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계약률' 못 믿겠다…실수요자만 '깜깜'

이하은 2023. 1.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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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등 '계약률 비공개' 단지도 확산
청약 문턱은 낮췄는데…소비자보호 뒷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초기 계약률은 60%대로 알려졌다. 재건축조합은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 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알음알음 전해진 수치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이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 많다.

#현재 선착순 분양 중인 경기 평촌의 한 아파트는 "전체 계약률은 70% 이상이고 전용 59㎡ 이상은 마감돼 조합원 보유분만 남아 있다"고 홍보한다. 경기도청에 확인한 결과 지난달 15일 기준 이 단지 계약률은 65%고, 미분양 물량은 전용 59·84㎡에도 있었다.

매수심리 급감으로 분양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정부가 미분양·계약률을 적극 집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관련 통계가 철저하게 관리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청약 대기자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허위·과대 광고가 성행할 조짐을 보여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계약률 공개' 요구 왜?

계약률은 분양 흥행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계약률이 높다는 건 가격 대비 해당 단지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수요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후 미계약 물량을 소진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계약률은 공개 의무가 없어 공급자의 입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작년부터 분양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계약률 00%'로 홍보했던 건설사들도 '계약률 비공개' 방침을 세우고 있다. 위 사례들처럼 계약률이 알려지지 않거나 일부 과장된다고 하더라도 수요자가 검증할 방법이 없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매수심리가 추락했을 때 계약률이 낮은 아파트를 사면 '나만 바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공개해봤자 좋을 게 없으니 고객 문의가 들어와도 두루뭉술 하게 말하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지적된다. 특히 최근 계약률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건 1·3 대책 등으로 청약·분양 규제가 대폭 완화된 영향도 있다. 미분양 급증 우려에 사실상 수요 장려 정책을 내놨지만, 수요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공식 통계인 미분양률도 신뢰도가 떨어지는데, 공급자가 주장하는 계약률은 더욱 믿기 어렵다"며 "규제를 완화해 청약 문턱을 낮췄는데, 수요자들이 잘못된 정보로 집을 계약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률을 정부가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민간에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미분양 통계도 부실…정책 현실반영 한계

계약률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미분양' 통계 역시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미분양 통계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신고한 물량을 정부가 공표하는 방식으로 작성된다. 사실상 중간 검증 과정이 없어 실제보다 축소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분양 주택 통계가 정부 승인 통계임에도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집계방식 때문이다. 지자체는 건설사가 신고한 내용을 토대로 국토부에 보고하는데, 지자체와 정부 모두 검증 과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분양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에 미분양 신고를 미뤄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공개 청약 의무가 없는 30가구 미만 아파트, 300가구 미만 오피스텔 등은 아예 누락해도 파악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미분양 주택 통계는 정부 승인 통계로 주택 공급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국가 통계를 자율 보고에 의존하다 보면 실제 시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며 "통계 신뢰도를 높이고 기민한 정책을 펼치려면 보고 의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건설사들의 반발이 크다. 계약률이 낮은 단지로 인식되면 추가 계약이 어려운 것은 물론 기존 계약자들도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정부도 초기 계약률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미분양주택이 6만 가구를 넘어섰던 2015년,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초기 계약률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분양 관련 과장·허위 광고를 우려한 조치였지만, 건설업계의 반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시장에는 해당 지역의 공급량이나 시장 침체 등 외부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계약률이 낮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단지라고 볼 수 없다"며 "정당계약 이후에도 선착순 판매 등을 통해 입주 전까지 천천히 물량을 소진하는 사업장이 대부분인데 이를 공개하면 '비인기 단지'로 낙인찍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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