적 범행을 입증하는 수사기관의 증거에도 이기영은 뻔뻔했다. “둔기를 던졌는데 죽었다” “합의금 문제로 다투다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 등 우발적 살인을 강조했다. 반성은커녕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살인범의 말대로 우발적 범행일까? 아니다. 계획적 범행을 입증하는 증거는 넘친다. 이기영은 동거녀를 살해하기 전인 지난해 8월3일 낮 12시께 ‘먹으면 죽는 농약’ 등 독극물 관련 내용을 인터넷에 수차례 검색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동거녀를 둔기로 살해한 뒤 경기 파주시 공릉천변에 시신을 유기했다.

이후 행적은 계획 범행임을 더 확신케 한다. 이기영은 동거녀의 휴대전화, 신용카드, 예금 등을 모두 탈취했다. 살인범은 동거녀 명의 인터넷뱅킹에 접속해 36회 걸쳐 393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고, 동거녀 카드로 95회에 걸쳐 4193만원을 사용했다. 애인이 죽은 사람이 할 행동은 아니다. 애초 금전이 목적인 게 드러나는 정황이다.

결정적 증거는 비산흔(飛散痕)이다. 비산흔이란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으로 몸에 상처가 발생할 때 피가 튄 흔적이다. 이기영의 집에는 다량의 핏자국이 발견됐다. 동거녀의 피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혈흔이 튀어있는 방향을 분석했고, 동거녀는 10여 차례 둔기에 맞아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둔기를 던졌는데 죽었다”는 이기영의 진술을 전면 반박하는 증거다.

죄책감은 없지만 범행 발각에 대한 두려움은 컸나 보다. 이기영은 시신 유기 후 ‘파주 변사체’, ‘공릉천 물 흐름 방향’ 등을 검색하며 시신이 발견될 것에 대해 경계했다. 심지어 유기 장소를 찾아 낚시꾼들을 상대로 “경찰이 온 적 있느냐”, “하천에 뭐 뜬 거 없느냐”며 묻기도 했다. 정말 이기적이다.

택시기사 살해도 마찬가지다. 이기영은 지난해 12월20일 고양시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 접촉사고를 냈다. 이후 “충분한 합의금을 주겠다”며 상대방인 택시기사를 집으로 유인했다. 그리고 둔기로 내리쳐 살해했다. 당시 이기영의 통장 잔고는 10만원가량이 전부였다. 돈을 줄 능력 자체가 없었다.

“다수 음주운전 전과가 있어 실형을 살까봐 겁이 나 그랬다”는 진술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기영은 택시기사 살해 후 그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이용해 768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하고, 45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 역시 금전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라면 설명되지 않는다.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버렸다. 성실한 조사를 통해 잘못을 빌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이기영은 시신 유기 장소를 번복하는 등 경찰을 기만했다. 동거녀 살해도 처음엔 부인하다가 증거를 보여주자 그때서야 인정했다. 검찰 송치 전 ‘유가족에게 할 말 없습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말도 가식으로 느껴진다.

목숨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하지만 이기영은 돈 때문에 타인의 목숨을 빼앗았다. 금전이 목적인 계획 범죄였다. 가족에게 피해 끼치고 싶지 않아 얼굴 공개를 거부하던 이기영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가족만 소중한가?

yhm9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