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커뮤니티→몸값 4조'…패션플랫폼서 '패션 공룡' 탄생할까

김진희 기자 2023. 1. 2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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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플랫폼 춘추전국시대①] 대기업도 가세…주도권 경쟁 여전
코로나로 온라인 경쟁 '후끈'…엔데믹에 오프라인 영토 확장

[편집자주] 2001년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으로 시작한 커뮤니티가 20년새 몸값 4조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다. 패션 플랫폼들은 코로나 확산 속 온라인 소비 문화가 급증하는 추세에 몸집을 키웠다. 이후 비슷한 성격의 패션 플랫폼이 난무했으나 투자환경이 악화돼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 플랫폼들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에 입장하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무신사 제공)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온라인 패션 플랫폼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전환됐고 스타트업에 이어 대기업도 자사몰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진데 따른 것이다.

패션 플랫폼 업계에서는 무신사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누적 거래액을 달성하면서 여전히 주도권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엔데믹 전환과 함께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리며 사세 확장에 나섰다.

◇'기업가치 4조' 무신사, 업계 1위…성·연령·브랜드별 '경쟁 구도' 다양

20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패션 플랫폼 시장 독보적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기업가치만 4조원에 달한다. 2021년 무신사의 누적 거래액은 업계 최초로 2조원을 돌파했으며 올해 3조원을 목표로 한다.

무신사가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스트리트 브랜드부터 최근 '핫한' 브랜드를 발굴·육성·입점 시킨 것이 주효했다. 커버낫, 리, 디스이즈네버댓 등 브랜드로 MZ세대 입맛을 사로잡은 무신사는 현재 7000여개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무신사는 '남성 패션'에 특화됐다는 이미지를 씻어내고 여성복 소비자를 흡수하기 위해 2021년 여성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와 29CM를 인수했다. 29CM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전년 대비 80% 가량 성장한 6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상승세에는 브랜딩 강화와 신진 브랜드 영입 확대를 통한 △여성 패션·잡화 부문의 급성장△충성 고객 비중 확대△온오프라인 콘텐츠 흥행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신사는 패션 플랫폼 중 유일하게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는 '흑자' 플랫폼이다. 2021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19% 증가한 542억원이며, 매출은 같은 기간 41% 늘어난 4667억원,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는 400만명이다.

후발주자 W컨셉, 하고엘앤에프, 패션플러스, 브랜디,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패션 플랫폼도 투자 등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연간 누적 거래액이 4000억~1조원 수준이다.

그 중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으로 전개 중인 W컨셉은 신세계 그룹에 인수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SG닷컴,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외형을 확장하며 그룹사 간 시너지를 내고 있다. W컨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거래액은 302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성장했다.

2018년 영업을 시작한 에이블리는 2021년 기준 누적 거래액 7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성장세다. 지난해 9월부터는 월간 이용자수가 업계 최초로 700만명을 넘어섰다. 에이블리는 빠른 배송 서비스인 '샥 출발'을 통해 이 같은 성장세를 이뤄냈다.

신세계백화점은 경기점 3층에서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W CONCEPT)’의 첫 오프라인 매장을 백화점 최초로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2022.3.18/뉴스1

◇코로나로 부상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제는 오프라인으로

패션 플랫폼은 남성 패션을 전개하는 무신사와 하이버, 여성 패션을 주도하는 29CM·W컨셉·하고엘엔에프·지그재그·에이블리·브랜디로 경쟁구도가 성립돼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 위주의 W컨셉·하고엘앤에프, 보세 패션을 판매하는 에이블리·지그재그로도 나뉜다. 연령대별로 2030세대가 즐겨찾는 에이블리·29CM·지그재그, 3040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W컨셉·하고엘엔에프·브랜디 등으로도 구별된다.

기존 대기업도 온라인 자사몰을 확장해 패션 플랫폼 업계에 뛰어들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SSF샵, 신세계인터내셔날은 SI빌리지, LF는 LF몰, 한섬은 더한섬닷컴, 코오롱FnC는 코오롱몰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자사 브랜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군과 카테고리를 론칭하면서 종합몰로 도약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까지 뛰어들며 패션 플랫폼 업계가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데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기간 이후 소비 방식이 온라인으로 전환됐기 때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총 187조4194억원(잠정)으로 12월 거래액까지 집계시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0조원을 충분히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1월 거래액은 이미 2021년 거래액(총 187조784억원)을 넘겼다.

다만 최근 엔데믹 전환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자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패션 플랫폼들 역시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홍대, 강남 등지에 열었다. 29CM 역시 매달 새롭게 브랜드를 큐레이션해 선보이는 이구갤러리를 더현대 서울과 더현대 대구에 운영 중이다. 성수동에는 큐레이션 쇼룸 이구성수를 오픈했다. MZ세대들이 많이 찾는 지역에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선보임으로써 고객과 접점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다.

하고엘앤에프가 전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하고는 오프라인 편집숍인 하고하우스를 롯데백화점에, W컨셉은 입점 브랜드를 소개하는 편집숍을 신세계백화점에 선보이며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MZ세대를 타깃으로 해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론칭한 구호플러스와 코텔로 역시 오프라인으로 진출한 상태다. 삼성물산 통합 온라인몰인 SSF샵을 중심으로 전개돼 온 이들 브랜드는 한남동에 위치한 멀티 브랜드샵 ZIP739와 현대백화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에도 패션 플랫폼들은 오프라인 유통망을 점차 확장하면서 고객과 소통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실내마스크 착용 해제 등도 논의되고 야외 활동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이면서 업체별로 전략에 맞춰 팝업, 상설 등 다양한 오프라인 사업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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