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밤하늘의 별이 사라진다, 인공조명이 부른 光公害 탓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3. 1.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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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시민과학자 5만여명 12년 관측
매년 밤하늘 밝기가 9.6%씩 증가
관측 가능한 별, 절반 이상 사라져
물고기는 불면증 걸리고 곤충도 급감
밤하늘의 광공해 비교. 인공조명이 없는 곳(왼쪽)은 완전히 어두워 은하수까지 잘 보이지만, 조명이 환한 도심(오른쪽)에서는 별을 거의 볼 수 없다./NOIRLab/NSF/AURA, P. Marenfeld

밤하늘의 별이 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광공해(光公害)가 더 빠른 속도로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아이들이 태어날 때 밤에 본 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이면 절반 이상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이 나온다.

독일 지구과학연구센터의 크리스토퍼 키바 박사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에서 시민과학자 5만1351명이 참여한 관측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밤하늘이 9.6%씩 밝아졌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밤하늘 밝기, 8년 안에 두 배 증가

그동안 인공위성 관측은 전 세계 밤하늘이 연간 2%씩 밝아졌다고 계산했는데 지상에서 직접 관측한 결과는 광공해가 그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임을 보인 것이다. 키바 박사는 “지금처럼 광공해가 지속되면 밤에 별을 250개 정도 볼 수 있는 곳에 태어난 아이가 18세가 되면 100개도 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 12년 동안 ‘밤의 세계(Globe at Night)’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일반 참여자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밤에 볼 수 있는 별들을 표시한 지도를 주고 실제로 보이는 것과 비교하도록 했다. 그 결과 8년도 안 돼 밤하늘의 밝기가 두 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에서 사람들이 사는 곳은 대부분 밤에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는다. 도시 밤하늘을 밝히는 것은 산란광(散亂光, skyglow)이다. 하늘로 향한 인공조명에서 나온 빛이 대기 중의 수증기. 먼지 등에 부딪혀 굴절되고 산란하면서 하늘이 밝아지는 현상이다. 하늘이 밝으니 별빛이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야외 조명이 LED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캐나다 캘거리시를 쵤영한 위성 영상을 보면 2010년(왼쪽)은 나트륨 가로등이 대부분이라 도시가 전체적으로 주황색으로 보이지만, 2021년(오른쪽)은 LED로 대체돼 하얗게 바뀌었다./NASA Johnson Space Center

◇위성 관측보다 광공해 5배 심각

산란광은 지난 세기 동안 지구 곳곳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위성은 이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인공위성은 파장이 50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보다 짧은 빛은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빛은 파장이 짧을수록 대기에서 산란이 더 잘된다.

최근 야외 조명으로 인기가 높은 LED(발광다이오드)의 파장도 400~500나노미터이다. 키바 박사는 “인간은 밤에 짧은 파장의 빛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LED 조명은 밤하늘의 밝기를 감지하는 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며 “위성 관측과 이번 시민 참여 관측 결과가 다른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대의 파비오 팔치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평 논문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과학계에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광공해가 그동안 적극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야간 조명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이 아니며 실제로는 공해가 된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산호초에 사는 흰동가리. 인공 조명에 노출되면 흰동가리의 알이 부화되지 못했다./위키미디어

◇광공해로 물고기는 불면증 걸려

광공해 피해는 별이 보이지 않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은 물론 동식물의 건강도 훼손한다. 지난 2020년 독일 라이프니츠 담수생태학과 내수면어업 연구소의 베르너 클로아스 교수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환경 공해’에 “도시의 인공조명으로 인해 밤하늘이 밝아지면서 하천에 사는 담수어에서 멜라토닌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멜라토닌 호르몬은 수면을 유도한다. 한국도 독일과 광공해가 비슷하다고 보면 한강에 사는 물고기는 이미 불면증(不眠症)에 시달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멜라토닌은 생체 시계를 조절하고 생식과 성장에도 관여한다. 도시의 인공조명이 물고기의 잠을 설치게 할뿐 아니라 번식과 성장도 방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연안에 사는 물고기는 인공조명으로 인해 번식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호주 플린더스대의 에밀리 포버트 교수 연구진은 2019년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산호초에 사는 흰동가리가 인공조명에 노출되면 부화를 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흰동가리는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열대어이다.

도시에서는 곤충이 직격탄을 받았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은 지난 2021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LED 가로등이 곤충 개체수를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도시의 광공해가 자연을 불면증과 불모(不毛)의 세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Science,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bq7781

Sciecne Advances, DOI: https://doi.org/10.1126/sciadv.abi8322

Environmental Pollution, DOI: https://doi.org/10.1016/j.envpol.2020.114324

Biology Letters, DOI: https://doi.org/10.1098/rsbl.2019.0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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