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4㎡ 분양가 '2억원' 오른 동안 실거래가 '10억원' 폭락

김노향 기자 2023. 1. 20.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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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구축보다 신축이 비싼 시대] ① 청약불패시대 갔다

[편집자주]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기존 아파트값은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로 인건비와 자재 가격이 뛰면서 신규 단지의 원가율이 높아졌다. 가격 하락기에 맞는 원가 상승은 구축 매매가와 신축 공급가의 반비례 현상을 만드는 기형적인 구조를 형성시킬 수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물가 상승분을 건축비 산정에 반영한 데다 분양상한제 폐지와 고분양가 규제 완화 등을 단행, 앞으로 분양가가 무서운 속도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가 치솟으면서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폭등하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 대한민국 사교육과 부동산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장주로 손꼽히는 '래미안 대치팰리스'가 지난해 11월17일 91㎡(이하 전용면적) 실거래가 29억1000만원(20층)에 신고됐다. 최고점이던 2021년 12월 당시 같은 면적 실거래가격이 33억원(18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으로 거품이 빠지며 1년 만에 4억원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단기간 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금리 급등과 공급망 문제로 야기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가 치솟으면서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더 이상 누를 수 없는 수준이 되고 있다. 반면 기존 아파트의 경우 대출금리 급등으로 이자 부담이 대폭 커진 데다 수요 급감, 과도한 공급량 증가 등으로 가격 하락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분양률 제고를 위해 통상 새 아파트 분양가격은 기존 아파트보다 높지 않게 책정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억제 역할도 있지만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도 표면적으론 공급주체가 분양가를 과도하게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가격 상승기에도 이 같은 경향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신규 분양시장도 지난 수 년 간 내놓기가 무섭게 계약이 이뤄지는 활황세를 보였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는 시장 경착륙 도모를 이유로 내세워 그동안 묶여 있던 대부분의 규제를 풀었지만 구매자 입장에선 높은 이자와 어두운 전망에 따른 부담으로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눈치다. 이런 이유로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당첨자가 상당한 시세 상승분을 독식할 수 있다던 '로또 청약'도 자취를 감췄다. '상승'을 바라는 여전한 기대감과 '상승'해야 하는 일부의 부추김 만이 남아 있는 정도다.


84㎡ 분양가, 1년 만에 1.8억 상승


부동산R114 조사 결과 2022년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522만원으로 1년 전(1311만원)보다 211만원(16.1%) 뛰었다. 이는 2000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5.0%)의 3배를 넘었다. 84㎡(이하 전용면적) 기준으론 1년 만에 6700만원 안팎 분양가가 오른 셈이다.

서울은 3.3㎡당 분양가가 2021년 2945만원에서 2022년 3522만원으로 577만원(19.6%) 올랐다. 84㎡ 기준으론 1억8000만원 안팎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지역별 3.3㎡당 분양가 상승액은 ▲울산 321만원(1488만원→1809만원) ▲대구 316만원(1716만원→2032만원) ▲대전 275만원(1330만원→1605만원) 등의 순이다.

정부는 시공업체들의 저가 수주 피해를 막는다며 분양가상한제의 건축비 인상과 자재비·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한 민간공사 에스컬레이션을 강화했다. 특히 2021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용이 상승, 앞으로 분양가는 더욱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의 규제지역도 해제됐다.
강지호 디자인 기자


강남 실거래가 1년 새 10억 하락


반면 금리상승 영향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강남권에선 착공 이후 3년 이상 지난 조합원 보유분이 전매제한 예외규정을 이용해 최근 수억원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부동산 플랫폼 '호갱노노'에 따르면 2024년 1월 입주 예정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84㎡ 입주권은 지난해 11월 23억원에 거래돼 직전 실거래가(29억3000만원) 대비 6억3000만원 내렸다.

오는 2월 입주 예정인 강남구 개포동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는 지난해 12월 84㎡ 입주권이 10억원 가량 하락한 20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는 2021년 11월 29억5000만원이었다. 해당 단지는 2020년 1월 분양 당시 84㎡ 일반분양 물량(24가구) 모두 1층이었지만 1순위 경쟁률이 100대 1에 달했다. 3.3㎡당 분양가는 4750만원으로 인근 신축 시세 대비 분양가가 낮아 당첨 시 '10억원 로또' 아파트로 불렸다. 84㎡ 분양가는 15억7300만원이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최근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으로 사업비용이 증가하면서 구축 대비 분양가 메리트가 작아져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낮아졌다"면서 "올해는 계속 고분양가가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가 무순위 청약 대상을 전국의 유주택자로 확대해 경쟁력 있는 단지에 청약 신청이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지호 디자인 기자


강남 청약률도 대폭 꺾였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에서 1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로또 청약으로 불리던 신규 분양시장은 이처럼 금리와 분양가 상승으로 인해 투자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전국 청약 경쟁률이 2014년 이후 8년 만에 10대 1 이하로 떨어진 것이 이 같은 투자심리를 반영한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12월7일 기준)은 평균 8.5대 1로, 2021년(19.1대 1)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집값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0년에는 전국 1순위 경쟁률이 26.8대 1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말 서울 최대 재건축으로 손꼽히던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일반분양 4786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평균 4.7대 1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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