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고용=금리인상”···모건스탠리, “‘4·4·4’면 행복”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12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부진에 다시 커진 침체 우려가 이어지면서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0.96%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76%씩 내렸는데요. S&P500은 3900선이 무너졌습니다.
이날 나온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예상을 하회했습니다. 고용이 여전히 상당히 강한 건데요. 이는 좋게 보면 연착륙의 발판이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근거가 됩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경기침체 우려에 오전 일찍 연 3.3%선까지 내려갔다가 3.42%까지 올랐지만 다시 하락했는데요.
이날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이날 부채상한선(약 31조4000억 달러)에 도달한 미국은 특별조치를 시작했는데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물가가 너무 높아 지금 경로를 유지하겠다”고 했죠. 오늘은 다보스 포럼과 기준금리 및 침체,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다보스 포럼 내용부터 보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미 경제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리를 점치는 이들은 연준을 포함해서 모두가 틀린다. 나도 이사회에 항상 확률을 제시한다”면서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기준금리가 5%를 넘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저에 인플레이션 요인이 상당히 많다”며 “나는 석유가격이 아마도 다음 10년 동안 상승할 것으로 보며 중국은 더이상 물가하락 요인이 아니”라고 덧붙였는데요.
다이먼 CEO는 기준금리가 5% 이상 6%까지 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추가로 완만한(mild) 침체가 온다고 했는데요.
여기까지는 그동안 해왔던 얘기인데 다이먼 CEO는 “완만한 침체에 6%의 기준금리가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아직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에 연준이 6% 수준까지 금리를 올리고 약한 침체가 발생하더라도 견딜 만한 수준일 수 있다는 말인데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도 비슷한 생각을 전했습니다. 그는 이날 다보스에서 ‘4·4·4’론을 제시했는데요. 고먼 CEO는 “약 4% 실업률에 4%대 인플레이션, 4% 수준의 기준금리면 행복의 나라에 있을 것”이라며 “금리는 지금보다 올라갈 것이며 실업률은 현재 (4%보다) 낮고 인플레이션은 더 높지만 만약 우리가 이 구역(4%)에 들어설 수 있다면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때가 금리인상을 중단할 적절한 때”라고 짚었습니다.
실업자가 더 생기고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타깃(2%)보다 높으며 금리도 그렇지만 이 정도만 되도 괜찮을 수 있다는 건데요. 눈높이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말로도 들립니다.
고먼 CEO는 “올해는 작년보다 나을 것 같다. 최근에 아주 중요한 두 가지가 바뀌었다”며 “하나는 인플레이션이 분명히 정점을 지났다는 점이며 두 번째는 중국의 피벗(Pivot·정책전환)이다. 경재재개방과 함께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와의 대담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며 글로벌 성장을 위한 좋은 소식”이라고 설명했죠.
다만, 지금부터 탄탄대로일 것이라는 말은 절대 아닌데요. 그는 “0~1%의 인플레이션이 비정상적인 것이며 우리는 8~10%의 물가상승에도 사실상 실업이 없는, 3.5%의 실업률을 기록했는데 이것이 엄청난 자산 버블을 만들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며 “현재 거품이 다 빠졌는가? 멀티플 기준으로 S&P를 보라. 어닝 리세션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기준금리는 연준이 2월과 3월에 0.25%p씩 두 번 인상한 뒤 중단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는 4.75~5.00%를 말하는 것으로 낮은 편에 속하지만 모건 CEO는 “문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출 수 있느냐”라며 “그들이 인플레를 3~4%에서 안정화하는 것과 비교해 2%까지 낮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할지가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연준 입장은 확실히 5% 이상인데요. 전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에 이어 이날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5%를 조금 웃도는 수준의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며 한동안 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며 “최근 시간당 평균임금 자료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완화했음을 시사하지만 이는 2% 인플레이션 타깃과 비교하면 훨씬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도 “인플레이션은 높고 그것을 2%로 되돌리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의 경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은 한동안 충분히 제한적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이날 2월 금리인상폭이나 최종금리 전망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제시한 5% 이상의 기준금리를 올해 내내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정리하면, 약 4.9%대의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를 점치고 있는 시장과 달리 연준 인사들과 제이미 다이먼 같은 월가 거물은 경기가 어떻게 되든, 또 어떤 데이터가 나오든 일단 5.00~5.25%(5.1%)까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건데요.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0.25%p씩 세번 올려 5.00~5.25%까지 간다고 생각한다”며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겠지만 이날 실업수당 청구건수에서 보듯 나머지 지표들이 상반기에는 그렇게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다만, 브레이너드는 고용악화 없이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가능성을 제시했는데요. 그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물가를 낮추기 위한 방법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으며 노동둔화가 그중의 하나”라며 “임금 이외의 부분이 비주택 서비스 부문의 둔화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레스토랑 음식과 차량수리, 호텔 숙박비의 상승이 노동력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문제가 원인인지가 연준의 핵심 이슈라고 전했는데요. 이는 서비스 물가가 임금과 노동 공급부족 때문이라면 실업률을 높여야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유가와 원자재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면 상품 가격이 나중에 하락했던 것처럼 서비스 인플레이션도 차차 풀릴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 경우 굳이 노동시장 약화를 추진할 필요가 없겠지요. 현 상황에서 노동시장을 추가로 둔화시키려면 과잉긴축 가능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이를 피하고 싶은 연준은 원인이 뭔지 열심히 찾고 있다는 뜻이구요.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1970년대의 임금-인플레 상승고리는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며 “총수요를 지속적으로 억제하면 고용의 큰 손실 없이 노동시장의 지속적인 둔화와 인플레이션 하락을 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말이지요. 브레이너드는 최근의 인플레 둔화세가 눈에 띄는 진전이라며 연착륙을 위한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연설이 있던 오후1시15분 이후 증시가 낙폭을 줄이기도 했는데요.
실제 노동시장은 아직 강합니다. 이날 나온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9만 건으로 나왔는데요. 전주 20만5000건보다 1만5000건 감소했습니다. 지난 해 9월 이후 최저치인데요. 지난 주 청구건수는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21만400건보다 2만4000건이나 적습니다.
변동성이 줄어드는 4주 이동평균의 경우 20만6000건으로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데요. 엘리자 윙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주 수치는 극심한 겨울 날씨 탓에 변동성이 커졌을 수 있다”며 “하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베이지북에 나온 대로 타이트한 노동시장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최소 2주 연속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는 164만7000건으로 전주(163만 건)보다 증가했지만 월가 예상치(165만5000건)보다는 낮았는데요.
브레이너드의 말처럼 고용을 크게 둔화하지 않고 물가를 잡을 수 있고, 연착륙도 노려볼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강한 고용은 금리인상의 근거로 작용합니다. 이날도 나타났듯 연준이 5% 이상의 기준금리를 원하는 상황에서 고용이 강한 것은 그들의 생각이 맞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죠.
반대로 이날 시장이 흔들린 데는 5% 이하의 기준금리를 원하던 이들에게 타격이었기 때문일텐데요. 특별한 게 없는데 최종금리 5.00~5.25%를 하지 않을 경우 연준의 신뢰도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연준의 뜻대로 모든 게 흘러가느냐죠.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공격적인 금리인상 후에 연착륙을 설계하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very hard)”이라며 “인플레이션을 더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일단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면 시장은 반응할 것이고 이를 축하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사람들은 주식이 오르는 것을 볼 것이고 나가서 돈을 쓸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완화는 연준이 원하는 것과 반대이며 시장의 행동은 잘못된 반응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결국 과잉긴축을 불러옵니다. 라잔 교수는 “연준은 더 적게 하기보다는 더 많이 함으로써 잘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플레이션 하향세가 지속하도록 실업률을 좀더 높이는 쪽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는데요.
그는 완만한 침체 가능성을 가장 높게 칩니다. 소프트랜딩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그럼에도 결국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을 둔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 연준의 인상중단 시 증시가 상승해 과잉긴축을 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 전후를 조심해야 한다는 부분은 새겨둬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증시 상황 보겠습니다.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아트 캐신 UBS 객장 담당 디렉터는 “시장이 S&P500 3900선을 시험하고 있으며 다음 핵심 수준은 3800”이라며 “3800이 깨지면 350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봤는데요. 그는 최악의 경우 3200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이날 S&P500은 3898.85에 마감했는데요.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연착륙을 믿고 있기는 하지만) 경기침체가 컨센서스이기 때문에 앞으로 증시와 경제 결과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동의하기 힘들다”며 침체가 가격에 다 반영돼 있지 않아 추가 하락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날 실적이 나온 프록터앤갬블(P&G)는 주당순이익(EPS) 1.59달러에 매출 207억70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와 같거나 살짝 웃돌았습니다. 문제는 판매량이었는데요. 가격 인상에 매출이 증가했으나 실제 판매량이 대부분 감소했다는 겁니다. P&G는 지난 분기에 가격을 평균 10% 올렸다는데요. 이 때문에 주가가 2.71% 빠졌습니다.
관심 종목이었던 넷플릭스의 경우 레피니티브의 실적 전망치는 EPS 0.45달러에 매출 78억5000만 달러, 가입자 457만 순증이었는데요. 팀 버튼 감독의 ‘웬즈데이’ 같은 히트작에 기대가 컸습니다. 이날 장마감 후 나온 실적은 EPS 0.12달러로 어닝 미스를 했는데요. 매출은 예상치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순가입자가 766만 명 증가해 전망치 457만 명을 크게 웃돌았는데요. 넷플릭스는 정규장에서는 3.23% 내렸지만 실적 공개 이후 잠깐 9.4%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창업자 리드 해스팅스는 회장 직만 수행하고 CEO에서는 물러나기로 했는데요.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1월1일 기준 직전 9주 동안의 매출이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EPS 전망치도 기존 2.30~2.60달러에서 1.50~1.70달러로 조정했는데요.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은 지속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타우드의 140억 달러 규모 부동산 신탁과 KKR의 16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신탁이 분기별 인출한도에 도달해 출금제한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 주택 착공건수는 전월 대비 1.4% 줄어든 138만2000채(연율 기준)인데요. 4개월 연속 감소로 전년과 비교하면 21.8%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전체로는 약 -3%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였지요.
무디스는 미국 정치권의 부채한도협상이 시간은 걸리겠지만 타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도 채무불이행(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초당적인 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벼랑 끝 치킨게임을 원한다고는 하는데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디폴트의 결과를 잘 알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여전히 여러 정보와 데이터가 엇갈리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기준금리 5% 이상, 상승한 연착륙 가능성에도 완만한 경기침체를 중심으로 놓고 시장을 보는 게 좋겠습니다.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가 좀 더 올라갈 수도 있고요. 새로운 기준, 즉 3~4%대의 인플레이션과 지금보다 올라간 실업률(예. 4~5% 안팎)이 정상인 시기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 변동성이 큰 만큼 안테나를 더 예민하게 돌릴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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